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미지의 생물체 버기와 사활을 건 전쟁에 빠져 버린 지구는 버기와의 최후의 싸움에서 승리할 사령관이 될 재목을 키우기 위해 모종의 계획을 세운다. 그것은 천재성을 지닌 아이를 교육시켜 사령관으로써 키워내는 것이었다. 2번의 계획이 선행되었지만 첫 번째였던 피터는 그 폭력성으로 둘째인 발렌타인은 그 유순함으로 인해 실패하고 만다. 마지막 세 번째 아이자 막내인 엔더 위긴은 그 무거운 숙명을 안고 태어난다.

  오로지 전쟁의 승리만을 위해 불과 11살 밖에 되지 않던 그는 그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경쟁으로만 가득찬 군사학교에 입학하게 되고, 그의 숙명을 위해 냉철하고도 이성적인 행동으로 사람들을 굴복시킨다. 그러나 그러한 음모나 계략을 꾸미는 것은 본래 그의 본의와는 다른 것이었다. 너무나 뛰어난 천재성을 지녔기에 그는 고뇌하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나아간다. 엔더는 그 타고난 천재성으로 인해 자신이 겪는 모든 고난을 차례차례 이겨간다. 그러나 그러는 와중에 그의 인간성은 철저하게 부정되고 파괴되어 간다. 

 <엔더의 게임>은 재미와 감동 뿐만 아니라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단지 명령과 목적만을 위해 개인의 감정과 자유를 억압하는 군대의 폐헤, 양립할 수 없는 적이라 생각했던 버기가 사실은 고도의 이성과 지성을 갖췄으며 의사소통방법의 차이로 발생한 오해로 이토록 참혹한 전쟁으로 치닷게 된 것은 전쟁의 무상함을 보여주고 편협한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을 비판한다.   

 

 <1984>에서 조지 오웰은 암울하기 짝이 없는 디스토피적인 세계를 너무나 정교하고 현실적으로 그려내기에 소설을 읽는 순간 나 자신 또한 주인공 원스턴 스미스가 느꼈던 공포와 절망을 느끼게 한다.

 3개의 거대한 제국으로 나뉘어 끊임없이 전쟁을 계속하는 시대. 텔레스크린에 의해 사람의 일거수 일투족이 감시당하고, 사상경찰들은 끊임없이 이단적인 사상을 품는 정치범들을 쫒아 다닌다. 사랑이나 감정 따위는 불필요한 것이고, 자식은 부모를 감시한다. 언어조차 실용성만을 중시하는 신어로 바뀌고, 과거의 역사와 기록도 당의 목적 아래서는 언제든지 변질되어 버린다.

 무엇보다도 자기세뇌적이며 기만적인 이중사고는 이 암울한 세상의 극한을 보여준다. 두 가지 모순되는 진실들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며, 급기야는 진실을 조작하고 그 조작되었다는 사실조차 잊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원스턴 스미스는 사랑하는 연인과 애정을 나누고, 반체제적인 사고방식을 지니면서 저항한다. 그러나 그의 그런 저항도  고문과 폭력, 세뇌에 의해 최종적으로는 비극적인 결말로 끝나고 만다. 과연 이 끔직하기만 한 미래상이 조지 오웰이 말하고자 하는 전부일까. 만일 그러하다면 조지 오웰은 이런 소설을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러한 암울한 미래상을 통해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함일 것이다. 소련의 붕괴로 전체주의가 사라졌다고 하지만, <1984>에서 보여주는 몰개성, 무비판성, 도덕성의 상실, 인간의 자유의지와 존엄성의 억압, 진실의 호도, 개인의 생활을 감시 받고 있는 세상, 탐욕스런 권력과 같은 문제들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조지 오웰의 이 진중한 경고를 명심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도 <1984>의 그것과 같게 변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골든 슬럼버>를 읽게 된 이유는 왠지 모를 끌림 때문이었다. 책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우수에 차 있는 청년의 모습과 세상 모두를 적을 돌린 도망자라는 명제가 흥미를 끌었기 때문이다. 대체 무엇 때문에 청년은 이토록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일까? 무슨 이유로 세상 사람들 모두에게서 도망자의 신세가 되어 버렸을까. 이런 궁금증과 함께 책을 읽어 간 순간 나는 골든 슬럼버 안으로 깊게 빠져 들었다.

 주인공 아오야기 마사하루는 성실하고 정의감 넘치는 청년이었다. 아이돌을 구출해 낸 그의 순박한 모습에 한 때 대중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던 그였지만 어느날 총리 암살을 자행한 극악무도한 범죄자의 누명을 뒤집어 쓴 채 추격을 받는다.

 케네디 암살사건의 오마쥬로도 보이는 이 골든 슬럼버는 총리 암살이 벌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모호한 추측만을 제시할 뿐이다. 이 음모를 자행한 자가 누구인가에 중점을 맞추기 보다는  한 죄 없고 정직하기만 했던 순박한 한 청년을 어떻게 끔직한 범죄자로써 변질시키는가를 보여준다. 미디어와 공권력의 힘은 한 명의 청년을 더할나위 없는 완벽한 용의자로 둔갑시켜 버리는 것이다. 주인공이 행한 모든 행동은 그 의도와 목적이 변질되고, 때로는 명백한 진실마저 왜곡하여 대중들을 현혹시키고 세뇌시킨다. 또한 그러한 진실의 호도를 대중들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며 한 때 찬사를 보냈던 청년에게 악랄한 조소만을 내밷는다.

 분명 <골든 슬럼버>는 재미와 오락성을 갖춘 소설이면서도 이처럼 그 내면 속에서는 오늘날의 현실세계에 대한 비판을 가미하고 있다. 권력에 의해 자행되는 조작, 언론의 비중립성과 왜곡, 대중들의 맹목성, 카메라를 통해 감시되는 세상 등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모든 사람이 적이 되어 버린 이 끔직한 현실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져버리지 않는 주인공의 모습은 안타까움과 함께 감동을 가져다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