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된다며 설레이는 마음을 가졌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2월의 중순이다.

이제는 어느 덧 한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더불어서 다가올 새해를

준비해야 한다. 아직 어떠한 일이 눈 앞에 펼쳐질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그래서 더욱 올 한 해의 마무리가 내게는 무척이나 힘들게 여겨진다.  

설레임보다는 두려움이 그 어느 해보다 크기에...

 

 그래서 누군가의 위로가, 나를 걱정해주고 생각해주는 마음에서 해주는 위로가

진심으로 필요했다. 아직 생각의 나무가 덜 자라서 인지 몰라도..

철부지 같이..힘들다 여겨질 땐 자꾸만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지고, 위로 받고 싶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김미라씨의 위로라는 책은 약간의 오바를 하자면

사막의 오아시스 같았다.

잔잔한 표지와 솔직한 제목. 누군가로부터의 위로가 필요했던 내게는...

 

 책 속에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솔직하면서도 아픈 마음을 쓰다듬어 줄 수 있는 글들이

담겨져 있다.  더불어서 눈이 편안해지는 사진들도 함께..

 

 책을 보면서 여러 번 덮었었다.

자꾸만 줄어드는 페이지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솔직히 아껴서 읽고 싶었다. 아끼고 아껴 보면서 내 스스로를 위로하고,

달래주고 싶어서..

아끼고 아껴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책은 너무 쉽사리 끝을 보였다.

다 읽은 다음에는 아쉬움이 조금 자리잡았지만, 그보다는 고마움이 더 크게 자리잡았다.

 

 날씨가 차고, 생각이 많아져서 그런지 요즘 유독 두통이 심했다.

가끔은 책이, 좋은 글들이 가득한 책이 두통약 2알보다는

훨씬 좋은 치료법이 된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해준, 내게는 정말 고마운 책이었다.

 책의 표지를 처음 봤을 때 문득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여인의 삶이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넓디 넓게 펼쳐져있는 산과 집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언덕에 올라서서 온 몸을 천으로 휘감고 서 있는 여인의 모습. 움츠리고 있는 듯한 그녀의 어깨가, 왠지 모르게 고단해 보였다.

 전쟁이야기, 혹은 전쟁에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하면 왠지 모르게 손이 간다. 전쟁으로 인해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 송두리채 변하는 것을 보면 늘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왠지 모르게 그들의 삶이 궁금하다고 하면..조금 이기적일지 모르겠지만.

 책 속에는 두 여인이 등장한다. 주인으로 모시던 사람에게서 태어난 죄로 외딴 곳에서 어머니와 단 둘이서 살아가는 마리암.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가 왜 자신과 어머니를 단 둘이 살게 하며, 따로 떨어져사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단지 그녀의 아버지가 자신을 무척 사랑하고 있다고만 생각하고 살아간다. 그녀의 어머니는 그런 그녀를 비난하며, 늘 아버지를 욕하곤 한다. 그러나 아버지를 너무나 사랑했던 마리암. 어머니의 충고 겸 경고를 무시하고, 결국엔 아버지와 함께 살기 위해 집을 떠난다. 그리고 아버지가 집 안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리암은 아버지가 안 계시다는 이유로 집 밖에서 하루 밤을 보낸뒤, 운전 기사에 의해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상처를 받고 집으로 돌아온 그녀를 맞이한 것은 마리암의 부재를 이기지 못하고 자결한 어머니였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홀로 남게 된 그녀를 아버지가 데려가지만 곧 나이도 훨씬 많은 어떤 남자에게 시집보낸다. 마리암은 강력하게 거부하지만, 아버지가 제발 자신을 그만 괴롭히라는 말 한마디에 낯선 남자와 결혼하게 된다. 그로써 그녀는 아버지를 비난하던 어머니의 말들이 모두 옳았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녀가 결혼 할 당시 그녀의 나이는 열 다섯이었고, 그녀의 남편이 될 사람의 나이는 마흔 다섯이었다. 그는 이미 한 번 아내와 아들을 잃은 경험이 있던 사람이었고, 무척이나 고지식하고, 무척이나 난폭한 사람이었다.

 책 속에 등장하는 또 한명의 여인 라일라. 그녀는 마리암과는 다르게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어느 정도 교육을 받기까지 한 여인이었다. 그러나 그녀 또한 전쟁에 의해 부모님을 잃게 되고, 사랑하던 사람마저 죽은줄 알고 그 충격으로 마리암의 남편과 결혼하게 된다. 그때 그녀의 나이는 열 세살이었고, 죽은 줄 알고 있던 연인의 아이가 있는 상태였다. 갑작스레 남편의 둘째 부인이 된 자신보다 어리고 예쁜 라일라를 마리암은 처음에 거부했다. 그녀로 인해 자신의 삶이 더욱 고달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두 여인은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마치 모녀지간 같은 정을 쌓아가기 시작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여인은 마리암과 라일라, 단 둘 뿐이다. 그러나 그녀들이 보여주는 삶은 그녀들만의 삶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왠지 모르게 가슴이 먹먹해졌다.

