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저를 총살할지 말씀해 주십시오. 윈스턴이 말했다. 시간이 오래 걸릴 걸세. 자네는 힘든 케이스야. 그러나 희망을 버리지는 말게. 조만간 완치될 걸세. 마지막에 자네를 총살할 걸세. 오브라이언이 말했다.

 
 자신이 생기다가도 두 가지 가정 아래 놓이게 된다 생각만 하면 딜레마에 빠진다. 불의를 보면 자꾸 참게 되는 것과 더불어 이도 벌써 몇년 째다. 

 그것이 무어냐면 하나는 시간을 돌려 일제치하에 떨어뜨려놓아도 은둔하거나 변심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지, 또 하나는 기형아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고도 그 아이를 없애지 않을 수 있을지이다. 웃기지만 매번 이런 생각하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누군가에게 물어도 그저 사회란 그런 거라며, 사람마다 다른 답을 내놓는게 당연한거야 도닥여주지만 그걸로는 위로가 되지 않는다. 비겁한 모습에서 도망치기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하루에 한권 읽기 빠듯할 정도로 책을 곁에 두지 않는 나지만 정말 이 책, 단 한번도 지루하지 않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읽는 내내 가엾게도 더욱 현실적이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쥐와의 대면에서 무너져내리는, 그리고 변해도 너무 변한 초라한 윈스턴의 모습에 끊임없이 괴로웠고, 저 두 가정이 수면위로 떠올라 다시 괴롭히고, 원래의 내 모습인양 비춰져 결국 고개를 떨굴 수 밖에 없었다.  

 이게 정녕 옛날에 씌여진 책이 맞는가. 누구나 마음 속에 드러낼 수 없는, 하나 둘 정도의 감추고 싶은 비겁함과 맞서게 만드는 무사와도 같은 책이다.

 연구사님께서 추천해주셔서 <이달의 책>으로 선정하고 야간 자습 시간에 야금야금 읽었다. 주장하는 바는 여느 처세서와 같았지만 대신 구체적인 예를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었다. 기업인이다 보니 흥정이나 자신의 능력을 돌려 말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것이 많았지만 실제 학교에서도 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래, 내가 그걸 어떻게 행동으로 옮기느냐가 문제지.

 그런데 그게, 그 소통이란 놈이 참 신기하더라. 나도 사례 중심으로 얘기해볼까.

 한번은 자꾸 부딪치기만 하던 아이에게 혼을 내지 않고 조심히 얘기해봤다. 인상도 안찌푸리고 목소리도 낮추고서는 ’누구야, 네가 이러이러하면 좋을 것 같아.’ 그랬더니 생각할 겨를도 없이 ’예, 선생님. 그럼 그렇게 한번 해볼게요.’한다.

 또 한번은 까불던 녀석이 수업태도가 좋아졌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놀라 단번에 달려가 책 한 권 안겨주며 칭찬해줬다. 그 후로 선생님들 말씀이 그 아이, 더 의젓해졌다고 한다. 익명의 눈초리가 항상 자신을 감시한다고 생각하는 건지, 그게 어떤 사람이던 기대한 마음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좋은 변화를 거둬낸 셈이다. 정확히 평가될 순 없지만 그 아이 모의고사 점수도 반에서 최고로 많이 오른 걸 보니 왠만큼 노력도 기울인 모양이다.  

 글쎄. 이전까지 알고 있던 게 뒤집히던 순간이던 걸. 
 칭찬은 단순히 우는 아이에게 사탕을 물리는 정도가 아니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