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 때 부모를 살해한 혐의에서 풀려난 후 바깥세상과는 단절된 외딴 섬의 연구소에서 갖힌 채로 살아가고 있는 마가타 시키. 사야카와 소헤이와 그의 제자인 니시노소노 모에는 이 천재 공학가를 만나기 위해 섬을 방문한다. 마가타 시키의 방에 들어가려는 순간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시체가 등장한다. 그 곳에 남아 있는 것은 '모든 것이 F가 된다'라는 문구 뿐이다.

 이 소설의 주요배경인 외딴 섬의 연구소는 외부와는 밀폐되고 고립된 세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서로 마주치지 않고 완벽하게 단절되어 있는 개인의 공간을 영유하는 연구소원들이 오히려 편안해 하는 모습을 보면 개인화된 문명의 일면을 알 수 있게 해준다. 고도로 하이테크화되어 있기에 안전한 보안과 전산화 시스템들은 사람들에게 편의를 가져다 주지만 이 무기질의 관리자가 오류를 가지고 있을 때는 그것은 오히려 가장 치명적인 독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것이다.

 실시간으로 출입자들의 영상이 저장 될 뿐 만 아니라 본인이 아니면 방을 열 수 없는 구조, 첨단화된 시스템으로 그야말로 난공불략과도 같은 이 밀실살인사건은 그야말로 인간의 이지로써는 풀 수 없을 것만 같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모든 것이 F가 된다 >는 작가가 이공계 출신인 탓인지 소설 안에서는 공학적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한다. 또한 두 주인공인 사이카와와 그를 짝사랑하는 모에간의 미묘한 관계도 이야기의 재미를 더한다. 

 무엇보다도 마지막의 충격적인 트릭의 진실과 범인의 정체는 추리소설을 읽는 진정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모든 것이 F가 된다>는 간만에 읽는 걸작 추리소설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너무나 유명한 작가 중 하나이다. 많은 소설들을 펼쳐내는 다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일정 수준을 넘기는 그의 작품들은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그의 소설은 어렵거나 애매한 구석들이 없으며 무척이나 읽기 쉽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가볍기만 하지도 않다. 빠른 전개로 가진 그의 소설은 하나의 기승전결을 가진 레일 위를 숨가쁘게 달리다 보면 어느새인가 다가온 결말은 감동을 느끼게 만든다. 
 
 유성을 보기 위해 새벽에 길을 나선 그 날 밤, 부모님들은 미지의 범죄자에게 비참함 죽음을 맞고 만다. 세 남매들은 복수를 맹세하고 험난한 세상에 뛰어든다. 사람들을 속이는 사기 범죄단을 구성한 세 남매들은 마침내 부모님을 죽인 원수를 찾아낼 실마리를 찾게 된다. 그것은 과거 아버지만의 독창적으로 만들어 내던 하야시라이스의 맛을 가지고 있는 양식점을 찾아낸 것이다.

 이야기의 진행은 중간까지는 전형적이다 할 수 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답게 최후에는 강렬한 반전으로써 이야기를 반전시킨다. <유성의 인연>은 진부하다고도 할 수 있는 복수가 테마이지만 깔금한 연출을 바탕으로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만든다. 다른 작가의 작품이었다면 이토록 쉽사리 읽혔을까 하는 의문이 들 만큼 히가시노 게이고의 역량을 느끼게 만든다. 최후의 순간 여동생인 시즈나를 위한 두 형제들의 희생은 감동을 선사한다.

 

 <비잔티움의 첩자>는 ’예언자 모하메트가 이슬람교를 창시하는 대신에 크리스트교로 개종했다면’이라는 과감한 상상을 토대로 한 역사 대체물이다. 비잔티움 제국은 그들을 쇠락의 길로 몰고 간 이슬람 세력들이 존재하지 않는 이 가상의 세계에서 비잔티움 제국은 그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페르시아 제국과 함께 최고의 번영을 누리는 명실상부한 강대국이다. 

 이런 세계에서 주인공 바실 아르길로스는 제국의 안위를 위해 동분서주하며 활약한다. 비잔틴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비롯해 이집트, 페르시아 등 여러 곳에서 아르길로스는 황제의 감찰관격인 마지스트리아노스로써 임무를 수행한다. 아르길로스는 온갖 어려움과 위험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강인한 의지로 헤쳐 나간다.

 <비잔티움의 첩자>는 역사대체물임에도 불구하고 소설 속의 소재들은 실제 역사적 사실에 기인하고 있다. 망원경, 천연두, 파로스 등대, 화약, 활자 인쇄술, 우상숭배 등 그 시대에 등장했던 여러 발견들은 소설을 구성하는 주요소재들로써 재미를 더해준다.  아르길로스는 중세시대의 최첨단이라 할 수 있는 이 문명의 이기들의 비밀을 파헤치는 한편으로 그것을 제국을 위해 공헌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암흑시대라는 말과는 달리 중세 시대도 나름대로의 발전과 번영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들을 비잔티움의 첩자를 보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