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책을 봤을 때는 노란색 표지에 살짝 금이 가있는 검은 계란이 담긴 표지에 고개를 갸웃했다. 대체 표지 만으로는 어떤 내용인지 전혀 짐작이 아니간다는...;; 표지에 살짝 아쉬움을 표하면서 책장을 넘겼는데,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단 번에 어떤 사람인지가 파악이 되었다.

 나이가 서른이 넘어서도 어린 시절 처음 만났던 필립 말로를 동경하며 진정한 탐정의 삶을 꿈꾸며 살아가는 주인공.  그가 동경하는 필립 말로는 상대방에게 냉정하고도 확실한 말을 꽂아줄 수 있으며, 살인 사건이나 강력 범죄 수사에 참여했던 말 그대로 뛰어난 탐정이었다. 그러나 주인공의 탐정 사무실은 자살한 요리사로 인해 싼 값에 구할 수 있었던 외소한 공간이며, 살인 사건 의뢰 대신에 도망간 혹은 잃어버린 애완 동물 수사 의뢰가 들어온다.  그것도 아주 드문드문. 생계가 위태로울 정도로...그 와중에도 순페이는 자신의 야릇한 환상(?)을 충족시켜줄 만한 비서를 뽑기로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와 함께 일할 비서로 뽑힌 여성은 여든이 한참 넘은 할머니였다. 젊고 나이스 바디의 여성을 상상했던 주인공에게 커다란 상처(?)를 준 할머니 비서 "아야".  그녀는 통화를 할 때나 노래를 할 때를 제외하면 주인공을 매번 낙담하게 만드는매력(?)을 지닌 여성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아야와 주인공은 함께 탐정일을 하게 되고, 그 와중에  고객의 의뢰로 맡게 된 "꼬맹이"라는 시베리안 허스키로 인해 진정한 범죄 사건 속으로 뛰어들어가게 된다.

  책을 읽다 보면  주인공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나도 모르게 코웃음을 칠 때가 많았다.  필립 말로의 삶을 동경하여, 그의 행동을 그대로 닮고 싶었던 주인공. 그러나 현실은 머리속에 가득한 말과 행동들을 그대로 실천하기에는 장애물 투성이다. 그래서 언제나 그의 머리 속에만 머무는 말과 행동들. 모순된 그 모습들이 내게는 순간적으로 코웃음을 유발했다. 그런데 그건 아주 잠시였다. 아주 잠시..

 막상 주인공이 살인 사건 속으로 뛰어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그 무모하다 싶은 모습을 상상하면서는 왠지 모르게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누구나 동경하는 인물이 한 둘은 있게 마련이고, 그와 같은 삶을 살고 싶어서 안달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안달에서 그치기 마련. 그 이유야 수 만가지가 되겠지만.. 나 또한 누군가의 모습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머리속에서는 수많은 말들과 행동들이 맴돈다. 막상 현실에서는 전혀 다른 말과 행동들을 할지라도..동경하는 인물이 주인공처럼 위험스런 일에 참여해야하는 것도 아닌데, 나는 왜 이러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그것은 어디까지나 너무나도 개인적인 생각이고...;;

 책에서 주목해야 하는 인물을 꼽으라면 나는 무조건 슌주인공보다는 아야를 꼽고 싶다. 나이 여든이 넘어서, 오래 걷는 것 조차 힘들어하던 그녀가 마지막으로 택한 직업. 그것은 일반 사무실의 비서도 아닌 탐정 사무실의 비서였다. 필립 말로가 누군지도 모르고, 하드보일드를 그저 삶은 계란으로만 생각했던 아야. 그녀의 마지막이 쓸쓸하긴 했지만  마지막이 되기 전 그녀의 삶은 아마도 가장 행복하지 않았을까..

 제목이 하드보일드 에그이고, 등장하는 인물의 직업은 탐정. 그래서 뭔가 화끈한 액션(?)을 기대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잔잔한 감동이 더 크게 다가오는 탐정 이야기가 아닌가 한다.

 언제부턴가 서점에 가거나 도서관에 가면 책장 한 켠에 자랑스럽게 놓여져 있는 부류의 책들이 있다. 그 이름도 화려한 "어른을 위한 동화".  처음 몇 권을 봤을 때만 해도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그 수가 자꾸만 늘어가는 걸 보면서 문득 "왜?"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동화면 동화인거지...그 앞에 왜 어른을 위한이라는 타이틀이 붙는건지...                                     아이들이 보는 동화와 어른들이 보는 동화는 많이 달라서 인가?  그냥 동화라고만 하기엔, 무언가 부족해 보이던가? 아니면...그냥 동화라고만 하기엔 어른이라 할 만한 나이의 사람들이 보기에 조금 부끄럽게 여길 수도 있기 때문에 배려를 한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단지 상업적인 수단의 하나 일까?   결론은 상업적인 수단의 하나가 아닐까하는 생각쪽으로 많이 기울기도 했지만..

