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농담처럼 받을 때 흔히들 농담처럼 답한다.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국사책 맨 앞쪽에 이런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교과서상에 실려있음에도 불구하고(현재의 교육과정에 있을지는..확신할 수 없지만..)이상하게 이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을 때면 웃음이 나오곤 했다. 너무 정형화된, 더이상 신선하지 않은 질문과 답을 주고 받는 것 같아서.
학교 다닐 때는 그렇게 역사를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시험 공부 때문에 열심히 인물과 날짜를 외웠을 뿐. 그분들께서 어떤 일을 왜 하셨는지, 그리고 그 영향이 어떠한지를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그때는 좀 철이 많이 없었던 듯..
그래도 이제는 마음의 여유를 좀 갖고 역사책을 보게 되니 생각의 폭도 조금은 넓어지고 깊어진 것 같다. 여러모로 생각을 뻗어나가려고도 하고..
이덕일씨의 역사책은 어찌보면 그 생각의 가지를 키우는 시점에 위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기억하는 책들 중에 가장 인상깊게 본 책이 "조선왕 독살사건"이었다. 이 책 이후로 역사와 관련된 책에 더 관심을 갖게 되고, 더 열심히 읽게 된 것 같다. 무엇보다 흥미를 갖게 되었다는 점이 정말 뜻깊지 않았을까.
이덕일씨의 신간이라는 점에서 일단 후하게 점수를 주고, 더불어 듬뿍 기대를 갖고 보게 된 책이다. 윤휴라는 인물은 송시열과 맞섰던 인물로만 기억하고 있었을 뿐이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보다 자세히 알아보고 싶었다.
조선이라는 나라는 참 묘한 나라였다는 생각을 관련 책들을 보면서 종종 하곤 했었다. 예의와 범절을 목숨보다 중시 여겼던 나라,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주장을 밀고 나가는데에 있어선 상대방의 목숨을 중히 여기지 않았던 것 같은 사람들이 살았던 시대. 개인적으론 좀 아이러니하지 않나 싶다.
그 아이러니의 중심 속에 윤휴라는 인물이 있었다. 세상 앞에 자신을 몸소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타고난 지성과 깊은 학문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존경을 받았던 사람. 그렇지만 시대에는 좀 맞지 않았던 사상을 갖고, 그를 사람들에게 표현했기 때문에 죽음을 당해야했던 사람. 마지막 순간까지도 침묵을 강요받아야 했던 사람. 그렇지만 그랬기 때문에 누구보다 많은 말을 후대에 남긴 사람.
책을 통해 알게 된 윤휴라는 분은 당시 조선에서 정말 필요한 인물이지 않았나 싶다. 그가 만약 당시의 집권당에 의해 억눌림을 당하지만 않았더라면, 그의 의견이 반영되는 정치가 실현되었더라면 조선이 그렇게 허망하게 무너지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늘 그렇지만 과거의 인물을 이렇게 책을 통해 만난다는건 정말 즐거운 일이다. 비록 이름 석자만 알던 분일지라도, 한 권의 책으로 그 분에 대해서 다 알 수는 없을지라도.
시험공부를 하면서도 정말 어렵다고 느꼈던 예송 논쟁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다루어져 있어서 읽으면서는 살짝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읽고나니 뿌듯함이 느껴지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