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사시노 게이고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 만큼 유명한 작가이며 다작가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소설들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고 일정 수준을 만족시켜 준다. 그 중 이 악의는 그의 작품들 중에서도 추천하고자 하는 작품 중 하나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간단하다.  베스트셀러 작가 히다카 구니히코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사체로 발견되고 그 범인은 누구이며, 그 범행동기는 무엇인가. 이 단순하기 짝이 없는 구조의 추리소설을 수작의 반열의 오르게 하는 것은 히사시노 게이고 다운 역량이 드러나기 때문일 것이다. 

 잘 짜여진 반전을 자랑하는 하시시노 게이고답게 이 소설에서도 보는 이로 하여금 전율을 느끼게 하는 반전이 있다. 

 악의에서는 범인이 누구인가 하는 점은 부차적인 요소이다.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흥미를 가지게 하는 것은 바로 그 범행동기와 그 이면에 감추어진 진실인 것이다. 그리고 히사시노 게이고는 마치 독자로 하여금 도전장을 내미는 것처럼 이야기의 첫 부분에 커다란 함정을 파놓고 있다. 그 함정은 단순하기 그지 없는 것이지만 소설 안의 형사들이 처음에 현혹되게 만든 것처럼 독자들도 역시 그 마수에 여지 없이 걸려들게 만드는 것이다. 
 
 범인의 범행동기. 그것은 그야말로 소설의 제목과 가장 부합되는 순수한 악의일 것이다. 언듯 보면 너무 단순할 수도 있는 그런 순수한 증오만으로 살인을 저지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사람이 가지는 가장 무서운 감정이야말로 이러한 열등감의 표출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