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세 미술관, 로댕 미술관, 루브르 박물관


 1900년 세워진 기차역을 1986년 미술관으로 탈바꿈한 오르세 미술관. 그곳엔 부르주아의 승리, 산업화와 대도시가 빚은 인상파 화가들의 감성이 녹아있다. 시대가 그렇다보니 그 속에서 피어난 작품들 중에는 의외로 부르주아의 위선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들도 있다. 

 마네의 <올랭피아>는 알렉산드로 카바넬의 <비너스의 탄생>에 비해 그리 에로틱하지 않았음에도 그림의 소재가 귀족이 아닌 술집 여자였다는 점 하나로 비난받아야 했다.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 역시 큰 스캔들을 가져왔는데 이는 인상파의 연장선에 서 클로네 모네의 <점심>과도 같은 유사한 작품을 낳기도 했다. 대체로 평범한 일상의 자취를 따라가는 작품 형태라 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 갈레트의 춤>이나 모리조의 <요람>이 대표적이다. 

 특히 1848년 2월 혁명부터 1914년 1차 대전 발발 사이의 작품들은 숱한 혁명과 갈등의 사회상이 그대로 반영되어 한 세기의 미술이라고 하기에는 다양하고 현란한 것들이 남겨져 있다. 먼저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가 각각 앵그르의 <샘>과 들라크루아의 <사자사냥>으로 대비되고, 사실주의나 자연주의가 등장하면서 일반인들이 마치 역사의 주인공처럼 표현된다. 밀레의 <만종>이나 쿠르베의 <화가의 아틀리에>, <오르낭에서의 매장>이 대표적이다. 반 왕당파 매체에 캐리커처를 그린 도미에의 <국회의원>도 당시의 부르주아 지배의 정치와 법률에 대한 조소가 담겨있다. 

 로댕 미술관 이야기는 로댕과 클로델의 이야기만으로도 정말 재미있었다. 그녀 스스로는 비극적인 삶을 살았지만 그들의 얼굴과 그녀의 얼굴을 닮은 조각과 그들의 이야기가 담긴 작품들을 보고 있으니 정말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이 실감됐다. 클로델의 <중년>이나 로댕의 <챙이 없는 모자를 쓴 카미유 클로델>이 인상적이었다. 그외에 천재적인 그의 손재주와 다른 미술가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조각한 그의 작품들이 이주헌씨의 설명을 들으니 새삼 신선했다. <입맞춤>, <이리스, 신들의 메신저>, <다나이드>, <나는 아름답다>, <꽃 장식 모자를 쓴 소녀>, 특히 초기 작품이라는 <청동시대>의 인체라인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오랜 혁명으로 앓이를 했던 프랑스는 혁명 전후로 작품의 성격이 많이 다른데 그들이 한데 루브르에 전시되어있다. 특히 루벤스 연작의 주제는 마리 드 메디치의 일생으로 그녀의 권력에 대한 집념이 내용이다. <마리 드 메디치의 마르세유 상륙>, <마리 드 메디치의 초상> 등. 그러다 혁명의 소용돌이 후 루브르궁이 우상파괴의 대상으로 놓이자, 문화유산 보존을 위해 예술의 전당으로 탈바꿈시켜 프랑스 정부의 보호 아래 운영되고 있다. 

 200년 뒤 미테랑 대통령의 ’그랑 루브르’ 계획의 일환으로 루브르의 새 익관인 리슐리외관을 개관했다. 그런데 ’그랑 루브르’는 ’그랑 트라보’라는 12개의 원대한 프로젝트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 ’국가 예술’의 상징성을 크게 평가하고 프랑스는 다른 어떤 국가들보다 이곳에 투자를 열심히 하고 있다. 

 이곳에선 다비드의 작품도 볼 수 있는데 다비드도 프랑스 대혁명에 적극 가담했던 ’운동권’으로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는 그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나폴레옹의 대관식>, <레카미에 부인의 초상>, 그리고 그의 영향을 받았던 그로의 작품 <흑사병이 휩쓸고 간 야파를 방문한 나폴레옹>도 있다. 들라크루아의 <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제리코의 <메두사의 뗏목> 등 낭만주의 작품들, 프라고나르의 <목욕하는 여인들> 같은 로코코 시대 작품들, 다 빈치의 <모나리자>, 라파엘로의 <아름다운 정원사 성모>, 반 다이크의 <영국 왕 찰스 1세의 초상>, 할스의 <집시여인>, 렘브란트의 <밧세바>도 볼 수 있다.

