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탈린.
그가 다스리던 나라, 그 시대에 살았던 것도 아니며 그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지만 그 이름을 떠올리고,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왠지 모르게 알 수 없는 공포감이 슬쩍 느껴진다. 마치 히틀러를 떠올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하지만 한 편으론 그에 대한 궁금증이 일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욕하고, 비난 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은 그를 찬양하고 있는 이유가 무언인가 싶어서...그래서 그런가 책의 표지에 써있는 "스탈린의 비밀 노트"라는 글이 제목보다 훨씬 크게 보이는 듯 했다.
아크엔젤은 스탈린에게 알려지지 않은 비밀 노트가 있다라는 전제하에 시작되는 책이다. 놀라운건 스탈린의 비밀 노트가 실제 역사에 기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비밀이라는 말 자체에 어느 정도 신비감이 느껴지는데 그것이 스탈린이라는 인물의 것이라면 얼마나 놀라운 것일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주인공 플루크 켈소는 인생을 거진 스탈린만을 연구해온 인물이었다. 어느날 우연히 참석하게 된 러시아 학회에서 스탈린의 비밀 노트라는 것에 대해서 알게 된다. 방청석 맨 앞줄에 앉아서 경청하면서 스탈린을 비난하는 말이 나올 때마다 격렬한 반감을 드러내곤 했던 노인. 알고보니 그는 스탈린의 마지막을 곁에서 지킨 인물 중에 한 명이었다. 그리고 그의 입을 통해 듣게 되는 비밀 노트의 존재. 노인의 이야기를 확신하지는 못했으나 이미 자신의 관심을 온통 사로잡아버린 스탈린의 비밀 노트. 켈소는 다시 그 노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결국 그의 딸을 찾아 노인을 찾아가게 된다. 그러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찾아간 곳에서 그는 노인의 처참한 시신을 보게 된다. 이미 누군가가 비밀 노트를 찾기 위해 노인을 다녀갔던 것이다. 노인의 죽음으로 인해 공포를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확신을 느낀 켈소는 노인의 딸과, 자신을 뒤따르던 기자와 노인의 쪽지를 바탕으로 스탈린의 비밀 노트를 찾게 된다. 게다가 노트를 통해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노트에서 말하고 있는 아크엔젤이라는 곳으로 떠난다.
일단은 프롤로그라고 하여 책의 시작이 라파바(스탈린의 임종을 곁에서 지킨 노인)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부분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마치 어린 손자에게 옛날 이야기를 해주듯이 이야기해주는 것이..책을 읽는 나 또한 그의 곁에서 그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했다. 시작이 매우 자연스러웠고, 흥미로웠기에 책에 대한 집중력이 쉽사리 생겼다고나 할까? 게다가 정치적인 내용도 있고하다보니까 조금은 지루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야기가 진행되던 중에 지루하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모르는 정치 이야기가 종종 나올 때는 조금 버벅거리기는 했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스탈린의 비밀 노트라는 것이 너무 쉽게 찾아진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긴 했지만..마치 얼마 전에 봤던 "한반도"라는 영화에서 옥새가 나온 장면 같다고나 할까? 좀 더 복잡하고, 좀 더 어렵게 찾을 줄 알았던 것이 예상 답안 처럼 떡하니 나와버리니까...조금은 허탈하기까지 했다. 그치만 그 이후의 전개는 무척 흥미로웠다.
스탈린의 비밀 노트라는 표지에 적힌 글 때문에 그 노트 자체로 인해 커다란 파장이 일어나는 줄 알았지만, 그보다는 노트로 인해 밝혀지는 어느 인물 때문에 더욱 큰 파장이 번진다는 내용. 의외의 전개였지만, 그 부분이 무척 흥미로웠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스탈린도 어쩌면 외로움을 타는 그저 그런 평범한 부분이 있는 인간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홀로 선 존재. 그리고 주변인들과 깊은 교류를 하지 못했던 사람. 스탈린이라는 사람의 안쓰러운 면은...어느 정도 봐줘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비록 그가 저지른 만행은 용서 받을 수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