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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튀어>를 금세 읽는 바람에 북클럽 다음 책까지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다. 물론 해야할 일들이 있지만 진지한 철학책을 마주하기 전에 조금 더 가볍고 따뜻하게 읽을만한 걸 찾고 싶었다. 원래 장 자끄 상뻬류의 소설을 찾다가 에라, 그냥 시간 난 김에 구경이나 하자며 처음부터 끝까지 책장을 샅샅이 구경했다.
내가 좋아하는 양장에 보기 드문 초록 표지, 예쁜 폰트의 제목. 넘기니 연두빛 속지가 나오고 반들반들하지도 않는 종이에 그녀의 정원 사진들이 그득하다. <다카페 일기>처럼 천천히 음악들으며 보기 좋겠다 싶어 그 자리에서 다 볼 수도 있는 책을 대여했다. 사서 선생님께서 바코드를 찍으며 이책, 참 좋은 책인 것 같아 하시길래 다 읽고 좋으면 소장하겠다 했다.
사실 공통점도 없이 막연히 제인 구달과 항상 헷갈리던 타샤 튜더 아주머니. 주변 지인이 그녀의 책을 좋아해 소장하고 있길래 궁금해 고른 것뿐, 그녀가 정원을 가꾸며 지내는 일상을 담은 사진집 같은 거라고 여기고 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조금 실망했다. 그녀의 가치관이 담긴 일상은 없고 정말 제목에 너무 충실한, 그녀 정원에 대한 이야기 뿐. 꽃의 종류와 어떻게 가꾸었는지.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여러해살이인지 아닌지, 어떤 색상과 조화를 이루고 얼마간의 간격이 있는지. 조금은 전문적인 원예가나 플로리스트, 정원 꾸미기 좋아하시는 분들이 보기엔 무척 좋은 책이었을 뿐, 내겐 사진 몇몇을 빼곤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게다가 책을 읽기 전 타샤 튜더 할머니에 대한 내 선입견이 너무 컸다. 그녀가 정원을 가꾸는 이유를 식물과 동물을 너무 사랑해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사랑하니까 그 정도의 정성을 보이는 것이겠지만 내가 생각한 사랑이란 거의 평화주의자 수준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근데 책을 읽으면서 그녀는 아름다움과 예쁜 것들에 대한 집착이 강해보여 마냥 좋아보이는 성인은 아니시구나, 이분도 일반인이구나 라는 걸 느꼈다.
아차, 이 책 지인이 좋다고 해서 덜컥 샀으면 큰일날 뻔 했네,하고 안도했다. 역시 표지로 책을 고르는 건 아니구나, 라는 걸 <상실의 시대> 이후로 절실히 느끼는 순간이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겠지만 내게는 딱 빌려보고 반납하면 좋을 책으로 남았다. 이 분의 다른 책도 궁금하긴 하지만 동양철학에 급관심이 쏠린 당분간은 폴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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