  칼리나 스테파노바의 책 표지에도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쓰여있었다.  책 속에는 제목과 같이 앤이라는 여자와 그녀와 함께 하는 일곱명의 요정이 등장한다.  어느날 우연히 자신의 곁에 머물고 있는 요정을 보게 된 앤.  처음에는 그 작고 움직이는 것들(?)이 신기하고, 놀라웠지만 점차 그 일곱 요정들을 관찰하면서 신기함보다는 편안함을 더 느끼게 된다.  일곱 요정들에게서 자신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요정들에게 "도.레.미.파.솔.라.시"라는 이름도 지어주며 그들과 함께 하는 나날이 더욱 익숙해져 간다. 함께 여행을 가기 위해 그녀에게 온 앤의 어머니 또한 자신의 요정을 볼 수 있으며 늘 함께 한다는 것에 놀라기도 했지만,  어머니의 설명과 요정들의 말을 들으며 앤은 마음을 가라 앉힌다.

  처음 앤이 요정을 보고 내 곁에도 혹시나...??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내 주변에 머무는  요정이 있지나 않을까?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면 엉뚱한 생각이라기보다는 간절한 바람에 가깝기도 했지만...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동안이라도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항상 나와 함께 해주면서  내 곁에 머물러 준다고 생각하면..왠지 마음이 따뜻해질 것 같기도 하고,  안심이 될 것 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울한 일이 생기더라도, 덜 우울할 것 같고..^^:;

  책의 내용은 앤이라는 주인공이 어느 날 자신의 곁에 머무는 일곱 요정들을 보게 되고, 얼마 후에 여행을 하기 위해 온 어머니와 함께 여행을 하면서 요정들과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 전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나누는 대화들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그저 동화의 한 장면이라고 넘기기엔 조금 생각을 하게 되는 부분이 많다.  마치 뼈가 있는 농담처럼...  

 책을 읽으면서 초반에 했던 생각은 요즘들어 왜이리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쓰인 책들이 많은가 였다. 그리고 결론은 하나의 상업적 수단이 아닐까였는데...책을 읽다 보면서 다른 생각이 점차 점차 피어 올랐다. 물론 상업적인 수단 중에 하나가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한편으론 순수하다 할 수 있는 아이들이 보는 동화와는 조금 차이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순수함으로 뭉쳐서 책 속의 이야기를 그대로 흡수 할 수 있는 아이들과, 그 책을 통해  잃어버린 혹은 잊고 살아가는 "순수"를 되살리고자 하는 어른들의 차이랄까?

  책 몇 권을 통해서 나의 잃어버린 순수함을 되찾겠다는 것 자체가 무리겠지만.. 그래도 내가 순수함을 잃어가고 있구나....하는 점을 되새길 수 있게 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책이 아닐까 한다.

  TV의 뉴스나 시사 프로, 인터넷의 기사를 보던 중에 이스라엘 이야기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손을 멈추고 시선을 고정하게 된다. 그냥 왠지 모르게 그렇게 된다고 할까? 볼때마다 안타까운 일들이 끊이지 않는 곳. 평화로움이라는 단어를 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기기까지 하는 그 곳.                                                                                                                    

 그러나 정작 그 곳에 대해, 그 나라 사람들에 대해서 아는 바는 거의 없다.  볼때마다 안타까움을 느끼긴 하지만, 왠지 모르게 먼 나라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일까? 그러면서도 관심을 갖고 있는 내 자신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질 뿐이다.

  아모즈 오즈라는 작가는 내게 있어 무척 낯선 존재였다. 책을 좋아하긴 하지만,  독서 편식이 조금 심한 편이기에....그럼에도 선뜻 손을 뻗은 이유는 그가 자신의 나라 이스라엘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12살 어린 소년의 시선에서..

  주인공 프로피는 정확히 아직 13살도 되지 않은 어린아이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가 속한 곳은 전쟁이 한참인 곳이고,  그의 주변에는 온통 그들이 적으로 받아들여야하는 사람들 뿐이다.  그는 자신의 나라를 세우기 위해 친구들과 지하조직을 만들고, 우연히 알게된 영국인 경사에게 군사적인 비밀을 빼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프로피는 영국인 경사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날 수록 점점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고, 결국엔 동료들에 의해서 배신자라는 판결을 받게 된다.   

  낯선 나라의, 낯선 작가의 글들은 언제나 왠지 모르게 어색하고 불편하곤 했다.  그래서 읽는 내내 단지 문화적인 차이가 있어서 힘들뿐이라며 스스로를 달래곤 하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아모즈 오즈의 책은 낯선 나라의, 낯선 작가의 글임에도 불구하고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었다. 게다가 그의 표현력에 은근 감탄을 하곤 했다. 간결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여운이 남는 문체라고 할까? 문체가 어렵다거나 무언가 독특함이 있는 건 아니지만 팔랑팔랑 책장을 넘길만큼의 가벼움이 아닌, 무게가 느껴지는 문체였다.

 책을 읽은 후에 조용히 생각했다.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과연 누구 인가?                                  흔히, 노인, 아동, 여성이라고들 하는데..개인적으로는 아동이 아닐까 한다.                                 완성된 탑의 형태가 아니라 이제 막 탑을 쌓기 시작한 아이들인데..                                              그 아이들의 정신 세계에서 전쟁의 모습을 어찌 받아들일까..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받아들여서,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그리고 그 후의 삶은...과연 진정한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인가?

.  프로피의 행동과 생각들에게서는 순수함이 엿보였지만, 왠지 모르게 그 순수함이 더욱 씁쓸하게 다가오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