로마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도 아우구스투스나 네로 황제의 이름을 알지라도 클라우디우스라는 이름은 잘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클라우디우스는 로마의 4대 황제이자 네로 황제 이전에 로마를 이끌었던 황제였다. 
 대다수가 이름조차 알지도 못하는 이 비운의 황제가 파랑만장한 인생을 살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더더욱 적을 것이다. 절름발이에 말까지 더듬어 황족이면서도 모든 사람들한테 괄시를 받던 클라우디우스는 그러한 고난과 역경, 냉대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을 잃지 않았다. 그의 취미였던 역사서에 골몰이 하며 권력과 멀리했지만 운명의 아이러니는 그를 원치 않는 황제의 길로 이끌었다. 

 이 책의 재미있는 점은 로마 제국을 창시한 훌륭한 아우구스투스에게도 엄연하게 인간적인 결점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또한 그의 뒤를 이어 받은 티베리우스 황제의 비뚤어진 인간성, 희대의 폭군인 칼리쿨라 황제들의 모습들도 그러했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자들이라 할 지라도 결코 그들은 완벽하지 않았다. 그러나 클라우디우스는 완벽하지 못한 몸을 지녔으면서도 그들에 뒤지지 않을 만큼 로마 제국을 훌륭하게 이끌어갔으며 오히려 인격적으로는 그들보다도 훨씬 성숙했다. 
 
 황제가 된 이후 무시받고 천대받던 클라우디우스는 그의 재능을 유감없이 보여 준다. 그는 로마 제국에 헌신했으며 모든 이들에게 공평정대하고 사려깊은 인간성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으며 그 노력은 결실을 보여준다. 허나 그의 그런 부드러운 인간성은 그의 최후에는 비극으로 다가온다. 어쩌면 클라우디우스의 삶이야말로 인생의 무상함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라우디우스는 분명컨대 로마 제국을 이끌었던 존경할 만한 현군이었다는 점에는 의심을 할 여지는 없을 것이다.
 

 판타지란 무엇인가? 판타지란 환상 소설, 즉 상상력에서 나온 소설이다. 판타지다운 판타지가 그러한 상상력을 얼마나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느냐라고 한다면 이 눈물을 마시는 새는 만점을 주어도 전혀 과장이 아닐 것이다.
 눈물을 마시는 새의 작가인 이영도는 한국의 판타지 작가 중에서 손꼽히는 재미와 상상력을 보장하는 사람 중 하나일 것이다. 드래곤 라자서부터 시작된 그의 필력은 눈물을 마시는 새에서는 이제 완숙의 경지에 다다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눈물을 마시는 새는 일반적인 다른 판타지 소설들과는 틀리다. 흔히 우리나라의 판타지라 하면 톨킨에 의해 정형화 된 세계를 차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눈물을 마시는 세계는 그 어떤 소설에도 등장하지 않았던 독특한 세계관과 종족들을 창조해냈다. 눈물을 마시는 세계에 등장하는 종족들은 단지 이름만 다를 뿐인 인간과 유사한 종족이 아닌 전혀 별개의 사고관과 개성들을 지녔기에 이들의 모습만 보더라도 감탄사가 절로 나올 수 밖에 없다. 불을 다루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도깨비, 정신적인 공명인 니름으로 대화를 나누고 온도로 사물을 파악하는 나가, 물을 두려워하고 숙원을 그들의 사명으로 삼는 레콘,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간. 이 네 개의 종족들은 눈물을 마시는 새를 이루어가는 주축이다. 이들의 튀는 개성들은 놀랄 만큼 이야기에 적합하게 녹아들어가 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그야말로 판타지 다운 이야기, 재미가 듬뿍 담겨 있는 책을 원한다면 이 눈물을 마시는 새를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얼음과 불의 노래. 이 거대한 향연의 이야기는 아직도 계속된다. 흔히들 사람들이 판타지라 하면 용이나 마법들이 판치는 환상의 세계를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 얼음과 불의 노래는 다르다. 물론 여기에도 용이 등장하고 마법들도 존재하지만 그것들은 단지 이 장대한 서사시에 조미료에 불과할 만큼 작은 부분일 뿐이다. 
 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인간들이다. 어찌 보면 단순하기 그지 없는 이야기이지 않겠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얼음과 불의 노래는 인간들의 모습이야말로 가장 독특한 개성 넘치는 존재들이라는 것을 알려 주는 듯 하다. 온갖 인간군상들은 권력욕, 욕망, 애정과 증오, 복수심 등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감정들을을 여실하게 드러낸다. 
 인간들의 중심이 되는 지극이 현실적이면서도 그들의 내면에 깃들어 져 있는 모습들이 세븐 킹덤에 휘몰아치는 전란으로 표현될 뿐이다. 얼음과 불의 노래의 작가는 등장인물들에게 그들이 스스로 살아 움직을 수 있는 개성을 부여하는 창조적인 신인 한편으로는 그들의 운명에 험난한 여정과 함께 피할 수 없는 죽음마저도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부여할 수 있는 냉혹한 신이기도 하다. 그는 모든 인물들에게 공평하게 애정을 쏫는가 한편으로도 공평하게 내쳐버리고 한다. 그의 이야기는 마치 실제로 존재했던 중세 시대의 역사서라 해도 어색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일 것이다. 아무리 매력적은 인물이라 할 지라도 언제라도 죽을 수 있는가 하면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인물들이 어느새 매력이 넘치는 인물로 변하기도 한다. 적이니 아군이니 하는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은 이 소설에 어울리지 않는다. 수 많은 가문에 수 많은 인물들은 각자의 이유와 목적으로 싸움을 벌이고 있으니 그들의 그런 모습에 무조건적인 호의도, 증오도 보낼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