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이타적 인간'이라는 단어 때문에, 인간의 이타심이 무엇인가에 대한 설명이 있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한 利他心 , 즉 어떤 행위로 인해 내가 물질적으로 얻는 것이 없다고 할지라도, 그리고 그것이 공동의 이해가 관련된 일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자발적으로 다른 사람의 욕구에 반응하고 움직이게 하는 마음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먹을거리'라는 생존본능, 최후의 물리적 이해를 같이하는 사람들 사이의 전략적 협업, 처벌과 강제로 인한 순응 등에 관한 설명이 많았다.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의 절박한 마음에 대한 반응보다 잠시 잠깐 '나'를 희생하고 다른 사람을 도운 뒤에 오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움직인다, 그것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것만으로는 이타심이나 서로 돕는 행위를 설명한다고 납득이 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특정 개체가 자신가 그의 자손들이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 어떻게 희생하느냐인데, 이 때 이러한 개체의 희생을 보상해줄 만한 다른 이득이 있어야 한다. (평판에 대한 부정적 소문을 포함한) 비협력자에 대한 처벌이 협력의 안정화를 돕기는 한다. 하지만 이타성 면에서 보자면, 처벌은 공공재(public good)로서 처벌하는 사람들이 비용을 지불하는 데 반해, 이득은 모두에게 돌아간다. 즉, 이른바 이타성의 이차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또한 처벌이 처벌받은 사람들이 '올바른 일'을 하려는 경향을 띠게 만들 때만 효과를 지닐 수 있다면, 처벌의 협박만으로는 이타성의 기원을 설명하기 힘들다.

  나는 여기서 이타성의 진화라는 문제에 정답을 제시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실 이것은 크게 중요한 문제도 아닌데, 왜냐하면 나는 이타성이 핵심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즉, 보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인간의 협력과 제도에 기반을 둔 문화집단이라는 문제를 다룰 때 이타성이 주요한 근거라고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내가 보기에 이타성은 조연일 뿐이며, 주연은 상호부조다."

 

"인간의 협동 행위의 종-고유한 구조는 개개인마다 자신의 역할이 있는 공동 목표의 구조다. 인간은 구체적인 상호부조의 이익을 위한 활동에 필요한 기술과 동기 부여를 진화시켰다. 협력적 소통에 필요한 이러한 기술과 동기는 협업과 함께 진화한다. (..) 내 가설은 이렇다. 오늘날 어린아이에게서 볼 수 있는 이러한 유형의 구체적 협업은 대부분 인간 진화의 가장 초기에 행해졌던 협업을 보여준다. 이러한 협업 행동은 거대한 사냥감을 잡기 위한 공동 수렵이나 한 사람이 상대가 나무에 올라가는 것을 돕고, 이후에 수확한 물건을 함께 공유하는 형태의 협동적인 과일 채집과 동일한 기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솔직히 나는 이러한 기술과 동기 부여 내부의 생태적 맥락은 협력적인 먹을거리 찾기와 같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먹을거리를 수집하는 활동을 할 때 협력하도록 강제하는 자연선택의 압박(인간과 가장 가까운 유인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아래 놓였고, 이를 통해 인간은 필연적으로 협동하는 존재가 되었을 것이다."

 

"서로를 돕는 협업을 수행할 때, 즉 내가 당신을 물리적으로 돕거나 무언가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여 당신이 자신의 역할을 하도록 도울 때, 나는 나 자신을 돕는 것이다. 당신이 제 역할을 다 해주는 것이 우리의 전반적인 번영에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호부조 활동은 이타적인 동기가 진화할 수 있는 최초의 단계를 위한 안전한 환경을 제공한다. 그 뒤에 개체들이 지니는 돕기 성향이 이 안전한 환경 너머로 확장될 수 있는 조건들이 진화해야만 한다. 이렇게 뒤이은 진화의 단계를 설명하기 위해서,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는 것들을 끌어와야 한다. 즉, 상호성과 평판이 앞서 길을 터주고, 뒤이어 처벌과 사회규범이 따라오는 것이다.독특하게도 상호부조 활동이라는 맥락 외부에서, 이타적 동기들은 불가능하지는 않아도 극단적으로 희박하다."

