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동화. 온갖 주인공들과 신비한 세계가 펼쳐지고, 읽는 동안 혹은 듣는 동안은 마치 내가 그 속의 주인공인 듯한 착각에 빠지곤했던 동화. 아직 머리가 굳어지지 않아서 더욱 행복할 수 있었던 동화. 아마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이러한 동화 한편은 자리잡고 있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인색하고, 몰인정한 스크루지 같은 사람일지라도..
잃어버린 것들의 책은 그저 동화를 어른들의 시각에서 조금 비틀어서 쓰여진 책으로만 알고 있었다. 마치 어른들을 위한 동화와 같이. 그런데 그 비틀림의 수준이 다른 책들과는 무척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화를 매개로 한 성장 소설. 그러나 그 대상은 어린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에게 더욱 안성마춤인 성장 소설이랄까?
주인공 데이빗은 아버지와 몸이 아픈 어머니와 살고있었다. 그는 어머니를 지키기위해 자신만의 법칙을 세우고 늘 그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병을 이기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얼마 후 아버지가 로즈라는 여자와 가까워졌고, 로즈에게 자신의 동생이 생기면서 새로운 가족이 생기게 되었다. 태어난 동생은 작고 귀여웠지만 데이빗에게는 그저 불편한 존재일 뿐이었다. 어머니의 죽음에도 적응을 하지 못한 채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해야하면서 데이빗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서 자신의 꿈 속으로 찾아왔던 존재가 현실로 나타나게 되고, 책들은 데이빗에게 쉴세 없이 속삭이기 시작한다. 어느 날 밤 데이빗은 결국 현실세계를 벗어나 동화 속의 세상이 펼쳐지는 곳으로 가게 된다.
동화 속의 세계는 생각만큼 따뜻한 곳이 아니었다. 인간이 되고자하는 늑대무리가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징글징글하게 생긴 거대한 괴물이 습격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데이빗은 처음의 마음과는 달리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유일한 방법인 국왕을 찾아가게되고 그럼으로 인해 동화 속에서의 모험이 시작된다.
데이빗의 여행과정은 그야말로 영화 같기도 하고, 무시무시한 동화같기도 하다. 중간 중간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데이빗은 그 어느 경우에도 올바른 선택을 하게되고, 늘 다른사람의 입장을 고려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데이빗은 신체적은 물론이거니와 정신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하게 된다.
데이빗의 현실 세계는 전쟁이라는 불운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 어떤 물자도 풍부하지 않으며 사람들은 늘 목숨의 위협을 받는다. 그렇기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위하고 아끼기가 전과 같을 수 없다. 하물며 아직 정신적으로 나약한 어린아이인 데이빗은 어떠할까? 그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 하기 싫다는 마음, 이 환경에 적응해야 아버지에게 버림받지 않고 아버지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라는 마음, 그 밖에도 무수한 마음들이 데이빗의 마음속에 가득했을 것이다. 그럼으로 인해 데이빗은 어쩌면 도망을 택한 것이 아닐까. 것도 생각이 곧 현실이 되는 세상으로.
책을 읽다 보니 문득 영화 "판의 미로"가 생각났다. 평범했던 소녀가 어머니와 새아버지가 계신 전쟁터의 한 곳으로 사는 곳을 옮기면서 겪게되는 모험을 다룬 영화였다. 영화 평을 보다보니 주인공 소녀가 전쟁과 새아버지와의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 영화 속에서와 같은 상상속의 세상으로 도망을 간 것이 아닌가하는 내용이 있었다. 어찌보면 영화 속의 소녀와 데이빗의 상황이 같지 않았을까 싶다.
예전에 잔혹한 동화인가하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어린 시절 나름 꿈을 키우게 도와주었던 동화들을 무참하게 현실적으로 비틀어놓았던 책이었다. 그 책을 읽으면서 제발 이제 막 상상력을 키우는 아이들이 이 책을 읽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간절하게 했었다. 그저 잔혹하기만 할 뿐, 무언가 남는 건 없는 그저 흥미를 위한 책이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 "잃어버린 것들이 책"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조차 새롭게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줄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물론 책 속의 백설 공주의 모습은 조금 충격이었지만..
암튼 동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은(?) 물론 나름 이제 어른이다 싶었던 나 자신을 조금 성장할 수 있게 해준 책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