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을 보다가 보면 가끔식 내 시선을 끄는 책들이 있다. 유명하지 않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제목만으로도 끌리는 소설, 그것이 바로 눈 속의 독수리였고 나는 이 책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선택하지 않았다면 후회했을 정도로 깊은 인상을 받은 책이었다. .

 로마 제국하면 떠오르기 마련인 부귀와 영광을 지닌 제국은 이미 과거의 모습이 되어 버린 시기로 <눈 속의 독수리>는 저물어 가는 로마 시대의 황혼기의 이야기이다. 책의 제목처럼 로마의 상징인 독수리는 눈이라는 추위 속에 파뭍인 것처럼 로마 또한 북쪽에서 내려오는 게르만족에 의해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린다.

 눈 속의 독수리는 다분히 남성적인 소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이야기에는 로맨스와 같은 요소는 그다지 보이지 않으며 담담하게 이야기를 진행해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끌리는 이유는 이 책의 주인공의 기질 탓일 것이다.

 주인공 막시무스는 중년이 넘도록 변경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만을 수행하던 장군이었다. 그런 그가 20군단을 이끌며 게르만의 침공을 막아내야 하는 중대한 임무를 맡게 된다. 그 미래가 결국 파국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그것을 받아들인다.

 모든 것이 열세인 상황. 로마는 쇠락할 때로 쇠락했으며 부패했다. 그러나 막시무스는 굴하지 않고, 언제나 침착하고 냉정함을 잃지 않은 채 상황을 파악하고,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 게르만의 침공에 대비한다. 그에게 임무를 부여한 장군과의 약속을 믿으면서 그는 자신의 본분에서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행동한다. 그를 존경하는 병사들이 그를 황제의 자리에 오르게 하려 하나 막시무스는 그 또한 거부한다. 그에게는 군인으로써 자신의 긍지와 의무를 져버리지 않은 것이다. 

 병력의 열세, 지방관의 비협조와 불신, 기약 할 수 없는 지원병, 거침없이 내려오려는 야만인들의 대병력들, 친우의 배신, 불온한 동맹관계, 추위와 군량수급, 과거의 악연들, 이 모든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고 제국을 향한 흔들림 없는 충성심을 보여주는 막시무스는 진정한 군인상의 표본을 보여준다. 

 게르만 족과의 최후의 싸움은 마치 영화를 보는 듯히 숨바쁘게 돌아간다. 피할 수 없는 비극적인 결말이 눈 앞에 있으면서도 그 곳에는 자신의 모든 것을 불사르며 최선을 다하는 한  인간과 그를 따르는 충성스런 독수리들이 있다. 그들이야말로 허물어 가는 제국 안에서도 유일하게 빛을 잃지 않는 영광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