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체 게바라 평전을 읽었었는데, 그 책을 통해서 체 게바라라는 인물이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인상이 강해서 그런지 쿠바라는 나라를 생각하면 바로 체 게바라가 생각난다.  그외에 쿠바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체 게바라는 쿠바라는 나라를 대표하는 인물이 아닌가 하는데, 역시나..

  쿠바 여행기를 다룬 이 책의 표지에는 누군가의 팔뚝에 문신으로 새겨진 체 게바라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직접적으로 체 게바라를 담은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팔뚝에 새겨진 문신이라는 점에서 무척 새롭고, 그래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이 책은 책의 표지에도 써 있다시피 쿠바를 여행한 여행기이다.  여행기라는 것이 늘 그렇듯 자신이 여행한 곳의 모습을 담고, 그에 따른 느낌을 적은 것이 대부분이다. 이 책이 다른 여행기와 약간의 차이점이 있다면 작가가 일반인이 아니라 사진가라는 것. 따라서 전문가인 그가 보고 느낀,  그리고 표현한 여행기가 녹아있는 책이라는 것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여행기의 내용보다는 그가 찍은 사진들이 정말 궁금했다. 그리고 기대가 컸다. 낯선 땅, 쿠바의 모습을  얼마나 사실적으로 그리고 얼마나 멋지게 담았을지를 ..굉장히 설레이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책 속에서 보여지는 쿠바의 모습들, 쿠바 사람들이 모습은 겉표지만큼 강렬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마치 흐르는 작은 냇가 같은 느낌이랄까?

   예전엔 어땠는지 몰라도, 지금의 쿠바란 나라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작가의 눈을 통해 본바에 의하면 현재의 쿠바라는 나라는 혁명이라는 단어가 생각나기엔 다소 조용한 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용이라기 보다는 잔잔한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리지도 모르고.. 사진 속에 녹아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평화로운것 같아서.

  어쩌면 지금은 잠들어 있는 혁명가들의 영혼이 쿠바라는 나라를 평화롭게 지켜주고, 지켜봐주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자연속에서, 자연과 함께 사는 삶을 지향하는 작가에게는 굉장히 고마운 땅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내게도..아하..^^;;

   작가의 여행기를 읽으며 그와 함께 떠났던 쿠바 여행은 생각했던 것만큼 그리 대단한(?) 경험은 아니었다.  아마도 작가분께서 너무나도 솔직하게, 꾸밈없이 글을 쓰셔서 그런것이 아닌가 한다는... 책 속에 등장하는 여행기보다는 사진 옆구리(?)에 작게 쓰여진 글귀가 더 마음에 와닿았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미술시간은 내게 있어 조금은 오묘한 시간이었다.  친구들과 웃고, 떠드면서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정말 재밌었지만,  그 결과를 보는 내 마음이나 그 결과물을 평가하는 선생님의 눈초리 덕분에.  솔직히 말하면 나는 미술시간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하얀 도화지 위에 내가 원하는 것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고, 즐거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처럼 표현해내지 못했기 때문에  미술시간은  내게 있어 곤혹스런 시간이기도 했다.  어렸을 적엔, 유일하게 나 자신에게 실망하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그랬으니. 커가면서 점점 무언가를 그린다는 것은 내게 있어 전혀 즐거움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오히려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추어야 하는 것만큼, 무척이나 무서운 일이 되어 버렸다.     미술 치료쪽을 공부한 친구가 과제 때문에 미술 치료의 대상이 되어달라고 한 적이 있는데, 허물없이 친하게 지낸 친구였음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망설였던 경험이 있을 정도였다.           친구에게 미리 "나 그림 그리는 수준...유치원생보다도 못하다.."라고 단언을 하고 겨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사실은 그림 그리기가 아니고, 거의 색칠 수준이었는데..아하..;;   

  그럼에도 그림을 보는것, 그리고 그 그림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무척이나 좋아하는 편이기 때문에,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무척이나 부러웠고, 그래서 그런지 그림 그리기는 여전히 미련이 많은 부분이었다. 그러던 중에 얼마 전에 서점에 갔다가 김충원씨의  "스케치 쉽게 하기(기초 드로잉)"이라는 책을 봤었다. 잠깐 시간을 내어서 살짝 넘겨보는 정도였는데도 굉장히 기억에 남았다.

