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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방문하는 블로거의 추천과 가정의 달 오월이라는 바람에 부응해서 좋은 부모로서 읽기 좋은 지침서 몇권과 다들 읽어봤음직한 동화책 한권, 그리고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사진집이라는 것은 진작에 알았으나 거의 모든 리뷰가 <소장가치가 있고 후회하지 않는다>기에 확신을 갖고 장바구니에 담았다.
크기가 크거나 두께가 두껍지도 않고 워낙에 유명한 사진도 많아 택배상자가 도착하자마자 스르륵 책장을 넘겼더니 그새 대부분의 사진과 내용을 거의 봐버렸다. 집에 모셔다가 생각날 때 차근차근 봐야지하고 꽂아놓고는 출간되지 않았거나 2권에 나왔을 사진이 궁금해 모리 유지씨의 홈페이지에 접속, 곧 즐겨찾기를 해놓았다.
하루에 3만명이 왔다 간다기엔 소소한 개인 일상이었지만 아마 더 많은 내용이 있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이 사람은 자신과 취향이 맞지 않는 사람,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이라며 그 가족을 보려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일본어라 무슨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재미있고 따뜻해보이는 가족들의 모습에 기분이 좋아져 하루에 한번씩 저절로 방문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엊그제, 시간에 쫓겨 기차에서 읽을 책을 고르다 실수로 이 책만 달랑 가져가게 됐다. 딴에는 이번 기회에 여유롭게 보자는 거였는데 무척이나 노력하며 느리게 봤음에도 빨리빨리 넘어가 가는 길에 책을 한권 더 사게 됐다.
도착하자마자 한번 쓱 본게 다였는지 크게 새로운 사진들은 없었다. 그치만 몇년간(매일매일은 아니더라도) 사진으로 가족들의 모습과 짧은 메시지를 남긴다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거니와 그걸 공개한다는 것, 그리고 한권이 다 끝나갈 때까지도 지속적인 느낌으로 사랑을 나눈다는 것을 생각하니 이 책이 여느 다른 단순한 사진집에 지나는 책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엽서나 영화 외에 일반인이 찍은 일본동네의 모습도 신선했고, 특히 일반적인 일본가정의 모습은 아니겠지만 모리퐁(가족들이 모리군을 부르는 별명)이 직접 꾸민 집안 구조, 테이블, 커튼, 소품들이 너무 마음에 들어 실은 사진 구도보다 더 열심히 봤던 것 같다. 심지어 아이들과 아내의 의상까지도.
그리고 바다와 하늘이의 사진 속 모습을 보며 모리군과 다짱의 가치관과 교육관이 궁금했다. 아니, 일본 부모들의 교육관이. 태교에서부터 미취학아동을 가정에서 가르치는 방법, 일본 전체적인 교육분위기 같은 것들. 실제와 얼마나 차이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진 속 바다와 하늘이의 모습에서 보이는 창의력과 적극성을 미래의 우리 아이가 닮았으면 싶었다. 애완견 와쿠친도 그런 성격에 큰 도움을 주는 존재였을까. 사실 말이 애완이지, 삼촌과도 같은 와쿠친은 아이들을 돌봐주는 늠름한 느낌이라 어느 정도의 교감이 있었을지 가히 그 세월의 무게가 부러웠다.
그래서 이 책은 사실 개인이 소장하는 사진일기도, 그렇다고 사진집도 아닌 사람이든, 동물이든 모두가 믿고 사랑하는 가족의 표본. 바다와 하늘이가 청소년이 되고 어른이 되어도 이 믿음이 깨지지 않길,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마무리되길 바라는 한 편의 동화였던 것이다. 어른이 되서도 믿고 싶은 해피엔딩의 동화책이라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찾고 가지고 있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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