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최고의 작가. 부커 상 수상작.   소개글을 보니 작가에 대한 찬사가 엄청났었다. 그래서 그런지 실질적으로는 처음 대하는   작가의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보자마자 기대감이 뭉글뭉글 피어났다.

 흰 바탕에 중성틱하면서도 여성적인 느낌이 물씬나는 여성이 양팔을 감싸고 있는 듯한 모습의 표지. 그리고 그 옆의 카메라. 표지를 보고 마음에 들어 더욱 기대감이 커졌다.

 여성이었음에도 여성이라는 성에 갇혀있지 않고, 자유로운 삶을 살다간 몰리. 그리고 그녀를 사랑했던 네 남자. 그녀의 남편이자 마지막엔 그녀를 단독으로 소유하기까지 했던 재벌남 조지, 그녀의 옛 애인이자 좋은 친구였던 작곡가 클라이브, 편집국장 버넌, 그녀의 정부였던 외무장관 가머니. 그들은 그녀의 장례식장에서 원치 않던 만남을 가진다. 얼마 후 조지는 몰리의 물건 중에서 가머니의 지극히 사생활적이지만 공개되었을 경우 그의 정치 생명을 위협하게 될 사진 세 장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를 파멸시키기 위해 버넌에게 신문에 낼 것을 요구한다. 신문 매출이 계속 하락중이던 버넌은 그 사진을 보자마자 절호의 기회라 생각했고, 이를 알게 된 클라이브는 사진을 낼 경우 몰리를 욕하는 것이라고 반대한다. 이 일을 계기로 절친했던 두 친구는 강하게 대립하게 되고, 막판에는 암스테르담으로 향하게 된다.  

 책은 시작부터 무척 무거웠다. 시작이 장례식이었고, 그녀를 사랑했던 남자들이 등장해 그녀의 암울한 마지막 모습과 장례식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으니..이렇게 무거운 분위기는 이야기가 끝나는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몰리가 떠난 후 그녀를 잊고 자신들의 삶을 잘 살아갈 줄 알았던 인물들이 그녀가 남기고 간 사진으로 인해 점점 구석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몰리가 남기고 간 사진은 가머니의 지극히 사생활적인 면이 담긴 것이었다. 공개 되었을 경우, 그의 정치적인 생명은 물론이거니와 개인적은 생명까지는 위협 당할 만큼, 그에게는 치명적인 사진이었다. 사진 공개를 놓고, 오랜 친구이자 절친했던 클라이브와 버넌은 강하게 대립한다.

 대립하는 과정에서 버넌이 제시했던 근거는 시민들의 알 권리였다. 속셈이야 신문을 살리고자 함이었겠지만... 언론인들이 말하는 시민들의 "알 권리"라는 것이 과연 어느 정도에다 선을 그어야 옳았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여름 날씨 변덕 부리듯이          수시로 변하는 그 "알 권리"의 범위. 한 사람의 인생을 무참하게 파괴할 수도 있고, 한 사람을 살릴 수도 있는 무서운 "알 권리". 언론을 향해 목소리를 낼 수 있지도 않고,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타입도 아니기에 뭐라 할 말은 없지만..그래도 버넌의 주장을 보면서 문득 그러한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들의 마지막 무대가 되었던 "암스테르담".  처음에는 도대체 왜 하필 "암스테르담"이 그 마지막 장소가 되었는지 몰랐었다. 그러다  나중에 살짝 알게되기로 암스테르담이 현대인이 추구하는 모든 자유가 합법적으로 보장되는 곳이라고 했다. 마약, 안락사, 자살까지도...굉장히 낭만적인 곳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낭만적임 이면에 그와는 대조적인 무서움이 숨어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생각보다 얇았지만, 각각의 페이지마다 자그마한 글쓰들이 가득했다. 그래서 생각보다 읽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지루하지는 않았다.  

일본 소설을 참으로 좋아한다. 그러면서도 일본 작가나 책들에 대해서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나름 믿음을 갖고 찾아보는 책이 나오키 상을 수상한 책들이다.                                       대부분의 수상작들이 마음에 들어서 그 작가의 다음 책들까지도 찾아보곤 한다.  그렇기에     나오키 상을 수상한 책이라고 하면 절로 시선이 옮겨 간다.  이 책 또한 나오키 상을 수상한 작가의 책이라고 하여 절로 관심이 갔다.  게다가 그 작가분이 재일교포라니.. 관심이 엄청나게 증폭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불어서 기대감도 함께... 

 책의 내용은 주연 배우급이라 할 수 있는 긴짱이라는 인물과, 그의 곁에서 마치 그를 신처럼 따르며 그의 그림자가 되고자 하는 야스라는 단역 배우, 긴짱의 아이를 가졌으나 그에게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긴짱이 아닌 야스와 결혼을 하는 여배우 고나쓰의 이야기다.