 1968년 프랑스 정부는 유산 상속자가 상속세를 돈이 아닌 미술작품으로 대납해도 된다는 법을 만들었고 1973년 피카소가 사망했을 때 상속자의 동의에 의해 정부는 그의 작품 대부분을 국고로 귀속시켰다. 퐁피두 센터와 가까이 위치한 이 개인 미술관은 파리에서도 손꼽히는 역사 보존 지구. 그곳엔 재테크였는지, 젊은 날의 추억이었는지, 걸작이어서였는지 살아서 누구에게도 팔지 않았던 그의 작품들이 떡하니 걸려있다. 다른 예술가들과는 달리

 

 유럽여행에 대비해 읽어야 할 책도, 봐야할 영화도 참 많다. 작년부터 읽다말다 한 <그리스로마신화>를 보며 여러 미술관에서 보게 될 조각품들 공부도 시작했지만 너무 많은 신화와 신화속 어지러운 가족관계 때문에 정작 지금에 와선 머릿속에 남아있는게 없다. 해서 실제적으로 가게 될 지역 미술관을 공부하자며 도서관에서 집어들게 되었다. 

 차례는 나라에 따라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오개국을 소개하고 그 속에서도 대표적인 서너개의 미술관을 각 특징에 따라 구분지어 설명한다. 이 책이 단순히 그리스로마신화에 근거한 작품들만 다루지 않아 한장 한장이 재미있었을 뿐만 아니라 멀게는 이집트, 아시리아 시대의 조각들에서부터 근대, 현대까지의 예술을 언급하면서 이전에 읽은 <미학 오디세이>에서의 양분-미학의 역사가 힘을 발휘했다. 

 그 시대에 어떤 사상이 팽배했고 어떤 생각으로 이 화가는 이런 그림을 그리게 된건지, 구석에 그려진 장갑 하나, 신발 하나, 각각의 표정이 알지 못하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하니 그를 설명해주는 이주헌씨의 문장이 기분좋은 가이드와 함께 미술관을 관람하는 느낌이다. 대여할 생각있었는데 보고보고 또 보고 있자니 소장해서 여행갈 때 가지고 가고 싶은 책이 되었다.  


 영국/ 테이트 브리튼, 테이트 모던, 대영박물관, 내셔널 갤러리

 테이트 브리튼은 150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미술이 연대기별로 전시되어있다. 특히 1848년 퇴폐로 치달아 온 유럽 미술의 흐름을 개혁하고 도덕을 되살리자는 라파엘 전파, 그들의 그림에서 나타나는 다소 모순적인 도덕주의가 더 매력적이다. 윌리엄 홀맨 헌트의 <깨어나는 양심>, 존 에버렛 밀레이의 <오필리아>,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의 <레이디 살롯>,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의 <베아타 베아트릭스>, 윌리엄 호가드의 <거지의 오페라>, <오, 그리운 영국의 구운 쇠고기> 등이 대표적이다. 

	생명의 수행원으로 큐피드의 날개와  깃발을 단 하나의 영상이 다가왔다. 천에는 아름답고 고귀하게 수놓아 있다.  오, 영혼이 떠나버린 얼굴, 그대의 모습과 색조여! 어지러운 소리들, 봄이 일깨운 듯 내 마음 속으로 그 힘은 솔기솔기에서 흔들리고  모든 탄생의 어두운 눈이 신음하고 새로웠던  기억할 수 없는 시간처럼 자취 없이 질주해 갔다. 그러나 베일을 쓴 여인이 다가와 깃대에 날리는 깃발을 올리고 달라붙었다. 그리고 그 날개에서 깃털을 하나 뽑아 그의 입술에 대어 봤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자 내게 말했다. "보라, 숨이 멈췄다. 나와 사랑은 하나요, 나는 죽음이다." - 로제티 <사랑에 깃든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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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이트 모던은 브리튼과는 다르게 발전소를 미술관으로 개조한 것 외에 작품이 4대 주제(풍경/정물/역사/누드)에 따른 공시적 구성 형식이라는 점이다. 이런 4대 주제는 서양 미술의 주요 장르라고 봐도 되는데 그 전시실은 안은 또 세부적인 주제로 나뉘어져 있다고 한다. 모네의 <수련>, 피에르 보나르의 <목욕> 등이 대표적이다. 

