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살던 동네의 뒷동산에는 자그마한 절이 있었다. 언제나 다정했던 스님들이 놀러오는 아이들에게 맛있는 간식을 주셨었던 그곳은 어린 우리들의 놀이터가 되었었다. 덕분에 학교가 끝나면 가방을 버리듯이 휙-하니 던져버리고 친구들과 절로 놀러가곤 했었다. 넓은 공간과 탁 트여있었던 곳. 여기저기 커다란 나무가 뽐내듯이 숨을 쉬고 있었던 곳. 게다가 이리저리 도망치듯 그러면서도 마치 함께 노는듯한 다람쥐들이 우리들에게 즐거움을 더해 주곤 했었다. 이렇게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그러나 평일만을 절에서 뛰어놀곤 했었지만 절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지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지금생각해보면 어이없게도 평일엔 절, 주말엔 교회가 우리의 놀이터였었다는...;;)그래서 종교에 관련된 책 중에서 그나마 조금 읽어봤다고 할 수 있는 책은 성경이 전부였다. 
꼭 그런 이유때문만은 아니었지만 책을 읽기 전에 우선 걱정부터 됐었다. 제대로 이해나 할 수 있을지....긴장이 팍-된 상태에서 펼친 책의 첫 장에 이 책으로부터 최선의 것을 얻는 방법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약간은 기대하는 마음으로 읽어내려갔다. 마음에 남는 이야기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분위기, 정신적 전파, 느낌 그리고 울림을 위해 책을 읽으라는 것.더불어서 가슴을 통해 그것을 얻으라는 것과 명상과 함께 독서하기를 권해드린다는 것. 또한 다소 과장된 감정을 가지고 서두르면서 읽지 마시라는 것. 그러나 우습게도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속으로는 " 명상을..명상을 하는 마음으로.."라고 말하면서도 긴장된 마음을 풀지 못해 결국은 서두르면서 휙하니 읽어버렸다.

 

 

 

그리 길지 않은 내용 덕분에 읽어 내려가는 것에는 그리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다만. 그것과 별개로 그 내용의 이해는.........결국 얼마 후에 다시 책을 펼쳤다. 일부러 조용한 늦은 밤에.. 결과를 놓고 보면 경전이라는, 그 어려운 존재라고 생각했던 첫번째보다는 그저 명상을 위한 하나의 서사시이다라고 생각하며 읽었던 두번째가 내게는 더욱 많은 생각이 가능하도록 했다.솔직히 두번째에서는 역자의 글에서 설명해준 여러 어려운 단어들을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듯한 내용들만을 생각하며 보았다. 예를 들면 "언제나 사랑하라"와 같은...내가 모자라고 부족해서 책의 내용을 아직까지도 이해를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 스스로가 만족하고, 부족하게나마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으면 그만큼 좋은 독서가 아닌가 한다. 아마도 깊은 밤에 뭔가 생각이 하고 싶어지면 또 다시, 몇 번이고 이 책을 찾지 않을까 한다 .

일종의 자기 개발을 위한 책들을 그 전에도 몇 권 본 기억이 있다. 그 책들의 저자는 대부분 젊은 , 그리 나이가 많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대부분 자신들의 성공담을 담은 이야기, 내가 이렇게 해서 성공했으니 여러분들도 이러한 점들을 주위하시면 될 것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는 듯한 책들을. 읽고 있을 때는 " 오- 정말??"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는..하지만 막상 책을 덮고 며칠이 지나고 보면 어느 덧 그 내용을 잊어버린다는...그런 면에서 보면 이 책의 저자는 그 동안 내가 읽었던 책 들 중에 가장 고령의 저자가 아닌가 한다.

 

 

 

우리 할아버지보다도 나이가 많으시다는...마쓰시타 할아버지께서 아마도 젊은 나이일 듯한 사원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그 속에는 "할아버지~~이미 다 아는 얘기예요~~"라고 말할 수도 있는 이야기들도 있었고, "아~~그렇군요.."라며 고개를 숙일 듯한 이야기도 있었다.솔직히 이미 실천으로 옮기지는 못하고 있지만 심적으로는 공감을 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다. 그럼에도 그러한 이야기들이 더욱 와 닿을 수 있는 건 저자의 경력 때문이 아닌가 한다. 남들보다 좋은 조건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못했던 사람. 그러한 사람이 자신의 단점들을 이겨내고 일본 최고의, 나아가 세계에서 알아주는 회사의 경영자가 되었다는.

