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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익숙한 목소리로 항상 라디오로만 듣던 그 이야기를 책으로 접했다. 목소리로도 연기를 하던 양동근씨의 목소리를 듣다가 감정에 복받쳐 울음을 터트린 적도 있었는데.
교양이나 상식에 관심을 갖은 후로 통 소설이나 수필집에 손을 대지 않아 참 오랜만이었다. ’읽어볼래? 생각 않고 읽어도 쭉 읽혀.’라는 지인의 말에 부담없이 집어들었다.
그런데 빨리 읽히지도 않거니와 읽으면서 점점 다른 세상 이야기 같았다. 연애라고 하기엔 너무 소소했던 경험 뿐이라. 좋아했다해도 혼자 꿍하다가 말아버린 기억들이라 공감하고 아파하고 추억하기에는 너무 먼 것들이었다. 곱씹느라. ’아, 사람들은 이런 감정을 느끼는구나. 내가 버렸던 시간들에는 이런 것들이 있었구나.’ 마치 잃어버렸던 기회비용을 다시 주워담듯 그렇게 열을 올려 지금의 자리를 얻으려 노력했던 그 시절들이 후회로 밀려왔다. ’왜 나는 누군가를 갈망하고 그리워하며 아파해본 적이 없지?’
흔하게 해서 이거라면 단연 고수라고 생각했던 ’짝사랑 열병’영역에서도 명함도 못내밀었다. 갑자기 내가 가졌던 감정들이 사랑이긴 했던 걸까. 좋아하긴 했던 걸까. 단순히 호감이나 동경이었을 뿐, 진짜 러브라는 건 해본 적도 없는 건가. 내 인생이 바삭하게 말라붙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많이 배웠다.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행동으로 행하지 못해 그 소소한 연애가 실패한 적이 있다. 그래. 사랑은 배려하는 거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맞춰나가야지. 그렇게 소통하지 않은 채 참다가 이내 한꺼번에 쏟아진 것이 있었다. 그래서 헤어질 땐 섭섭함보다는 시원함이 더 컸고 내 생활을 찾은 것이 기쁘기까지 했다. 내 마음대로 맞춰나갈 수 있는 건 나 뿐이었으니까.
사랑은 상대를 먼저 생각해주어야 하는거야. 라곤 하지만, 어느 정도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요구할 수 있어야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 성별에 관계없이 감정에 솔직해지자는 것. 그것이 친구에서 연인으로 가는 길목이라 어색해 죽을 것만 같아도 좋아하는 감정 하나는 숨기지 말고, 사랑이 정으로 변해가는 길목이라도 식은 거라 단정짓고 뒤돌아서지 말 것을. 나의 커다란 교훈, 서로가 맞춰갈 수 있도록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올해이기를 간절히 바라던 나의 첫번째 봄.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다듬고 꿰매고 예쁘게 만들어서 내 마음, 소중한 사람에게 주고 싶다. 행여 다치더라도 주저앉지 않고 상처입더라도 다시 일어나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겠다.
좋은 성적을 얻는데, 좋은 대학을 가는데, 좋은 직장을 얻는데 할애하고 계획했던 날들은 많지만 한번도 사랑하기 위해 죽도록 노력한 적은 없던 것 같다. 교육도 학력신장 뿐 아니라 인성교육, 생활지도가 병행되어야 하는 건데 정작 나는 한쪽으로만 치우친 인간이 되어버렸네. 그래. 사랑하자.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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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고 하면 될 것을 괜히 치마나 들추던 여덟 살 남자아이처럼 그녀가 지금 그러고 있습니다. 좋다고 하면 될 것을 자꾸 툴툴거리기나 하고, 보고 싶다고 하면 될 것을 자꾸 늦는다고 구박이나 하고.
그런 그녀가 귀여워 남자가 오늘 세 살이 되기로 합니다. 과자를 발음 못해 ’까까’라고 하던 그때처럼, "그랬쪄? 몰랐찌. 나도 대따 마니 보고 싶었쪄."
연애, 그거 사람을 참 유치하게 만드는데 보자 보자 하니 거기엔 한도 끝도 없더라고. 여덟 살도 많더라고. ’떼 짤’로 돌아가게 되더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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