쥘 베른 그는 1828년에 프랑스에서 태어났습니다. 1863년에 그의 작품이 꾸준히 출간되었습니다. 대충 계산해봐도 그는 150년 전의 사람입니다. 그 당시의 작품을 읽을면서 책의 힘을 느껴봅니다. 세월이 갈수록 더 빛이 나는 고전은 인문학의 저력을 보여줍니다.

이야기는 나이도 국적도 성격도 서로 다은 15명의 아이들이 외딴 무인도에 표류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첫 단락부터 바다위의 거친 풍랑속에 내몰린 아이들의 상황을 맞닥뜨리면서 무슨일이지 하며 상황에 몰입하게 됩니다.

왜 아이들이 갑자기 어른들도 없이 어린 아이들만 거친 파도위의 배에 남겨진 걸까 궁금해서 얼른 읽어봅니다. 이유인즉 들뜬 아이들은 어른들 몰래 밤에 배에 승선을 했고 그 중 한 아이가 밧줄을 풀어서 그들만의 모험이 시작된 것입니다. 자신들이 계획했던 일들이 나중에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아무도 알지 못한 채 즐거운 상상만으로 시작했던 그것을 후회하기 보다는 15 아이들은 그들만의 무인도에서 그들만의 규칙을 만들고 세상을 만들어갑니다.

흔히 닥치면 뭐든 하게 된다고 합니다. 물론 뭐든 하게 되지요. 하지만 무엇을 얼마나 잘 하느냐는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이 아이들을 보면서 어른들이 꾸려 가는 이 세상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들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위험한 상황에서 서로를 격려하며 차분히 살길을 찾습니다. 영국,프랑스,미국인이고 8살부터 14살까지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입니다. 부자집 도련님도 있고 고아도 있습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도 있고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 뱃일을 배우는 견습 선원아이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축소판 같지 않습니까? 어른들은 배와 함께 사라진 아이들을 쉽게 포기했지만 아이들은 희망을 놓지 않았습니다.

섬인지 육지인지 차분히 살피는 모습, 앞으로 먹을 식량 체크, 도구와 무기확보, 이 모든 것들은 꼼꼼히 기록까지 합니다. 항상 의견이 일치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도자를 필요로 했지만 지도자를 선정하고 따르는 문제에 있어선 잡음이 있습니다. 그래도 각자의 역할을 나누어서 지혜롭게 생활합니다.

두려운 상황도 생깁니다. 동굴속에 남겨진 숫자와 뼈들을 보면서 무인도임을 확신하게 됩니다. 시간을 확인할 길이 없는 아이들은 달의 모양으로 바다의 밀물과 썰물을 계산합니다. 참 똑똑한 아이들이지요. 이런 것들을 보면 책상에 앉아 책으로 머리로만 공부하는 우리 아이들이 하는 공부는 허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인도에서 만나는 사람은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고 반가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반가운 아주머니와 일행들을 만납니다. 그리고 모험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악당도 등장합니다. 그들은 케이트, 에번스와 함께 보트를 수리하고 정들었던(?) 무인도(체어먼 섬)를 탈출합니다.

그들이 다시 항구에 나타나고 가족과 재회를 하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축복입니다. 이 기적이 우리 세월호 아이들에게도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습니다.

책속에서 지식을 배우고 체험을 하고 실습도 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생생한 모험심을 엿볼 수 있는 명작이였습니다.

매너리즘을 경계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이 주는 안정감이 고마울 때가 있다.

초등학교 6년을 다니고 새로운 타이틀의 중학 생활은 매너리즘을 깰 수 있는 고마운 기회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주는 두려움은 공포감에 가깝다. 어디를 가나 퀸카 자리를 놓치지 않는 사람은 더 큰 도전이 될 수도 있지만 조명받지 못하고 끄트머리로 밀려나 존재감없는 사람에게 새로운 환경은 또 다른 역경이요 시련이 될 수도 있다.

그 두려움을 나도 겪었다.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위장하며 편안한 척 하느라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했던 기억으로 별다른 추억을 불러주지 못하는 시절이다. 그런 과정을 내 딸이 겪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꺼졌던 한숨이 다시 나온다.

우리 딸은 지금도 반에서 아이들에게 심각하기 직전의 왕따 생활을 하고 있다.