 책 소개글에서는 분명히 "코믹"이라는 단어를 본 듯했는데..책을 보면서는 웃을 수 있는 장면이 단 한 장면도 없었다. 비웃음이라면 또 모를까..그러나 그 비웃음 또한 상황 자체가 코믹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정말 어이가 없어,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코웃음 정도라고나 할까?

  책을 읽다보면 책의 내용에 빠져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부분 주인공 혹은 등장 인물의     심리나 상황에 도취되어 마치 내가 그 사람이 된 듯하기 때문인데, 그 사람을 응원하기도 하고 상대방을 비난하기도 하면서 책에 점점 빠져들게 되기 마련인데..

  이 책은...책을 보는 내내 공감은 물론이거니와 응원의 한 마디도 해주고 싶은 인물이 없었다. 쯧쯧 혀를 차는 수밖에..

 솔직히 말하면 책을 보기 시작하면서부터 끝까지 굉장히 마음이 불편했었다. 주변의 실존 인물이라면 정말 상대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하면 너무 심할지도 모르지만..정말, 진심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타입의 사람들이었다.

  완전 제멋대로에다가 사람 소중한 줄 전혀 모르는 긴짱이나, 대체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그저 좋아서 네네 거리는 야스나, 무언가 바꿀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노력하지 않으려 하고, 그 노력이 고작 도망뿐인 고나쓰나..

  답답하고, 또 답답한 내용이었다. 책 장은 빠르게 넘어가긴 했지만, 솔직히 편안하게 즐기면서 볼 수 있는 책인줄 알았는데 완전 예상을 빗나가는 바람에 조금은 실망스런 책이었다.

제목을 처음에 보고 대체 얼마나 그 슬픔이 크길래 싶었다. 만가지. 만가지 실픔이라니..무언가 굉장한 슬픔이 담긴 책이 아닐까 싶었고, 곧이어 이것이 작가의 실제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화라는 것을 알게되자 더욱더 책의 내용이 궁금해졌다.

  책의 주인공이자 작가인 엘리자베스 김은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당시 시대는 혼혈아란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던지라, 그녀의 어머니는 가족들에 의해 살해 당한다. 그녀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외삼촌에 의해 엘리자베스 김 또한 목숨이 위험했지만 그녀를 안타깝게 여긴 외숙모에 의해서 간신히 목숨을 건진다. 그 후에 외숙모에 의해 고아원에 맡겨지고 곧 미국으로 입양된다. 어머니의 나라 한국을 떠나면 불행이 끝날줄 알았으나 아버지의 나라 미국에서의 불행 또한 끊이지 않았다. 그녀를 입양한 부모님은 근본주의 기독교에 아주 충실하신 분들이었다. 어리고, 아무것도 몰랐던 그녀에게 기독교 양식을 강요하고, 자신들의 틀에 맞추려고한 했던 부모님. 덕분에 그녀는 원하지 않은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원치않았던 결혼은 결국 그녀에게 또 다른 슬픔이 되었다.

 책은 시작부터가 무척 강했다. 어머니의 죽음을 바로 눈앞에서 목격하게 된 아이.  게다가 사고도 아니고, 가족에 의해서 살해당하는 모습을.  책을 통해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읽는 나 조차 이렇게 강한 충격을 받았는데, 실제 보인은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을까 싶어서 무섭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무리 유교적인 전통이 강했다고해도.. 한국에서 태어났고, 자란 나도 이해할 수가 없는 부분이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싶고, 아이가 받았을 충격이 얼마나 컸을까 싶어서 가슴이 먹먹했다. 어머니가 자신으로 인해 살해당했다는 죄책감이 그녀를 평생 따라다녔을 것 같았다. 생각만으로도 너무나 가슴이 아픈...

 시작이 강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책의 내용에 집중할 수 있었고, 책을 손에서 놓기가 쉽지 않았다.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한 나라를 떠나면 좀 더 행복할 수 있을줄 알았지만, 새로운 나라에서 새로운 아픔을 겪어야 했던 그녀.그녀의  새로운 가정은 정말 서프라이즈 그 자체였다. 그렇게 숨막히는 곳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싶고..그녀가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하니까 가슴이 답답했다.

 요즘은 명절이 되면 TV에서는 외국인들 혹은 혼혈인들이 나와 장기자랑을 하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그러한 프로를 보면서 때로는 웃고, 때로는 웃는다.  불과 몇십년 전까지만해도 엘리자베스 김과 같은 경우는 흔하다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몇 십년 후인 지금은 그들을 인정해주고, 오히려 그들을 배척하려는 자들이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  생각해보면 정말 엄청난 변화가 아닌가. 

 그 엄청난 변화가 당연한 것이고, 환영할 일이지만...왠지 엘리자베스 김을 생각하면 씁쓸함이 느껴진다..

 처음부터 책이 끝나가는 부분까지 그야말로 엘리자베스 김. 그녀의 아픔이 절절하게 묻어나다못해 읽는 이로 하여금 함께 아파하게 만드는 책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