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는 비교도 안 되는 기나긴 시간을 군림해온 공룡들의 갑작스런 멸망은 크나큰 수수께기가 아닐 수 없다. 흔히들 알고 있는대로 운석 충돌설이 그 원인으로 알고 있지만 그것은 아직 가설에 불과할 뿐, 확실한 진실이라고는 할 수 없다. 로버트 소여는 운석 충돌설의 맹점을 찌르면서 공룡 멸종의 수수께기를 상상력으로 풀어낸 한 편의 멋진 SF 소설을 창조해 냈다. 

 SF 장르만큼이나 작가의 역량에 의해 그 완성도가 좌우되는 장르도 드물 것이다. 아무리 흥미롭고 재미있는 소재라고 해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내용이라면 독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멸종>에서는 그런 우려를 버려도 좋을 것이다. 충분한 사전조사를 통한 과학적인 진실과 더할나위 없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허구를 절묘하게 조합한 <멸종>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만큼의 논리성을 부여했다.

 시간 여행, 외계존재와의 조우 등은 SF에서 흔하게 쓰이는 흥미로운 소재이다. 허나 그 만큼 진부하거나 허황될 수도 있는 이야기를 로버트 소여는 수준 높게 조합하여 다채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공룡 멸종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 시간여행을 하는 두 고생물학자들은 백악기에 도착하자 마자 이변의 연속을 겪게 된다. 두 개의 달, 현재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 중력, 지성을 가진 외계생물의 존재, 이러한 사건의 연속들은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로버트 소여가 만들어 낸 이 상상의 보고와도 같은 <멸종>과 함께 공룡 세계를 탐험해 보는 즐거움을 만끽하기 바란다.

 <우리 수학자 모두는 약간 미친 겁니다>는 수학자 폴 에어디쉬의 삶을 그린 책이다. 이 책에서는 폴 에어디쉬가 얼마나 수학을 사랑했으며, 그의 인생 전부를 수학에 몰두하는 그 열정을 보여준다.

 폴 에어디쉬의 삶은 무언가 현실과 괴리된 인생을 살아가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진리의 극의를 추구하기 때문일지는 몰라도 그 순수하면서도 맹목적인 믿음은 마치 종교인이나 철학가의 그것과 같아 보인다. 폴 에어디쉬는 전형적으로 자신의 일에만 빠져든 사람이었다. 그는 스스로는 신발끈도 묶을 지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수학에서만큼은 누구나가 다 그와 함께 논문을 쓰고 싶어 할 정도로 존경을 받았다. 

 그는 물질적 가치나 성적 쾌락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권위나 명예와 같은 것에도 그리 집착하지 않은 인물이었다. 마치 산타클로스처럼 여러 수학자들의 집을 전전하면서 언제든지 그들과 함께 논문을 같이 쓰며 수학의 세계를 넓히는 전도사와도 같았다. 또한 천재성을 지녔으면서도 전혀 자만하지 않고, 어린 아이들을 좋아했던 그의 소탈함과 순박함은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폴 에어디쉬에게 있어 수학이란 종교이자, 신념이자, 인생 그 전부와도 같은 존재였다. 죽을 때까지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수학과 함께 했던 폴 에어디쉬야말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다간 가장 행복했던 사람이 아닌가 싶다.

 십자군 전쟁은 유럽 중세사에 빠질 수 없는 커다란 사건 중 하나일 것이다. 잃어 버린 성지 예루살렘을 탈환한다는 정의롭고도 성스러운 목적 아래 명예와 신의를 숭상하는 기사들의 원정이라는 것은 십자군 전쟁의 진실이 아니었다. <이슬람의 영웅 살라딘과 신의 전사들>에서는 십자군 전쟁의 진실을 유럽과 기독교적인 입장만이 아닌 중동과 이슬람의 관점을 통해 보다 중립적이고 진실에 가까운 십자군 전쟁을 밝혀 낸다.

 난세에는 영웅이 등장하는 것처럼 이 십자군 전쟁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두 명의 영웅들이 등장한다. 바로 사자심왕 리차드와 이슬람의 술탄 살라딘이 그들이다. 저자는 기사도의 화신이자 표본이라고 불리우며 칭송받던 리차드에게도 냉정한 칼날을 드리운다. 리차드 왕은 용맹함과 불굴의 의지를 지녔지만 그 또한 완벽하지 않은 인물이었던 것이다. 그에 반해 이슬람의 영웅인 살라딘에게는 보다 호의의 눈길로 바라본다. 살라딘은 이슬람 세계를 하나로 통합했으며, 관대함과 중후함을 바탕으로 한 통치력으로 유럽의 십자군 원정을 막아냈다. 그의 인간적인 면모들은  술탄 살라딘의 감추어진 베일을 조금이나마 드러나게 한다.

 이 책에서는 십자군 전쟁이 결코 성전으로써 미화될 수 없는 전쟁임을 부각한다. 십자군 원정이 일어난 원인은 결코 성지탈환이라는 숭고한 목적만이 아닌 욕심과 권력욕, 시대정치의 산물에 의해 일어난 전쟁에 불과한 것이다. 

 전쟁의 종결과 함께 시대를 풍미한 두 영웅들의 죽음을 보고 나면 이념과 종교, 문화의 차이만으로 서로간의 끝없는 오해와 증오의 표출로 점철된 십자군 원정은 전쟁의 무상함과 잔혹함만을 느끼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