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몇년 전 드라마 상속자들을 보면서 보게 된 문장이다.

드라마 속 주인공이 재벌이어서 그런지 주인공의 목소리로 읊조리는 저 문장이 참..

건방지게 느껴졌다.

뭔가..가진자들이나 할 법한 말이라고 생각되서.

그런데 이 드라마를 보면서도 그렇고, 이후 보게된 다른 드라마, 영화, 도서를 보면서

생각이 좀 바꼈다. 건방짐보다는 좀..슬픈 느낌?

가진자나 못가진자나..견디어내는건..쉽지 않을테니까. 어쩌면 가진자일수록 그 무게는 상당할테고.

​

신병주씨는 TV방송을 통해 알게 된 분이다. 역사강의를 하시는걸 봤는데 지루할 법한 옛날

이야기들을지루하지 않게 들려주는걸 보고 한번 실강을 좀 들어봤으면했다.

그럴 기회는 쉽지 않을테지만 ㅎㅎ 그래도 이렇게 책으로라도 보게되니 반갑다.

주제가 조선의 왕이 아닌 왕비라는게 신선(?)해보였다.

교과서 위주로 역사를 공부할 때는 역사=암기과목이라는 생각때문에 재미를 느낀적이 거의

없는데, 졸업 후에 성적이 목적이 아니라 그냥 궁금해서, 때로는 재밌을 것 같아서 보게되는

역사관련 책들은 교과서와는 다르게 지루하지 않았던 것 같다. 교과서에서는 본적없는 이야기들이 담겨있고, 사진도 훨씬 풍부하고. ㅎㅎ

 

항상 조선시대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왕이란 존재를 떠올리게 된다.

마치 수학공식처럼 어느 시대, 어느 왕, 어느 사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비의 존재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역사의 주인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서 그랬던것 같기도 하고..페이지가 기록된 바가 크지 않다고 느껴져서 그랬을까..

같은 여자인데도, 왕비들의 살아온 세월에 대해서는...

그냥..하루하루 숨죽이고 살아야하는 궁궐에서 언제 누구의, 어떤 가족의 목숨이 역모로

사라질지 모를 세상에서 온전히 자신 것이 아닌 왕을 바라보며, 세력 싸움에 휘말려 목숨이

위태로울지도 모르는 자녀들을 걱정하며..

그렇게 살다 갔을 왕비들은 참....불행했겠다...생각한 적은 있었다.

​

보면 볼수록 왕비의 삶이란..

뭐 이런 극한 삶이 다 있나...이렇게 살다가는 삶을 알고서도 왕비가 되기를 원한..사람이 진정 몇이나 될까..이런 생각을 할 때쯤..인조시기의 이야기가 인상깊었다.

"인조가 세자빈을 간택할 때 마음에 둔 권씨라는 처녀가 있었는데, 그녀는 음식을 주면 모두

 손으로 집어 먹어 풍병이 있는가 의심하여 세자빈으로 간택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세자빈에서 탈락한 후 다른곳에서 시집을 간 후에는 부덕으로 칭송을 받아, 인조가 그 꾀에 속았음을 탄식했다고 한다. " - P.255

​

누군지는 모르지만 정말..현명한 사람이었구나...싶었다는..

​

왕비가 된 이후에는 견제 세력으로 인해 가족을 잃는 경우가 많았고, 심지어는 자녀까지도...

잃어야했다. 그걸 곁에서 지켜보고 살아남은 어미로서의 왕비는..얼마나 처참했을까...

왕비라는 지위때문에 그 한을 표현하기도 어려웠을거고..

 

한 나라를 다스리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그럴수 있다고 생각을 잠깐하기도 했지만..그렇기에 더더욱...올바른(?) 가정을...유지해야하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했다. 왕의 가족은..좀..이상한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

왕세자의 경우 연상의 여인을 왕비로 맞이하는 경우가 흔했다지만 그래봤자 5살..이내였던 것 같다. 5살이 많은 편이었다고하는거 보면.

그에 반해...왕이 먼저 간 왕비 이후..다시 혼례를 올리는 경우에는 나이제한이 없었던 듯 하다.

​

"왕실에서는 영조가 비록 고령이었으나 재혼을 서둘렀고 그렇게 해서 영조의 계비로 들어온

여인이 15세의 신부 정순왕후 김씨였다.

1759년 혼례식 당시 영조의 나이가 66세였으니, 조선 왕실에서 가장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혼인이 이루어진 것이다. "

-P.332-

66세의 왕. 15세의 신부.

암만...상대가 왕이라고 해도...이건 좀...놀랄...노자다..

게다가 그 왕이 영조라니..익히 알고 있었다 생각한 영조가..너무나...이상하게 보였다.

​

이렇게...다들..어쩌면 원했던 왕비라는 자리가..생각보다 쉽지 않았다는 것 또한 의외였다.

​

"세자빈으로 간택 된 후, 남편이 왕이 되어 왕비가 되고, 아들이 왕이 되어 왕대비의지위에

오른 왕비, 즉, 조선에서 세자빈, 왕비, 대비의 세 과정을 모두 거친 경우는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놀랍게도 현종(1641~1674, 재위 1659~1674)의 왕비 명성왕후 김씨(1642~1683) 1명뿐이다. " -P.273-

435페이지나 되는 분량에서, 조선의 초기부터 마지막까지.

등장했던 왕비들중에선.

