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웅진책은 좋다"는 것이 나의 총평이다.

사실 난 찰스 다윈의 생애에 대해 [진화론] 정도나 알고 있는 정도였고
내 딸 아이는 아마 전혀 몰랐을 것이다.

찰스 다윈의 생애를 담은 이 책은
진화론이라는 당시로서는
신성모욕일수도 있는 학설을 제시하면서
다윈이 겪은 고통에 대해서도 담겨있다.

사실 8살짜리 아이에게 읽히기에는 어려운 책이었지만
나는 아이가 살아가는 동안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자기를 미워하거나 이해하지 못하고
심지어는 모함하기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8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초등학생이라고 해서 사는 것이 거저인 것은 아닐 것이다.
어떤 아이는 내 딸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내 딸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다윈의 아버지가 다윈에 대해서
심한 말을 한 것도 적혀있다.
'넌 네 자신과 우리 집안의 이름을 더럽히게 될게다.'

럴수럴수 이럴 수가...
위인의 아버지나 어머니는 가끔
심한 말과 행동을 한다.
-세상에나 평범한 엄마인 나에게 위로가 된다.

 
나도 지연이에게 심한 말을 하고 후회하는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조심해야지.

그리고 지연이도 다른 사람이 뭐라고 혹평을 하든
이겨내고 자기의 삶을 충실히 살아갔으면 좋겠다.

이 책이 좋았던 점은
찰스 다윈의 자서전이나 비글호 항해기같은 글이 직접 쪽지 형식으로 나오는 점이었다.

나는 아무래도 위인들의 자서전이나 글을 좋아하나보다.
위인들의 글은 왠지 천진하면서도 성실하고 읽기 쉽다.
멋내서 구린 내 나는 글따위는 별로 없다.
헌법 재판소에 가서 재판과정을 구경한 일이 있었는데
그 판사할아버지와 판사아저씨들은 친근한 언어로도 쉽고 정확하게 본질을 꿰뚫고 있었다.

나는 역시 이해하기 쉽고 반듯한 글이 좋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면
찰스 다윈은 수집하는 습관을 가진 어린 아이였다.
물고기를 잡고 사냥하고 화학실험하고 책을 읽고
학교공부에는 관심이 없는 아이였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성직자(다윈은 신을 믿는 사람이긴하다)가 되기 위해
케임브리지 대학교에 가서도
역시 딱정벌레를 잡고 식물학 수업을 듣다 헨슬로 교수를 따르게 된다.

헨슬로 교수는 다윈에게 남아메리카 대륙으로 해안선 지도를 작성하는 배를 탈 기회를 준다.

다윈은 그 배 비글호를 타고 열대 우림, 여러 섬, 해안 지방, 브라질 등 여러 곳을 다니며
지질과 화석 등을 모으고 조사한다.
나는 그런 다윈이 부럽고 또 부럽다.
여행을 하고 연구를 할 수 있는 것이 부럽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나도 할 수 있는데 버리지 못하는 것때문에 못하는 것일수도 있다.

그리고
다윈은 빨래, 설거지, 식사준비, 애 밥 먹이고 학교 보내고
학원 보내고 숙제 시키고 씻기고 재우고
학부모 총회 참석하기 등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영국남자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내가 생명을 낳고 기를 수 있는 여성임을 감사하며
다시 책으로 돌아가자.

다윈은 갈라파고스섬에 가서 특이한 동물들과
핀치라는 새가 진화해간 과정을 통해 위대한 연구를 하게 된다.

다윈은 다양한 생물과 화석과 자연환경을 연구하면서
강한 것, 환경에 맞게 진화한 것만이
살아남는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이 이론은 지금 <적자생존>이라는 개념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항해를 나선지 5년만에 다윈은 다시 영국으로 돌아와
비밀리에 진화론을 완성해 나가기 시작한다.
당시의 창조론과 상반되는 개념의 연구였기 때문에
스트레스와 병에 시달리면서 7년 남짓 연구를 거듭한다.

그 과정에서 다윈의 연구내용은
많은 사람들의 질타(당시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는 창조론과 반대됨)와 존경을 동시에 받게 된다.

마침내 1859년 찰스 다윈은<종의 기원>을 발표했고
이 책은 지금까지도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는 책이 되었다.
1882년 다윈은 7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아직도 그의 진화론은 논쟁거리이지만
신을 믿는 것과 다윈이 발견한 것은 서로 반대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찰스 다윈이라는 이 책에서
다윈의 아름다운 문장을 비록 번역이지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혼란 속에서도 자기가 좋아하는 연구를 해나갔던
다윈의 생애가 펼쳐지는 느낌이 들어서 마음이 아련했다.

지연이에게 읽어준 결과
사람이 침팬지같은 동물에서 진화했다는 것을
믿기 어려워하는 눈치였다가 어느 정도 설명해주자
이내 수긍했다.
 

앞으로 지연이가 무엇을 하든간에
지연이가 정말 최선을 다하고 옳은 일만 하더라도
시련과 고통이 온다는 것에 대해
지연이에게 말해 보았다.

지연이는 왜 그래야만 하냐고 물었다.
나는 인생은 고통을 이겨나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지연이는 아...그런걸까? 하고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인형놀이에 빠져버렸다.

그래도 아이의 어느 마음 어느 한 구석에는
연구에 몰두하고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로부터 견뎌낸
찰스 다윈의 생애가 남아있을 것이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또 읽었을 때는 더 깊은 감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지연이에게 흥분하면서 읽어줬던 다윈의 글을 모두에게 소개하고 싶다.

-----------
태초에 조물주는 하나 또는 몇몇 생명체에게 몇 가지 능력과 함께
생명을 불어넣었다. 그 뒤 지구라는 이 행성이 변함없는
중력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동안, 아주 단순했던 시작은
지극히 아름답고 신비롭고 무수한 생명체들로 진화했다.
그리고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 이론의 위대함에 마음이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