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거스르면서 살았던 혹은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별별 생각이 다 든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과연 그들은 행복할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때로는 남들과 다른 삶을 산다는 것은 과연 어떠한 느낌이 들까하는 궁금증이 일기도 한다.  평범 그 자체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나로선 과연 어떠한 삶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 삶.

 책의 주인공 난설헌 또한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삶을 살았던 인물이었다. 태어남과 동시에 여성이라는 굴레에 갇혀 어려서는 아버지를, 성장해서는 남편을, 나이가 들어서는 아들을 마치 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존경하고 따르는 삶을 살아가야 했던 시대.남성으로서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여성으로서는 그야말로  최악의 시대가 아닐 수 없다.

 난설헌이 태어나고 자란 시대는 그렇게 여성에게 오로지 순종적인 모습만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시대적인 모습을 꾹 참고 지낼 수만은 없었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아버지께서 정해주신 남자와 결혼을 했고, 그 남자의 아이까지 낳았다. 그러나 곱디 고운 아이를 잃고, 그 충격으로 뱃속에 있던 아이마저 잃게 되었다. 상처투성이가 된 그녀를 감싸안아주어도 모자랄 판에 남편은 그녀를 무관심으로 대했고, 시어머니는 인간 이하의 대접을 하였다. 결국 그녀는 모든 것을 버리고 시댁을 탈출한다. 그리고 드디어 그녀가 원했던 삶을 살아간다.

 난설헌이라는 여인은 내게 매우 익숙하면서도 낯선 여인이었다. 고등학교 문학 시간, 홍길동 전에 대해서 설명하시던 문학 선생님께서 잠시 잠깐 그의 누이가 있는데 그녀 또한 뛰어난 시인이었고, 이름은 허난설헌이다라고...그 외에는 알려진 것도 거의 없고, 알고자 하는 이도 많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천재라는 호칭을 붙이기에 부족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드라마를 통해, 영화를 통해, 책을 통해 조선 시대의 인물이 다시 살아나고, 현존하는 인물들보다 훨씬 많은 인기를 갖게 되는 요즘에도, 난설헐은 조용히 있을 뿐이다. 여성의 몸으로 힘겨운 삶을 살다간 그녀, 그러나 여전히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그녀. 책을 읽다 보니 문득 이제는 조명을 그녀에게 비출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트레스가 가득 차서 나 자신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그럴 때는 가만히 음악을 튼다. 그 상황에서 들을 수 있는 최대한의 크기로. 그렇게 내가 원하는 노래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가득 찼던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는 줄어드는 듯 하다. 귀로만 들리는 음악이 눈으로, 마음으로, 머리로..그렇게 온 몸으로 펴져서 나를 잔잔하게 하는 것이다.  그덕에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그러니까 음악은, 좋은 노래는 내게 있어 단순히 한 곡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면서 정말 고마운 존재이다.

 주인공 루크는 상처 투성이였다. 2년 전에 사랑하는 아버지를 잃음으로 인해 마음을 굳게 닫아버리고, 사랑하는 엄마에게도 상처주고 그로 인해 자신도 상처 받고 ...방황하는 자신의 마음을 따라서 못된 친구들과도 어울리고..그럼으로 인해 루크는 몸도 마음도 상처 투성이였다. 그렇게 점점 못난이가 되어 가던 어느 날 루크는 어울리던 못된 무리들에게서 벗어나려 한다. 이런 루크의 마음을 눈치챈 무리 중의 가장 악랄한 아이가 루크에게  빈 집에 들어가 물건을 가져오라고 하고, 그로 인해 루크는 그들과 갈등을 겪게 된다. 갈등은 점점 커져서 루크는 커다란 위험에 처하기까지 한다.