초등 저학년 때는 그것때문에 집에서 함께 얘기하며 울던 시간이 많았는데 그것이 매너리즘의 안정감 시기가 되어 그러려니 하며 학교 생활을 하고 나름대로 적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을 하며 지내고 있다.

그런데 또 다시 되풀이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크다.

지나친 고민과 걱정으로 반전의 즐거움은 상상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싶게 위안을 주는 내용이였다.

영재반에 들어갈 정도의 명석함과 가족만큼 많은 것을 공유하는 단짝도 있고 퀸카의 팁을 줄 수 있는 언니도 있는 제시카.

우리 딸과는 비교할 수 없는 우위의 조건이지만 제시카 역시 중학 1학년 생활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를 동반한 떨림을 가지고 있다. 그러고 보면 모두가 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인데 지나치게 우리 딸에게만 낙담할 수 있는 상상치를 입력해서 기대치를 깍아버린 것 같아 미안하다.

즐겁고 재미난 것들을 알려주기 보다는 두려운 것, 일어나지 말아야할 상황들이 비일비재 한 것인양 중학시절을 그려주었나보다.

우리 나라와 배경이 다르다보니까 약간의 문화적 차이가 느껴진다. 우린 학교 응원단이나 마스코트, 자유로운 연애, 선택수업, 퀸카 .... 이런 것들이 중학교에서는 느끼기가 어렵다. 오히려 대학교에서나 느껴볼 수 있는 것들이 중학교로 옮겨진 것 같아 약간의 괴리감이 느껴진다. 우리 나라 작가가 이런 이야기를 그렸다면 훨씬 더 공감이 많이 됬을 것 같다.

그래도 친구와의 우정에서 반목하고 질투하는 모습은 어디에서나 같은 것 같다. 모든 것을 함께 공유하던 친구가 한 순간에 싸늘한 돌이 되어 뒤돌아 보지 않는 모습이라든가, 우정사이에 질투가 들어가면 훨씬 복잡해지는 양상이라든가, 우정과 사랑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상황등은 공감가는 내용들이다.

우리 딸이 이 책을 본 뒤 매일 옷을 갈아 입고 있다. 전달하고자 한 내용을 잘못 해석한 전형적인 결과인 것 같지만 그것도 본인이 겪어야 할 과정이려니 하고 지켜보고 있다.

파란만장한 질풍노도의 시기를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어 또래의 아이들에게 공감을 주는 내용이였다.

이 이야기를 보면 우리 아이들 반응이 어떻게 나올까가 가장 궁금했는데 역시나 다르지 않은 반응이다.

먼저 5학년 우리 딸이 책을 읽었다. 그러더니 이 녀석은 3학년 남동생에게 더 궁금증을 준다.

이 책을 보면 충격을 받을 테니까 마음 단단히 먹고 보란다.

그 정도인가? 놀라면서 아들과 함께 책을 봤다.

누나의 선언에 아들은 굉장한 호기심으로 책을 봤다.

드디어 공개된 루빈스타인의 정체.

우리 아들은 웃음을 빵 터트린다.

한참을 배꼽을 잡고 웃으면서 쉽게 진정하지 못한다.

그래도 누나의 발빠른 경고 때문인지 가려진 부채뒤에 무언가가 있다고 짐작을 한다.

하지만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신체적 차이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해도 쉽게 진정되지 않는 후폭풍을 던져준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루빈스타인 못지 않은 또다른 인물의 등장이다.

역시나 예상을 빗나간 차원이 다른 차이를 보여준다.

물론 웃음으로 아이들에게 먼저 어필이 되지만 나쁘지 않다.

다른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우리 사회에서 다름에 대한 인정은 훨씬 더 힘들다. 힘들어서 고리타분하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해결은 못하면서 외면하는 것이 솔직한 주소다.

그 이야기를 쉽게 웃으면서 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극단적으로 보이는 설정을 통해 우리 곁에 가깝게 존재하는 수많은 오류들을 대화의 장으로 끄집어 낼 수 있게 해준다.

그런 면에서 참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초등학교에서도 다른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고 가르치고 있지만 현실은 다른 것은 내 곁에서 추방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책은 그런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웃으면서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