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즐겨 보는 프로 중에 "위대한 탄생"이란 프로가 있다. 참가 멤버중에 가장 열심히 응원하고 있는 인물이 있는데, 바로 조선족 출신의 참가자 백청강이다. 처음엔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김경호의 음색을 지녔기에 관심을 가졌었는데,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나서는 이 사람이 보다 성공해서 멋진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응원하게 되었다. 
가족이 있음에도 부모님과 10년이 다 되도록 떨어져서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보고서 처음엔 의아했었다. 1, 2년도 아니고 어쩜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떨어져 지내는 걸까, 부모님은 무슨 이유로 아이와 그렇게 오랜 기간 떨어져 지내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이해하지 못했었다. 

 이 책은 제목처럼 만주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 민족, 정확히는 아이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경제적인 이유로 부모님과 떨어져 살고 있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며 떨어져 있는 부모의 절반 가까이가 한국에 머물고 있다는 아이들. 돈을 벌기 위해 1, 2년도 아니고, 부모의 손길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떨어져 지내야만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솔직히 처음엔 좀 신기했다. 지금 조선족들이 이렇게 살아가고 있구나..조선족의 아이들이 한국이란 나라를 이렇게 생각하고 있구나.. 한 민족이라는 걸 머리로는 아는데 가슴으로 쉽게 받아들이지 못해서 일까..처음엔 이런 아이들의 모습이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그렇지만 곧 미안해졌고, 안타까워졌다. 처음에 왜 내가 단지 신기함만을 느꼈을까 싶어서 더욱더 미안스러웠다. 

 만주에서 조선족이라 불려지며 살아가고는 있지만 우리와 한 민족인 사람들. 
불행한 역사만 없었다면 지금쯤 한국에 살고 있는 아이들과 같이 한 장소에서 뛰어놀며 성장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아이들. 

 한국바람이 불어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살아가지도 못하고, 행여 부모님께서 이혼이라도 하실까 노심초사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 기숙사가 막장이라 여겨져 부모님의 한국행이 싫지만 싫은 티를 낼 수는 없는 아이들. 

 책 속에 담겨져 있는 아이들의 삶 속엔 그 나이때 아이들이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나 희망, 꿈 같은 것들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그나마 다행인건 아이들이 한국이란 나라를 아주 나쁘게만 생각하고 있는건 아니라는 점 정도? 그렇지만 그것도 한국 가요나 드라마를 통해서 알게된 한국의 일부라는 점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정말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절로 나오는 묵직한 한숨과 함께 그동안 어쩜 이렇게 이들에 대해서 무관심했을까 싶었다. 아니면 알면서도 외면만 해왔던 것은 아닐까싶어 죄책감이 느껴지기도 했고..

 고민 많은 성인의 얼굴을 하고 있는 아이들 속에서 간간히 그 나이 또래 다운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지금부터라도, 뭐라도 하게 되면 이 아이들의 삶이, 우리 조선족의 삶이 조금이라도 변화되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지금보다 좋은 쪽으로. 정말 그랬으면 하는 생각이 책을 덮을 때까지, 덮은 이후에도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곁에 있을 땐 그 소중함을 모른다는 말이 꼭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사람과 맞먹을 수 있을 정도의 소중함, 나도 모르는 사이  지나쳐버리고마는 그 소중함! 
바로 청춘!!! 인 것이다. 교복을 입고 있을 때는 몰랐던 그때 그 시간의 소중함! 그렇지만 교복을 벗고나면 가끔(사실 요즘엔 좀 자주..) 그때 그 시절이 뼈저리게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알게 되는 바로 그 청춘!!! 

 제목을 보고는 혼자 몇 번 되새겼었다. 멋지다..멋지다 열일곱..왠지 모르게 되새김질을 하게 되는 제목. 멋지다라는 말이 좋았던 걸까? 아님 열일곱이라는 단어가? 
아니다. 그냥 그때 그 시절, 청춘을 떠올리게 하는 그 의미가 좋아서였다. 

 제목처럼 책 속엔 열일곱의, 정말이지 꽃다운 청춘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 시절을 제대로 느껴보지 못하는, 그 소중함을 알지 못하는 청춘이! 

 주인공 재하는 한때 농구선수를 꿈꾸었던 소년이다. 하지만 부상으로 인해 그 꿈을 접게 된 이후에는 미래에 대해 막막함을 느끼며 그저 방황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 앞에 나타난 친구 다연! 다연은 재하에게 희망을 말한다. 그리고 할 수 있음을 재하에게 인식시켜주기 위해 노력한다. 재하는 그녀의 그 당당함이 싫었고, 자신에 대해서 자신할 수 없음이 싫어서 그녀를 잠시 외면했었지만 곧 자신의 미래를 위해, 가족을 위해 다연이의 제안을 수락한다. 그 제안이라는 것은 ’드림레이스’라고 해서 앞으로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계획하고, 그 계획의 성취를 위해 하나하나 노력해가는 과정을 만들어 가는 것이었다. 미래를 그저 깜깜하다고만 생각했던 재하였지만 드림레이스를 시작하게 되면서 보다 밝은 미래를 꿈꾸게 되었고, 노력도 하게 되었다. 

 좀 특이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 중에 다연이가 재하에게 말을 하는 장면에선 소설을 읽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계발서를 읽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마 이 책을 읽는 분들이라면 으레 이런 생각을 하시지 않을까? 그 점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그 점 때문에 이 책에 대해서 호감을 더 갖게 되었고, 마지막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읽어나갈 수 있었다. 

 특히 이야기의 끝무렵엔 단지 재하라는 한 소년의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드림 레이스라는 기분좋은 바이러스가 재하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퍼져 나갈 수 있다는 내용이 전개되면서 혹은 그를 기대하게 되면서는 더더욱 기분이 좋아졌다. 정말이지 유쾌한 성장 소설이었다. 

 그렇다고해서 내용 자체가 마냥 유쾌한 것만은 아니었다. 재하가 방황을 하는 이유, 재하의 친구가 학업을 그만두어야했던 이유, 나쁜길로 빠져서 억울한 죄를 뒤집어써야하는 인물...어찌보면 현실에서 있을 법하지만 너무나 불행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었다. 이야기는  이런 이야기들 또한 잘 끌어안고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제목에서 전해지는 느낌이 정말 좋았던 책이었는데, 읽고나니 책 전체에 대한 느낌이 좋아지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