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란 이름으로 출간되었을 당시에도 판타지 소설들 중에 수작이라는 평가가 자자했었지만 그 동안 읽을 기회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던 도중에  <팔란티어>라는 이름으로 재간되어 읽을 수 있게 되었는데 완독을 한 후에 느낌은 과연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 하다는 것이다.

 <팔란티어>는 단순히 가볍기만 한 여타의 킬링타임용의 판타지 소설과는 분명히 격이 다른 작품에는 틀림없었다. 
 판타지는 물론이고 스릴러와 추리소설의 요소까지 첨가된 팔란티어는 현실세계와 온라인세계를 넘나들면서 이야기가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전혀 난잡하거나 어색함이 없는 잘 짜여진 구성을 드러낸다. 또한 스토리적 재미와 함께 작가의 학문적 경력을 바탕으로 한 인간심리에 관한 심도있는 고찰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이러한 복합적이면서도 다채로운 즐거움 덕분에 총3권으로 이루어진 방대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읽어 내리게 만드는 흡입력을 지니고 있었다. 

 중독과 폭력성, 현실왜곡 등과 같은 온라인 게임의 문제점이란 오늘날에도 충분히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만약 현실과 가상세계의 구분이 불가능할 정도로 흡사한 가상게임이 존재한다면 과연 어떠한 혼란을 초래할 것인가. 작가는 최후의 충격적인 결말과 함께 이러한 의문을 던지고 있는 듯하다. 허나 이러한 질문이 작가의 소설적 상상력만이 아닌 가까운 미래의 현실이 될 지도 모를 일일 것이다.
 

 화가 렘브란트의 이름은 한 번쯤 들어보았지만, 과연 그가 어떤 화가였고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에 대해서는 무지한 것이 사실이었다. <나는 렘브란트 딸이다>에서는 천재화가 렘브란트의 인간적인 면모를 렘브란트의 딸인 코르넬리아의 눈을 통해서 그린다.

 코르넬리아는 과거에는 천재로 칭송받던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화풍을 바꾼 이래로는 아무도 그의 그림을 찾지 않는다는 사실이 못마땅해 한다. 언제나 고집스럽고 퉁명스러운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코르넬리아는 일탈을 꿈꾼다. 아버지에게 미움을 받고 있다고 오해 하던 코르넬리아이지만 결코 마지막 순간에는 자신이 얼마나 렘브란트에게 사랑 받고 있는지를 깨닿게 된다. 

 이 책에서 렘브란트라는 인물은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과거에는 영광과 찬사를 한 몸에 받았으나,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을 위해 대중들의 외면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화풍을 추구해 간다.  그는 단순한 모든 것을 다 가진 천재였던 것이 아니라 고뇌했던 한 명의 인간이었던 것이다. 그러한 고뇌를 겪었기에 흔한 화가들이 아닌 자신만의 새로운 경지를 구축해낸 거장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렘브렌트와 17세기 암스테르담의 세계를 귀여운 소녀 코르넬리아의 눈으로 재탄생시킨 <나는 렘브란트의 딸이다>는 재미와 감동을 함께 주는 소설일 것이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라는 다소 오만해 보이기까지 하는 책의 제목은 책을 다 읽는 순간 충분히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는 생각과 함께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만든다.

 과학이라 하면 흔히들 어렵고 복잡한 것만을 상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과학이란 그렇게 딱딱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 책에서는 보여준다. 과학이 가지는 그 근원적인 즐거움, 즉 무언가 새로운 사실을 안다는 것의 재미를 마음껏 보여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여러 과학상식들을 알고 있다. 지구의 내부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가, 지구의 크기와 나이는 얼마나 되는가, 이런 사실들이 과학적으로 밝혀졌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해서 알아내었는가 라는 질문에는 대답하기가 곤란하다. 누구나 한번쯤은 다 궁금해 해보았던 이런 의문들을 하나 하나씩 밝혀 가다 보면 어느새인가 과학의 여러 분야들을 자연스럽게 탐험하게 되면서 과학이란 딱딱하고 지루하기만 한 학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닿게 된다.

 오늘날 당연하게만 여기는 사실들도 과거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재기 넘치는 과학자들에 의해 증명되어 정설로써 굳어졌기에 우리는 그것을 상식으로 받아들 일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문명의 이기도 모두 이런 과학의 발견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우리의 과학에 대한 부당할 정도의 낮은 관심은 이해하기 어렵다. 아마도 그 근원적인 이유의 탐구보다는 사실의 습득만을 중시하려는 마음가짐 때문이 아닐까. 

  과학에 관한 거의 모든 분야를 총망라하는 지식의 보고인 이 <거의 모든 것의 역사>와 함께 한다면 단지 수박 겉핡기 식의 지식습득이 아닌 진정한 과학의 의미와 과학이 얼마나 흥미로운 세계인지를 깨닿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