옛날옛날에 어느 왕비님이 살았습니다. 이 왕비님은 남편의 사랑을 받으며, 귀여운 자녀들과

오손도손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 라고...

시작해서 끝나는 삶을 살다간 왕비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왜들 그렇게...왕비라는 지위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누리기보다는..그로 인해 깊어가는 한과...슬픔...그런걸 더 많이 간직하면서 살다 갔을까..

​

분명히 한 나라의 왕비로 살아갔지만 희대의 악녀 정도면 모를까.. 제대로 된 이름조차 남기지 못했던 사람들. 호기심에 시작했지만 읽으면서는 안타까움이 샘솟았던..의미있는 책 읽기 였다.

​

​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

 

대학교1학년말 2학년때 전공해야하는 과를 선택하기 위해 희망과를 적어내는 일이 있었다. 총 열몇개의 인문학관련 과가 있었는데 가장 아래편에 한문학과를 적었다.
이유불문하고 무조건, 절대적으로 가기 싫었던 과였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싫고, 어렵기만 했던 한자.
왜 우리나라는 한자를 이렇게 써야만하는건지..
우리것이라는 생각. 친근함 따위는 조금도 느끼지 못했던 그냥 남의나라 어려운 문자.

  김진명의 글자전쟁에서는 '한자'가 남의나라인 중국의 문자가 아니고 우리나라의 문자라고 이야기한다. 소설책이지만 소설같지 않은 느낌.
김진명의 소설책을 읽으면 누구라도 그 순간만큼은 애국자가 된다는 말을 우스게소리고 한적이 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황태자비납치사건..
어느 하나..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울컥하는게 올라오는 내용들을 간결하고, 강렬하게 적어내려간 글을 보면서 편안함을 느낄만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과연 있기나 할까..

  소설의 주인공은 이태민이란 젊은이. 어릴때부터 수재소릴 듣고, 누구보다 상황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 그 능력으로 500억이란 돈을 버는 것에만 관심을 가졌던 남자.
그가 무기중개업이란 일을 하면서 차곡차곡 돈을 모아가던 과정에 갑작스런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되고 중국으로 도망가게 된다. 이후 도피생활을 하다가 만난 인물에 의해서 미완성의 소설 파일을 받게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전쟁'으로 들어간다.

  역시나..참..빠르게 읽혀진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쩜 이렇게 복잡할 내용을 간결하고, 긴장감있게 써내려간건지..
그리고 또 한 번의 울컥. 빠짐없이.
항상 느끼는거지만 김진명의 소설은..매번..결말 부분에서는 무언가 혁명과 같은 변화가 있기를 바라게 되는거 같다.
그것이 이번에는 '한자'에 대한 진실. 만약에 정말 '한자'가 우리의 뿌리에서 비롯된 거라면 정말 대단한 일일테고..'한자'를 다른 시선에서 봐야할 테니까. 

 여전한 김진명의 소설. 정말 재밌게, 빠르게 읽었다.

한동안  바쁘다는 완벽하게 주관적인 핑계로 책을 멀리 했었다.

들었다하면 몇 장을 못보고...묵혀두다가 결국엔 거기서 멈춰버리긴 반복하다보니 의욕제료가 되는 바람에 더더욱 멀리하게 된 듯.

 

 약간의 여유가 생겼고, 책을 읽고 싶어졌다.

뭘 읽을까 하던 차에 눈에 들어온 파란 표지. 정말... 도서 선택 시 표지를 많이 본다는;;

 

 김려령 작가는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로 익숙하고, 믿음을 갖고 있는 작가분이셨다.

그래서 더더욱 끌렸는지도.

 

 결과는 정말 대만족.

막판엔...자꾸만 없어져버리는 듯한 페이지가 아까워서...아껴보고 싶었을정도..

다 읽고 나서는 여운이 참...오래 남아서 한 동안 멍했던..

소설인데 뭔가 소설같지 않고..그냥 한 사람의 인생을 오랜 시간 푸념을 들어주듯이..그렇게 들어준 기분이랄까.

 

 주인공 정수현.

나름 이름있고, 나름 인정도 받고 있는 프로 작가.

겉으론 성공하고, 안정적으로 보이는 그이지만. 그 속은. 상처 투성이다.

어릴 때부터 겪어온 아버지와 친형의 폭행. 어머니의 부끄러움을 유발하는 언행들...

아내의 표현을 빌자면 그의 가족들은 '개천'이다. 그는 개천에서 난 "용"이고.

그 가족들은 그를...놓아주지 않는다. 오래전에 죽은 아버지까지도...그의 곁에 그림자처럼 있다.

 

 현실의 정수현과, 본인만이 알고 있는 정수현은 몹시 다르다.

잘 숨기고...아닌 척 살고 있던 그에게 '사랑'이란 걸 하고 싶게 만드는 여자가 나타나고.

수현은 갈등하다 그녀에게 간다. 마음이 깊어질수록 수현은 괴롭다.

왜냐하면 그는 사람들이 아는 '그'가 전부가  아니니까...

 

 숨기고 숨기다 드러난 수현의 그림자는 여자를 상처 입히고, 수현을 절망하게 한다.

그 모습이 정말 가슴 아팠다.

사랑하면서도 상처 주고, 상처 받고.

 

 오랜만에 읽은 소설책이었는데 정말 ..좋았다.

사실은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던 건데..

읽을수록 집중하고, 생각하게 되고..

정말 여운이 오래토록 ..진하게 남을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