 

 

 

 

 

 

 

 

 

책은 신입사원과 중견사원, 간부 사원으로 나누어 각각의 마음가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고, 따로 인생의 지혜라 하여 열린 마음과 충실한 삶의 원동력이 바로 일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익숙하면서도 좋은 이야기가 가득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아래의 세 가지가 떠올랐다. "오픈 마인드-다른 사람들을 받아 들일 줄 알아야 한다.""긍정적 마인드-부정적으로 생각해서 좋을게 무엇인가.""열정-나를 이끌어 주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살면서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의 아니게 조상에게 크나큰 죄를 지어 떠돌이의 삶을 살게 된 방랑 시인.이것이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김삿갓이라는 인물의 전부였다. 그 조상이란 자가 어떤 인물이며, 도대체 김삿갓은 그 조상에게 어떠한 죄를 지었는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히 관심이 없었다. 그저 그가 지었다는 유명한 시를 몇 편 보았을 뿐이다. 그랬는데, 도서관에 가니 김삿갓에 대한 책들이 예상외로 많았다. 도대체 그의 어떤 면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글로 쓰고, 읽게 하였는가. 책을 읽기 시작한 후에야 비로써 궁금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가 욕되게 한 조상은 김익순이라는 인물이었다. 홍경래의 난이 있던 때에 자신의 목숨을 유지하고자 자신의 직책을 버리고 홍경래의 편에 붙었다. 후에 홍경래 측이 불리해지자 홍경래 측 인물을 부하를 시켜 죽인 후 자신의 공으로 인정받고자 했다. 그러나 부하를 통해 거짓임이 드러나고 그는 결국 처형된다. 그의 남은 가족들 또한 같은 운명이었으나 죽음대신에 "폐족"의 신세가 되었다. 김삿갓의 어머니는 자신들의 신분을 감추고 외진 곳에 두 아들과 숨어 살아간다. 장성하여 20살이 된 김삿갓. 과거라고까진 할 순 없지만 일종의 예비 과거 시험을 본다. 그러나 하필이면 그날 주제가 "가산군수 정시의 충성스런 죽음을 논하고 하늘에 사무친 김익순의 죄를 탄하라"였던 것. 자신의 조상임을 모르고 김익순이란 인물을 신나게 비평을 한 김삿갓. 장원을 하고 기쁜 마음으로 어머니에게 이를 말한 김삿갓. 그러나 곧 그가 자신의 할아버지였음 알게 된다. 결국,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방랑의 길을 가게 된다.

 

 

 

솔직히 책을 읽으면서 김삿갓이라는 인물이 그동안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인물이 아닌가 했다. 그에게는 강직했지만 가난함에 힘들어하셨던 어머니가 있었고, 병약한 형이 있었다.또한 하루 세끼 먹기 힘들어 날마다 산으로 향하는 아내가 있었고, 두 아들이 있었다. 그런 그가 아무리 조상을 욕보게 했다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가족을 버리고 훌쩍 떠나버리다니. 게다가 뒤늦게 자신을 찾아온 아들을 두 번이나 속이고 도망가듯 사라져 버리다니..다소 무책임한 행동이 아니었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때로는 비웃음에 때로는 생명줄이 왔다 갔다하는 상황에가족을 그리워 하고 그들 곁으로 돌아가고파 하는 자신을 달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김삿갓은 영웅시 되는 방랑시인이 아니라 위로받아야 하는 그저 상처받은 인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작 300페이지가 조금 넘는 글 속에서 김삿갓이라는 인물이 느꼈을 고뇌와 갈등을 어찌 다 알 수 있을까.뛰어난 솜씨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던 그 마음이 어땠을까, 그 답답함이 얼마나 컸을까를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내 가슴이 답답해진다.

 

 

 

기대했던 것처럼 뭔가 시원시원하고 호탕한 인물의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 김삿갓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아주 많이 알게 된 것 같아서 나름 뿌듯한 기분이 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