 

"아이들은 어른과 협업했던 한 번, 혹은 몇 차례의 경험에 근거하여, 일은 이렇게 되어야 하고 이것이 '우리'가 일하는 방식이라는 식의 결론에 쉽게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계통발생의 초기 단계부터 인간 아이들은 침팬지나 다른 영장류와는 다르게 이타적으로 행동한다. 때로는 침팬지가 다른 침팬지의 목표 달성을 돕는다는 증거가 있기는 하지만, 특히 먹을거리와 관련해서는 (인간의 아이나 성인에 비해) 남을 돕지 않는다. 어떠한 형태로든 인간의 다양한 의사소통과 유사한 의사소통을 한다고 해도, 침팬지는 서로에게 정보를 무료로 전달하지 않는다. 협동이라는 면에서, 인간 아이는 개체발생의 매우 이른 시기부터 종 고유의 방식으로 다른 이들과 협동한다. 인간은 남들과 더불어 공동 목표를 세우고, 모두가 이를 규범으로 삼아 지키고자 한다. 그리고 남들과 더불어 공동 관심과 공통의 개념적 기반이 통하는 영역을 수립한다. 또한 인간은 상징적, 제도적 실체를 함께 창출하고, 그것에 구속력이 있는 힘을 부여했다.

  이 모든 것의 정점에는 사회규범이 있다. 진화적으로 봤을 때, 인간은 상호 간에 기대되는 행위의 기준을 창출한다. 계통발생적으로 말하면, 아이들은 이를 내재화한다. 모든 이들은 비용이 뒤따르는 (따라서 이타적인) 처벌을 통해서 이러한 기준을 강제할 준비가 되어 있다. 처음에는 협력 상대와의 상호의존과 상호성, 그리고 남도 나와 같다는 존중을 기반으로 협력의 규범이 생겨난다. 그리고 그 다음에 사회집단에 소속되고 사회집단을 통해 정체성을 확보해야 하는(만일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쫓겨나게 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집단과 다른 집단을 구별해야하는 필요성에 근거하여 순응의 규범이 생겨난다. 오늘날의 아이들은 이 두 가지 종류의 규범을 존중하고 이를 내재화하는데, 이는 외부의 사회적 압력과 공동 목적을 위한 협력적 상호작용이라는 사회적 합리성을 통해 달성된다."

마이클 화이트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야기 치료' 또는 '이야기 상담' 이나 '이야기 실천'으로

 

번역되어 소개되고 있는 상담 기법이자 상담 철학의 주창자라고 한다.

 

특히 상담이나 치료 과정을 외국어에서 한국어로 번역한 경우

 

어조나 어감이 깊이있게 고려되지 않으면 그 맛을 알기가 참 어려운 경우가 많다.

 

수많은 교재와 지침서들에 예시들이 수록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읽어도 기억이 잘 나지 않고 별 감흥이 없는 것이 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은 정말 번역이 잘 되어 있어서 마이클 화이트씨의 치료 과정을

 

제대로 실감나게 살펴볼 수 있었고,

 

(어쨌든 글로 적힌 것은 당시의 현장에서 수많은 것들이 사상된 결과이긴 하겠지만)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마이클 화이트가 주장하는 '다른 사람의 삶,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이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통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나에게 전달되는 듯한 감동을 받았다.

 

가장 첫 부분의 제프리의 AHD 이야기가 참 흥미롭다.

 

ADHD라는 진단명을 꼬리표로 붙인 채 마이클 화이트를 찾아온 제프리는

 

마이클 화이트와의 대화 끝에 자신의 문제에 AHD라는 이름을 붙여 외재화 하였다.

 

이 과정을 위해 마이클 화이트는 다른 아이의 ADHD그림을 보여주며,

 

"너에게도 쌍둥이 동생이 있는 것 같아. 하지만, 쌍둥이라고 해도 모습이 다른데, 그 쌍둥이 동생은 어떻게 생겼니?"하고 묻는다.

 

과학이라는 이름 아래 한 사람, 한 사람의 삶, 각 개인의 문제를 그 사람 고유의 것으로 보았던 마이클 화이트의 시도와 철학은 매우 공감 가는 내용 중 하나이다.

아직 상담 경험이 없는 사람으로서 이 책에서 다루어진 질문들을 가져본 적은 없지만,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고 오히려 먼저 알게 되어 좋았던 내용들이 많았다.

 

이야기실천을 아주 처음 접하는 사람이 읽기에는

 

체계적으로 개념이나 기법, 철학 등을 알려주는 친절한 개론서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꽤 충실이 설명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실질적으로 상담을 하다보면 이런 질문들이 정말 나올 수 있겠구나 하는 느낌을 익힐 수 있었다.

 

특히 마지막 부분의 여성주의에 관한 자세한 설명은 이야기실천과 반드시 관계가 없더라도

 

한 번쯤은 읽어두어도 괜찮은 글이 아닌가 싶었고

 

정보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