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너무나 마음에 드는 책이다. 시간이 내편이 되어주지 않는 것 같아도 왠지 이 글을 읽으면서 자꾸만 내게도 좀더 자신있고 당당할 수 있는 마흔이라는 나이가 곧 찾아와 주지 않을까 생각되어 설레기까지 한다.
이제 2년도 못 되어 맞이하게 될 나이이지만 마흔이라는 나이가 아직까지 좀 꺼려지고 낯설기만 했었는데....
어쩌면 저에게 이미 마흔을 닮은 빛깔들이 조금씩 물들어 오고 있는 건 아닌지....
모두 네 가지의 이야기로 크게 나뉘는 이야기에는 마흔이라는 옷을 당당하게 입고 있는 그녀들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네가지 주제로 나뉘어 있다지만 전체적으로 이야기들이 큰 맥락을 가지고 나뉘어 있다기 보다는 마치 일기를 읽듯 오랜만에 커피숍에 앉아 수다를 떨듯 담담하고도 자유롭게 그녀들의 감성을 풀어놓었다.
내게 마흔의 빛깔이 조금은 있다고 여겨진 이유는 그녀들의 이야기에서 나를 수도없이 발견했기 때문이다.
저자와 독자가 아닌 누군가의 소개나 사적인 모임에서 만났더라면 언니라고 부르며 따를 수 있었을 그녀들의 이야기는 어쩜 내가 하고픈 이야기를 어떻게 이렇게 콕 찝을 수 있을까 싶게 나와 너무도 닮아있었다.
막 스물 두살이 되던 해였던가? "투투"라는 그룹이 나와 "일과 이분의 일"이라는 노래를 히트시키며 나또한 노래방에서 그 노래를 심심찮게 불러댔었다. 아마도 투투라는 그 이름이 내 나이와 연관지어 졌었는지....그 때의 감성과 잘 버무려져 스물두살의 그 해는 이상할 정도로 내게 참 특별했었다.
그리고, 서른을 넘겨 문득 듣게된 김광석의 "서른즈음에"는 가슴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를 퍼올리는 듯한 힘이 있는 듯 싶었다. 친구들이 이십대를 끄트머리를 붙잡고 안타까워하며 어쩔 수 없이 서른이 되었다고 한숨지었을 때에도 그저 나이 한 살 먹는 걸로 뭐 그리 감성적일까 싶은 마음에 멀뚱했던 나였는데.... 남들보다 꽤나 깊이 꽁꽁 숨겨두었던 여린 감성을 "서른즈음에"라는 노래가 퍼올린 것이다.
그리고, "마흔, 시간은 갈수록 내 편이다".
이 책은 "서른즈음에"를 뒤이어 마흔을 추억하고 마흔을 느끼는 내게 대표적인 아이콘이 되지 않을까 싶다.
책 곳곳에 버젓이 놓인 수많은 내 모습들 가운데에서도 "미혹함이 없이 제 길을 간다"는 마흔의 나이에 그처럼 치열하게 살았음에도 순간 초라해지는 안토니아님의 모습이 너무나 내 모습과 닮아 깜짝깜짝 놀라며 읽어내려갔다.
나는 당당한 것일까? 당당한 척 하는 것일까?
미혹함이 없는 마흔의 나이에 걸맞도록 내 스스로에 당당할 수 있도록 남은 시간 더 치열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서른 아홉이나 마흔이나 그저 나이를 한살 한살 먹어가는 것 뿐이겠지만...
마흔의 나이에 이 책을 다시 읽었을때 부끄러움이 더 자라나지 않기를 바래본다.
함께 마흔을 맞을 내 사랑하는 친구에게도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친구와 함께 맞을 마흔이 당당하고 행복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