 루크는 평범한 열 네살 소년이 아니었다. 그는 주변 사람들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들으며, 음악을 통해서 색을 볼 수 있는 아이였다. 한 마디로 음악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었던 것이다. 그의 재능은 아버지에게 물려 받은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버지의 빈 자리는 루크를 더욱 작아지게 한 것이다.  게다가 사랑하는 어머니가 아버지가 아닌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려 하자 그는 더욱 상처를 받는다. 상대방이 싫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상대방이 너무 좋은 사람인지라 어머니가 아버지를 잊게 되지 않을까해서 두려워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어머니에게 못되게 굴고, 어머니와 사랑하고 있는 상대방에게도 못되게 굴었다. 그러나 결국엔 사랑이었다. 사랑으로 인해 그 셋은 상대방을 이해하게 되었고, 그리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책은 1, 2권으로 이루어져있었다. 각각의 권은 두껍지 않았고 페이지가 글로 가득하지도 않아서 두 권을 읽기까지 지루하지 않았다. 그리고 2권으로 가서 내용이 더욱 흥미진진해졌다. 이야기에 속도감이 붙었고, 그에 따라 페이지를 넘기기 위해 눈과 손이 바빠졌다. 2권으로 넘어가서는 약간의 긴장감이 들기도 했지만,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만족스러움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진심으로 만족스러운 결말이었다.

 솔직히 책을 보면서 얼마전에 봤던 어거스트 러쉬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자신의 뛰어난 음악적인 감각으로 부모님을 찾고자 했던 천재 소년과 이제는 볼 수 없는 아버지의 존재를 음악으로 느끼고, 음악으로 주변 사람들과 호흡하게 되는 천재 소년의 이야기. 전혀 다른 내용이 아닌가 할 수도 있지만, 음악으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주변사람들에게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비슷한 연결고리가 있지 않은가 한다.

  리버보이로 너무나도 유명해진 작가분의 첫 작품이라 읽기 전에도 읽으면서도 기대감이 무척 컸었다. 그리고 읽고나서는 만족감이 무척 컸다. 아마 곧 리버보이를 읽게 되지 않을까 한다.   

 의문의 참혹한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사람들의 치열한 노력에 절로 긴장감이 흐르게 되는 추리 소설. 여자 아이가 무슨 추리 소설을 그리 좋아하느냐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좋은건 어쩔수 없는게 아닌가 한다. 

  나이팅게일의 침묵은 추리 소설이라는 면에서 일단 관심이 갔고, 사건을 주요 무대가 병원이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를 끌었다.  의료쪽을 다룬 추리 소설로는 로빈 쿡을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그 이후로 그의 소설들은 물론이거니와 사실적인 의료 이야기를 다룬 책들을 즐겨 보게 되었다. 그러니 나이팅게일의 침묵은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책에 대한 기대감이 충만한 상태였다.

  책 속에는 장소가 병원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등장인물들이 매우 많은 편이다. 의사, 간호사, 환자, 형사...그러니 딱히 어느 한명을 주인공이라고 정하기는 좀 애매하지 않은가 한다. 그중에서 그래도 비중이 좀 있다 여겨지는 인물은 부정수소외래(특별한 원인이 발견되지 않는 사소한 증세의 외래 환자를 돌보는 진료)진료를 맡고 있는 다구치 선생과  신비한 음성으로 듣는 이로 하여금 같은 영상을 공유할 수 있게 하는 능력을 가진 사요 간호사, 14세의 어린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망막아종이라는 병으로 한 쪽 눈을 적출해야하는 미즈토가 있다.

 특별한 직업없이 알코올에 의존하는 삶을 살아가던 미즈토의 아버지가 어느 날 잔인하게 토막난 시체로 발견 된다. 잔인한 사건에 바로 경찰이 비밀 수사를 시작하게 되고, 주요 용의자로 살해된 남자의 아들인 미즈토와 살해된 남자를 만난 경험이 있는 사요 간호사가 지목된다.  

  가이도 다케루라는 작가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전작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이라는 책의 후속편격이라고 하는데, 전작을 읽지 않았기에 처음엔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었다. 그런데 막상 읽게 되니까 그러한 걱정 따위는 저멀리 날아가고 곧바로 책에 집중할 수가 있었다.

소개글에서는 추리 소설임을 강조하기 위함인지 몰라도, 토막 살인이라는 내용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읽기 전에는 나 역시 그 쪽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는데, 페이지가 넘어가면 넘어갈수록 추리 소설을 읽고 있다는 생각이 흐릿해졌다.  추리 소설임에도 긴장감 보다는 편안함이 더했고, 유머 또한 곳곳에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 읽고 나서는 전작인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이라는 책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번역자의 글을 보니 이 책의 후속편이라 할 수 있는 "제러널 루주", "나전미궁"이라는 책들이 곧 출간된다는 내용이 있어 더욱 기대감이 높아졌다.

최근에 읽은 일본 소설 중에 가장 괜찮다고 추천할 수 있는 책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