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예술품, 예술가들.. 우리가 흔히 그렇게 지칭하는 것들 혹은 사람들.                                 무언가 우리의 상식 혹은 편견 밖에서 존재하는 것들 혹은 존재하고 있는 사람들.                     개인적으로 그러한 사람들을 동경한다.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삶을 표현하고 살아가고 있는 듯해서.

  그러나 그들 주위에는 나처럼 그들을 동경하는 사람들 외에도, 절대 해서는 안될 일을 했다는 듯이 비난하고 헐뜻는 사람들 또한 파다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하는 행동이, 그들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들이 주목을 받고, 잔잔했던 세상에 센세이션이라는 거칠고 커다란 돌을 던지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조용했던 세상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너무나도 솔직하고, 재밌게 다루고 있다.  그 중에는 이름만 들어도 몇 가지 작품이 생각날만큼 유명한 사람들도 있고,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사람들도 있다.

  총 세 가지의 센세이션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는데, 그 첫 번째는 가부장제에 도전한 페미니즘 展 이다. 그 주인공들로는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카미유 클로델, 오노 요코, 주디 시카고이다. 카미유 클로델이나 오노 요코는 책을 읽기 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들이었는데, 책을 보면서 여자인 나 조차도 그녀들을 사람들이 말하는 한 작가의 애인 혹은 정신나간 여자로 알고 있었다는 것에 놀랬고, 또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미안했다. 카미유 클로델의 경우, 특히나...만약 그녀가 그 시대의 사람이 아니고 지금 현재를 살아가고 있었다면 얼마나 많고 훌륭한 작품을 남겼을까하는 생각에 안타까움이 절로 들었다.

  두 번째 장은 외설과 예술 사이의 시시비비 展  이다. 그 주인공들로는 프란시스코 고야, 에두아르 마네,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 로버트 메이플소프이다. 이 장에서 다루고 있는 인물중에 나의 두 눈을 확실하게 크게 만든 사람은 바로 구스타프 클림트이다.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 중에 <키스>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이다. 화려하고 에로틱하면서도 그 정도가 심하지 않고, 보면 볼 수록 매력이 느껴지는 작품. 그러나 정작 클림트에 대해서는 아는게 거의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그의 새로운 면을 알게 되었다. 그가 그린 "철학","의학","법학"은..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작품이라고 해야하나? 아니면 작풍?? 정말..의외였고, 그래서 그가 더욱 좋아졌다.     그의 제자라는 에곤 실레의 작품도 솔직히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보게 되었는데..클림트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독특하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작품들. 솔직히 좀 충격이었다. 그래서 그가 정말 대단하다 생각되었다는..

  세 번째 장은 고정관념을 처절히 깨부순 파격 展  이다. 그 주인공들로는 부오나로티 미켈란젤로와 퀴스타브 쿠르베, 오귀스트 로댕, 마르셀 뒤샹이었다.  너무나도 유명한 사람이긴 하지만, 아는 것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던 사람들..그 사람들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걸 알게 된 기분이라고 말하면..조금 지나친 것일까?

   지금은 이렇게 그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라고 말하고, 소개되어지는 작가들과 그의 작품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정말 얼마나 많은 비난을 받았을까..불태워진것도 있다고 하니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쉬지 않고, 자신의 예술에 대한 열정을 불태운 덕에 지금 이렇게 우리가 좋은 작품들을 감상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한 없이 고맙고, 또 왠지 모르게 미안하다..  

  이렇게 말하면 또 미안하지만..이 책은 정말 유명한 작가들에 얽힌 이야기며, 작품에 대한 이야기들을 귀가 솔깃해질만큼 재밌게 다루고 있다.  그렇기에 한 번 읽고 휙하니 책장에 꽂아두지는 못할 듯 하다.  

