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공부 해볼까하고 미드를 찾다가 
동생이 재밌다고 해서 샀습니다.

제목이나 표지로 대충 미운오리 새끼 이야기겠다 생각은 했어요.
첨엔 진짜 촌스럽고 못나게 분장하긴 했다 싶더라구요.
(왜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는 대부분 예쁜 여자가 뿔테안경만 쓰고 허름한 옷차림만 하면 여전히 예쁜데도 못생겼다치는 거 있쟎아요. )

그리고 미운오리에서 백조로 변신하는가 했더니만 
내내 그 상태 그대로 있으면서 보는 사람의 생각을 바꾸더라구요.
’참 못났다’에서 ’귀엽고 사랑스럽네’로요.
통속적인 극의 틀을 배반하는 베티에겐 중독성있는 매력이 있어요.^-^

아만다와 게이인 마크, 두 단짝 친구도 
처음엔 그냥 악역을 맡은 재수없는 인물에서
뒤로 갈수록 어찌나 귀여워지는지ㅋ~

패션잡지사에 다니는 촌스러운 외모의 여성을 통한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비판 뿐아니라
미국 내의 히스패닉 가정을 배경으로 이민자 가정이 겪는 어려움,
성적 소수자들이 다름으로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미국이라고 이렇게까지 게이가 많은 것은 아닐텐데요. 패션업계라 그럴까요?)

베티를 중심으로, 다른 관점에서의 베티들도 등장하는 거죠.

본디 목적인 영어공부로 돌아가서~

말이 빠르긴 하지만 흘리는 발음은 아니라서
시즌 원 끝나갈 때 즈음엔 좀더 많이 귀에 걸립니다.
(재밌어서 삼일동안 다봤습니다. 역시 드라마는 한꺼번에 모아보는 게 맛이에요~)

언어는 영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로 되어있고 자막은 총 앞의 3개국어를 포함, 우리말, 중국어, 태국어, 말레이어로 되어있습니다.

우리말 자막으로 한 번 봤으니
이제 영어자막으로 들어가볼까합니다.
수차례 보면 외워지겠죠.
다시봐도 재밌을 듯.

공짜로 내려받은 미드에 비해 번역도 낫고, 전반적으로 깔끔하구요.
대신 자막이 하단이 아니라 상단에 위치해있어서
익숙해지면 괜찮은데, 처음엔 시각적으로 약간 거슬리는 부분은 있어요.

잘샀다 생각해요.^-^

어글리베티, 미드, 미운오리새끼

내가 본 피가로의 결혼 중에서 가장 연기와 연출이 맘에 들었던 영상물.
(난 슬픈 것보다는 웃을 수 있는 오페라가 좋다.) 

수많은 천진스러운 수잔나보다는 
나이는 많지 않아도 세상에 닳고닳아 이렇게 노회한 수잔나가 이 극에는 어울린다. 
수잔나는 정말 이랬을 것 같은.^^

원래 미아 페르손은 종교음악 쪽의 노래를 많이 하는 가수라고 하던데
세속적인 느낌 물씬한 수잔나를 너무 잘 소화했다.

피가로 역의 어윈 슈로트의 카리스마 넘치는 남성적인 연기와 노래도 진짜 멋지다.
(살짝 느끼하긴 하지만 남성적 매력철철, 진짜 ’남자’같다. 안나 네트렙코가 반할 만하다.) 

케루비노 역의 가수 리낫 샤함의 가창과 연기도 
그 사춘기의 어린 소년의 어쩔 줄 모르는 떨림을 그대로 전해준다. 
다른 영상물에서 본 케루비노에 참 잘 어울렸던 크리스티네 쉐퍼와는 다른 소년다움이라고 할까.

백작부인 역의 도로테아 뢰슈만이야 워낙 백작부인 역을 잘하기로 유명한 가수니
말할 것도 없고.^^

오페라 볼 땐, 일반적으로 연기보다는 가창에 신경 써서 극에 몰입이 잘 안되곤 하는 일이 많은데 (때로는 가수의 외모 때문에 몰입이 안될 때도 있다. -_-;) 

정교한 무대와 치밀하도록 섬세한 연출,
데이빗 맥비커의 연출한 다른 것도 보고 싶어졌다. 

연기, 가창, 연출, 무대, 캐스팅, 10점 만점에 10점~ 
정말 재밌게, 화면에 아주 들어가서 즐긴 영상물.

피가로의결혼, 어윈슈로트, 멋진수잔나, 멋진피가로, 멋진케루비노

안드레아스 숄의 목소리는 정말 따사롭다. 

본디 말할 때는 바리톤 목소리라는데, 
카운터 테너로 그의 목소리는 조금 낮은 듯 하면서도 다정하고 따뜻해서 참 친절하다. 

팔세토(가성)를 써서 그럴까.
들었을 때 진한 느낌이 드는 일반 성악발성을 쓰는 노래에 비해 
들으면 사르르 긴장이 풀린다.
(예전엔 여성알토도 아니고 남자도 아닌 이 소리는 뭔가 하며 징그러웠는데^^;)

이젠, 카운터테너의 중성적인 소리 속의 남성성이 느껴진다는 거!

옛 카스트라토들처럼 키도 정말 크고,  
그의 따뜻한 소리만큼이나 훈훈한 인상의 그의 모습들도 북클릿 속에 넉넉히 들어있다.
(1999년 녹음이니 모습도 그 때의 모습. 소리도 그 때의 소리^^)

북클릿 안에는 영어, 불어, 독일어, 이태리어로 빼곡하게 해설과 노랫말이 적혀있다. 
(안타깝게도 한국말은 없다.ㅠㅠ)

옛적엔 카스트라토들이 불렀을 헨델, 글룩, 모짜르트, 하세의 아리아들을 부른다.
여성들이 부르는 같은 곡들과는 다른 느낌.
(확실히 남자역할의 노래는 남자들이 불러야 된다.)

소리에 힘이 붙었다는 요즘의 숄보다도
이 음반처럼 옛날의 숄의 소리가 더 순수하고 다정해서 개인적으로는 더 좋다. 

"There is more to heroism than winning fearlessly. My heroes have moments of weakness and must overcome their difficulties."

안드레아스 숄이 한 이 말은 영어, 불어, 독일어로 북클릿 뒤에 적혀있다. (그는 독일어로 말했겠지만.) 전적으로 동감.  

안드레아스숄, 팔세토, 카운터테너, 따뜻함, 순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