전쟁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을 모두 잃은 두 사람.  그리고 택한 삶이란 것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마지막에 이르러서 용기를 내보지만..그 용기를 내서 행한 행동의 결과는 처참하다는 생각이 들뿐이었다. 그러나 그래도 그 용기있는 행동이 마리암을 자유롭게 했고, 라일라를 행복하게 했다. 가슴이 아프긴 했지만, 그래도 마지막에라도 행복한 라일라를 볼 수 있어서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눈으로 보이지 않고, 자세한 이야기조차 들을 수 없는 머나먼 땅. 지금도, 내가 책을 읽고 있는 동안에도 아마 그 땅의 거의 모든 여성들이 이와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진 않을까하는 생각에...

  소개글에는 세상의 모든 딸들이 읽어야 할 바로 그 책이라는 문구가 있다.                               생각하기를, 세상의 모든 딸들로는 부족하지 않을까..세상의 모든 사람들, 특히나 남성들이    읽어봐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작가가 누군지 보지 않고 무작정 페이지를 넘겼었다. 제목이나 표지를 보고 작가가 누구인지 생각하기도 전에 이미 이 책이 마음에 들어서랄까..? 그랬는데, 읽다보니 누군가가 생각났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책을 덮고 표지를 다시 보았다. 결과는 역시...오기와라 히로시.  이 책을 읽기 바로 전에 읽었던 "하드보이드 에그"의 작가였다. 문체가 심심하지가 않고 통통 튀는 듯한 느낌이랄까?전작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 번 책도 다르지 않았다. 시작부터 왠지 모르게 집중력을 높이게 되는 책. 작가가 오기와라 히로시라는 것을 알고 다시 한 번 기대치가 올라가고, 집중력이 높아졌다.

   주인공 료헤이. 전직은 밴드의 보컬(?)이었으며, 나름 커다란 광고대행사에서 일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뇌와 입의 거리가 다른 사람들보다 가까운지라...그로인해 머릿속에 떠오른 말을 그대로 입밖에 내보내고 마는 나쁜 버릇이 있었다. 그래서 겨우 입사한 회사에서도 입사 후 처음 참여한 기획회의에서 자신의 상사에게 거침없는 폭력(?)을 행사하여 고객상담실로 좌천 당한다. 고객상담실이란 마치 젊은 여성들이 짧은 치마를 입고 전화기 앞에 앉아 대기를 하고 있을 듯한 느낌이 들지만, 실상은 바퀴벌레 하우스라 불리는 곳으로 그곳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모두 다 평범하다고는 할 수 없다. 스트레스로 인해 말을 할 수 없게 된 사람, 회사 컴퓨터로 주로 야동사이트를 접속하는 사람, 실장이라는 직책을 맡고는 있지만 전혀 하는 일이 없어보이는 사람....그 중에서도 대박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시노자키란 인물.  지각을 밥먹듯이 하고, 회사의 돈을 마치 개인 돈인마냥 사용하는 사람. 그러면서도 고객 상담실에서 가장 뛰어난 스킬을 가진 사람. 이렇게 무언가 특이한 사람들이 모인 그 곳 고객상담실. 언제 목이 달아날지 모르는 사람들의 모임이지만 료헤이는 이곳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말도 안되는 불만 사항을 접하면서 왠지 모르게 이곳에 적응해가게 된다.  게다가 회사의 터무니없는 비밀을 알게 되는데...

 료헤이가 고객상담실로 가서 고객들의 전화를 받게 되면서는 손에서 책을 놓기가 힘들었다. 내가 현재 하는 일이 서비스업이라서 그런지 몰라도..공감 100%, 아니 200% 정도?진짜 말도 안되는 이유로 불만을 늘어놓는 사람들 그것도 마치 돌진하듯  불만을 털어놓는 사람들... 책을 읽으면서 마치 내가 료헤이가 되어 화가 난 고객을 대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만큼 책의 내용이, 글들이..굉장히 현실적이라고 할까? 아마 무슨 일이든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깊게 공감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기와라 히로시의 전작을 읽으면서 글을 굉장히 재미있게, 그러면서도 마냥 웃지만은 않게 쓰는 기술(?)이 대단한 작가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신으로부터의 한마디"라는 책은,      그야말로 오기와라 히로시만의 매력이 절절하게 묻어나는 책이 아닌가 한다. 사회 생활을 조금이라도 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 그러면서도 마지막엔 시원하게 한 방 터쳐주는 센스~! 정말 유쾌하고, 또 통쾌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