  요즘들어, 그림이나 사진이 가득한 책들을 너무나도 좋아하는지라... 게다가 날씨가 서늘해짐에 따라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지라 여행지에 대한 책이라면 더더욱 두 눈에 불을 키고 보곤 하니까..^^:;  그래서 그런지 책을 받기 전에 책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했었다.  일본이란 곳, 그중에서도 도쿄라는 곳은 예전에는 물론, 요즘들어 가장 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솔직히 처음 책을 받아보고는 약간 실망을 했었다.  핸드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담은 책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진에 대한 큰 기대는 하지 않았었지만, 휘리릭 책을 넘겨보면서 드는 생각이 "아..그래도 너무 흐릿하다..."라는 것.  책을 읽어보기 전에는 책으로 낼거였으면 좀 카메라가 좋은 핸드폰으로 찍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을 정도로..

  그러다가 책장을 넘기게 되고, 글을 통해 작가가 하려는 말을 듣게 됨으로 인해 점차 점차   사진을 보는 눈이, 느껴지는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10년이나 직장생활을 했던 사람이 모든 걸 접고 날아간 곳. 그것도 사진을 배우기 위해서. 적지 않은 나이에 낯선 땅에서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울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럽고 또 부럽기도 했다.  그러면서 점점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에, 그녀가 느꼈던 것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이 가기   시작했다.

    그러한 시선에서 보는 책 속의 사진들은... 무척 따뜻했다.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낯선 땅, 일본의 도쿄라는 곳이 마치 어릴적에 살았던 시골 동네 같이 느껴질 정도로.. 

  흐릿하고, 정확하게 사물이 보이지는 않지만, 그 흐릿함이 더욱더 정겨웠고, 따뜻하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마지막에는 만약 책 속의 사진들이 전문 카메라로 찍은것과 같이 또렷하고, 멋졌다면...어쩌면 작가의 생각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굉장히 맛있는 글로 사람을 즐겁게 하는 작가를 따라서, 익숙하지 않은 곳 도쿄를,  마치 언젠가 한 번 가봤던 곳과 같이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다.

  행복에 관한 평범한 가족의 특별한 이야기라고 표지에 써 있으나 그 책의 제목은 "육육삼십육". 대체 제목이 무슨 뜻인지 도통 감이 오지 않았다. 책을 읽다 보면 알겠지 싶었으나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제목을  생각하면 머리속에 물음표만 가득하다는...그러나 표지에 써 있는 '행복에 관한 평범한 가족의 특별한 이야기'라는 문구는 책을 읽으면서 바로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이 책속에 아니 카툰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요즘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존재이다. 맞벌이 부부에 엉뚱하면서도, 귀여운 딸아이. 영어 학원 강사이지만 락커의 기질을 숨기지 못하고, 포기하지 못하는 친구. 이웃에 살면서 손녀를 돌봐주는 할아버지, 할머니.                        정말이지 말그대로 '평범'한 사람들이 그 주인공인 것이다. 게다가 그들의 이야기 또한 평범하다. 그저 사는 이야기들..때로는 회사 일로, 상사 때문에 상처 받고, 맞벌이 부부라는 상황 때문에 가정일로 인해 갈등하고, 현실과 꿈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람들..

  아무 생각없이 보고 있으면 그저 평범한 이야기 일 뿐인데, 왠지 모르게 점점 가슴이 찡해 온다. 잔잔하게..물결이 번지듯이 가슴이 따뜻해져 온다고 할까?                                                       그러다가 어느 순간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게 되어버린다는. 읽으면서는 책장이 넘어가는줄 모르고 있다가, 다 읽고 나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바쁘게, 그저 정신없이 하루 하루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 일상의 평범함을 되새겨보거나 할 만한 시간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저 하루하루가 바빠서, 정신이 없어서..바로 지금이,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평범한 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얼마나 따뜻함이 가득한지를 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 아닌가 한다. 물론 나 또한 그 중에 아주 대표적인 사람이라고 할 만큼, 평상시에는 그 순간의 소중함을 잊고 사는 경우가 많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문득 "고무신"이라는 만화가 생각났다. 아주 오래전부터 봐와서 이미 내용을 다 알고 있음에도 채널을 돌리다가 문득 리모콘 작동을 멈추게 하는 그 만화. 다루는 인물과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왠지 느껴지는 느낌은 비슷하다고 할까?

 암튼!!  이 네 컷의 만화가 그 소중함을 되새길수 있도록 해준것 같아서 더욱 따뜻하고, 그래서 더욱 고마운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