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받을 정도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요코미조 세이시의 추리소설들을 보면 어찌보면 정형화된 구조를 지니고 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마을 사람들은  봉건시대의 인습에 얽매여 있고, 참혹하고도 끔직했던 과거의 사건들은 마치 그늘처럼 마을 전체에 드리워져 있다.  마을의 지주인 다지마 집안의 후계자로서 폄범했던 주인공은 팔묘촌 안으로 들어서게 된다.

 이 팔묘촌은 마치 현실과는 유리된 하나의 세계처럼 보인다. 과거의 끔직한 사건들을 미신처럼 신봉하고 구시대적이면서도 폐쇄적인 마을의 분위기는 다시금 벌어지는 연쇄사건과 맞물리면서 점차 참을수 없는 공포로 다가온다.

 주인공은 팔묘촌의 후계자이면서도, 마을 사람들에겐 이질적인 이방인에 불과하다. 이러한 불신과 미신적 믿음은 점차 그를 궁지에 몰리게 만든다. 과연 살인사건의 범인과 그 목적은 무엇인가? 과거의 끔직했던 사건과의 관계는? 보물은 과연 정말로 존재하는가?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없는 상황에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질문들은 소설 속으로 한껏 빠져들게 만든다.

 볼품없는 모습과는 달리 명석한 추리를 보이는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와 요코미조 세이시가 선보이는 이 스잔하면서도 어두운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는 <팔묘촌>은 추리소설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작품 중 하나일 것이다. 

 <퍼언 연대기>는 많은 연작들을 지닌 퍼언 시리즈 중 용기사 시리즈를 번역한 소설이다. 그 주 배경은 다음과 같다. 인간이 우주로 진출한 먼 미래, 궁수자리의 항성 루크뱃에 지구형 행성을 발견하고 그 행성을 퍼언이라 명명한 후 이주를 시작한다. 이들은 중세적이면서도 목가적인 삶을 영위해 나가지만 불행히도 퍼언 주변에는 불청객과도 같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른바 붉은 별이라 불리우는 그 위험의 근원은 200년의 주기마다 퍼언에 근접하게 되고 붉은 별에 존재하는 생명체인 사포는 좀 더 따뜻하고 안락한 퍼언으로 이동을 시작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퍼언 인들은 심대한 물리적, 정신적 타격을 입고 이러한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토착생물의 유전자를 변형해 새로운 생물체인, 드래곤을 만들어내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긴 휴지기가 끝나고 9번째 접근기에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와 같이 퍼언 연대기는 SF와 판타지를 넘나드는 정교하면서도 독창적인 세계관을 바탕에 두고 있다. 연대기에 등장하는 드래곤들은 용기사들과 굳건한 신뢰를 지니며, 시간과 공간을 무시하며 도약할 수 있는 이공간인 간극을 넘나들고 화염석을 이용해 내뿜는 불로써 사포를 불태운다. 이런 강인하면서도 지성을 갖춘 드래곤들은 매력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드래곤과 용기사간의 정신적 교류, 위험을 앞에 두고도 망각에 빠져버린 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분투하는 영웅적인 모습, 시간도약,  로맨스와 같은 요소들은 갖춘 <퍼언 연대기>는 충분한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유럽인이 아메리카 대륙을 그토록 쉽사리 장악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에 저자는 그 이유를 책의 제목이기도 한 총, 균, 쇠임을 역설한다. 무기와 기술의 우위, 심지어 좀 더 발달된 병균에 의해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학살되고 만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다시 더 근원적인 질문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처럼 문명의 발전이 차이가 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왜 아프리카나 아메리카 인들이 유럽을 침공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는가. 

 이 근본적인 질문도 저자는 놀라운 식견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명쾌하게 그 이유를 설명한다. 문명의 차이가 나는 이유는 단지 주변 환경과 지리의 차이일 뿐이었다. 우선적으로 작물화나 가축화가 가능한 동식물들의 개체수와 종류가 지역마다 명백한 차이를 보였다. 이러한 식생의 차이로 인해 유라시아에 비해 다른 지역은 문명의 발전이 늦어 질 수 밖에 없었다. 작물화는 대규모의 인구부양이 가능하게 했으며, 가축화의 경우는 보다 동물들과 밀접하게 생활하게 됨으로써 동물들에 의해 전염된 병균에 대한 내성을 지니게 만들었다. 특히나 말과 같이 신속한 정보전달과 전쟁에 유용하게 쓰이는 가축의 경우는 타지역에서는 단 한종류도 가축화되지 못했다.
 또한 유라시아는 동서의 축으로 길게 퍼져 있는 대륙이었기에 지식과 기술의 전달이 용이했으나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와 같은 대륙들은 남북으로 퍼져 있기에 그렇지 못했다. 이런 지리환경의 차이는 대륙 간에 문명의 차이를 낳게 된 것이다.
 
 이처럼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명저 <총, 균, 쇠>는 문명의 발생과 그 차이의 원인을 규명한다. 지리환경의 차이로 말미암은 문명의 차이는 인종의 우열과는 하등의 상관도 없다. 이른바 시대착오적인 인종 우월론자에게는 경종과도 같은 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