  그 후에 이 책을 보게 된 것이다.  내게 있어 색연필이라는 도구는 평상시에 그림을 그리는 도구라기 보다는  문제집을 풀면서 중요 문구에 줄을 치는..그러한 면에서 꼭 필요한 도구였었다. 필통 속에 한 두가지 이상의 색은 꼭 갖고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으로 무언가를 그린다는 생각은 잘 못했었다는...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앞으로는 필통 속에 들어있는 색연필을 단순히 밑줄을 치는데에 사용하는 것으로 그치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색연필화 쉽게 하기"라는 책 속에는 아주 기초적인 내용부터 설명이 시작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실전(?)연습에는 간단하게 줄을 치는 것부터 점차 점차 설명의 범위를  넓혀간다.            마치 낙서를 하듯, 자유롭게 배울 수 있도록..

  책 속에 있는 색연필화 연습장을 통해서 책에 그려진대로 그림을 따라 그리면서, 김충원씨가 그린 월등한(?) 그림 때문에 약간 긴장을 하곤 했지만, 그래도 굉장히 유쾌한 경험을 한 듯 하다.   

  책을 보면서 내내 생각했다.  왜 내가 다녔던 학교의 미술 시간 중에는 이처럼 기초적이고, 자세한 설명을 단 한번도 듣지 못했을까. 만약 그랬다면 지금의 나는...얼마나 다른 모습일까..라는..물론..커다란 차이는 없겠지만..;; 책을 보는 내내 신기함과 즐거움이 크긴 했지만, 반면에 이상하게..왠지 모를..아쉬움이라는 조금은 희한한 생각도 들었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긴 하는데, 이상하게 국내 소설중에서는.. 그닥 기억에 남을만한 혹은 인상적인 책이 없었었다.  잘 찾지도 않았었고..

  그러던 중에 읽게된 이갑재의 "로맨틱한 초상"이라는 책은 조금 의외다 싶은 정도를 넘어서서 약간의 신선한 충격을 받은듯한 ..정말 의외로 강한, 그리고 잘 쓰여진 추리소설이라 할 수 있는 책이었다.

 책의 소개글에는 이 책이 "아트 사이코 팩션"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솔직히 책을 읽기 전에는...사이코면 사이코지..왠 아트? 라는 생각이 들어서..너무 과장된 것이 아닌가 했다. 그리고 과장된 것치고, 그에 합당한(?) 만족을 느끼게 해준 책은 없는지라..                                             약간은..책을 얕잡아 봤다고 해야하나?   게다가 책챡표지의 화려함 또한..나의 이런 생각에 기름을 부었었다. 개인적으로 엄청 화려한 표지는 외려 시선을 거두는 편이었으니까..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는...조금..아니 많이 놀랬었다.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우선은 범인의 잔인한 행동이 놀랍고, 소름끼쳤고..                                                                           책의 여기저기, 숨김없이 드러난 작가의 지식이 놀라웠다.

  책 속에 등장하는, 작가가 풀어놓은 지식은 그야말로 방대하다 싶을 정도로 다양하다.           정신분석에, 오디오 관련 이야기에, 조각.음악 이야기에 성서 이야기까지..정말 다양하고, 그 깊이 또한 감탄이 절로 날 정도였다는.. 더욱 놀라운 건, 이렇게 다양한 것들이 책의 이야기 전개에 있어 전혀 어색하지 않게 이어져있다는 것. 굉장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책의 이야기는 사이코 패스라고 말 할 수 있는 정신질환자와 그를 잡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하여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는 범인.  그는 한 편으로는 뛰어난 예술가였고, 한 편으로는 잔인한 살인자였다.

 책의 이야기는, 추리 소설이다보니까 많이 이야기하지를 못하겠다.   버릇상 이야기다하보면..어느덧 스포일러가 되어 있다는...;;

  추리 소설의 전개 방식을 잘 따라갔으면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