 연대기별로 전시되어있는 대영 박물관은 그 규모가 어마어마해 하루에 다 도는 것은 무리므로 하루는 주유하며 관심의 초점을 찾고 다음날 관심 분야만 집중 공략하는 것이 좋다. 이 곳 전시실에서는 이집트에서 그리스, 아시리아를 넘어오는 고대 문명 조각들이 많이 남아있어 미학의 흐름을 읽을 수 있고 각 나라의 문화 즉, 이집트는 파라오귀족들의 영원을 숭배하는 모습, 그리스는 그리스 민주주의의 승리, 아시리아는 군국주의로 전쟁과 승리에 대한 내용이 들어있음을 알 수 있다.    

 내셔널 갤러리는 건물 자체가 포스트모더니즘 작가의 작품으로 전시된 예술작품 뿐 아니라 각 전시실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시작은 연대기별로 세인즈버리관부터 한다. 13~15세기 얼마나 사실적으로 그리느냐에 관심을 두었다. 안토니오와 피에로 델 폴라이우올로의 <성 세바스찬의 순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암굴의 성모>,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 전성기 르네상스 때는 형태와 색에 치중하는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브론지오의 <비너스와 큐피드의 알레고리>, 엘 그레코의 <성전을 정화하는 그리스도>, 티치아노 베첼리오의 <바쿠스와 아리아드네>, 카라바조의 <엠마오의 저녁식사>, 쇠라의 <아니에르의 목욕>, 렘브란트의 <목욕하는 여인>, 벨라스케스의 <비너스의 화장>, 세잔의 <목욕하는 사람들>, 에드가 드가의 <목욕 뒤 몸을 말리는 여인>이 대표적이다. 그 외 보티첼리의 <비너스와 마르스>, 원근법의 새 장을 열은 파올로 우첼로의 <산 로마노의 전투>도 전시되어있다. 


햄릿
단테의 신곡
실락원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오면서 원근법이 발명되었고 그러므로 그림과 조각이 자유교양이라는 학문에 진입했다. 이 당시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원근법을 통해 해부학, 심리학, 과학, 그림을 나타낼 수 있는데 개중 눈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그릴 수 있는 그림이 최고봉이라고 생각했다. 마치 아리스토텔레스처럼. 지성과 이성, 과학을 겸비한 다빈치는 예술은 반드시 지켜야할 규칙 같은 것이 있다고 한 반면 비슷한 시기 조각가였던 미켈란젤로는 예술이란 예술가 내면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기에 꼭 규칙같은 건 없어도 되며 돌안의 예술을 끄집어내듯 자신도 이데아로부터 구원받기를 간절히 바랬다. 플라톤처럼.

 르네상스 시대에는 바로크예술이 시작되면서 고전주의와 반대로 역동적인 열린 형식의 작품들이 나오게 된다. 대표적으로 루벤스의 작품들. 그와 반대로 원래의 고전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도 있었는데 그가 바로 니콜라 푸생. 바로 감성과 이성의 대결. 

 그 와중 점점 부르주아들의 세력이 강해지자 계몽주의가 확산되고 이성이 더 중시되게 되었다. 그로써 처음 바움카르텐이 미학을 학문으로 독립시켰다. 데카르트는 기하학이나 논리학은 지식이 다른 학문과 구분이 되면서 그 세부적인 내용들도 확실한 것이지만, 예술은 다른 학문과 구분은 되지만 세부적인 내용들은 확실치 않은 것이라고 했다. 이 점이 기존에 예술은 확실한 것이라는 고전주의와는 다른 생각이었으며 감정은 이성의 한 종류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바로 그때, 칸트는 아름다움과 예술은 머리가 시키는대로 진리를 깨닫는 것이 아니며 마치 놀이를 어떻게 해야 재미있을까처럼 노는 법 즉, 형식을 궁리하는 것이라며 형식미학을 제시한다. 이는 이제껏 진리나 교훈을 주지 않는 예술은 저질로 취급하던 수천년의 생각을 뒤집고 사람마다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다 다르므로 자유롭게 예술을 즐기게 해주었다. 그러면 미의 기준이 사라졌느냐.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보편타당성 또는 공통감으로 대중의 미는 판단하므로 주관과 객관 모두가 개입되게 된다고 말했다. 이로써 드디어 낭만주의 미학이 시작되게 된다. 


미학 오디세이
장미의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