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 디에고 플로레스가 정말 멋지게 알마비바 백작을 소화했습니다. 

그의 노래는 정말 별 10개중에 11개를 줘도 될 것 같습니다. 
극 거의 후반부에 부른, 정신이 없을 정도로 아찔한 콜로라투라 기교를 구사해야 하는 아리아(’라 체네렌톨라’에서 신데렐라가 부르는 아리아와 같은 곡조인 바로 그 노래)에선 정말이지 심장이 두근거리고 숨죽이면서 들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 2005년 이 공연이 있었던 레알 마드리드 극장의 관객들은 얼마나 짜릿하고 좋았을까요.

소리가 가볍고 맑고 짱짱하고, 
빠른 속도의 콜로라투라 기교를 정확한 발음으로 하나도 어려워보이지 않게 소화하는 것이 어쩜 저렇게 노래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정말 멋진 로시니 테너. 
아직 젊어서(73년생인가 그랬던 것 같다.) 오래오래 멋진 모습을 보여줄 거라 기대가 되어 좋네요. 

이 공연에서는 음악에서도, 연극적인 면이나 전반적으로 다 맘에 들어요. 
부파답게, 웃긴 장면들도 재미나게 연출되었고.

많이 본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본 세비야의 이발사 영상물 중에서, 이게 최고!

색을 자제하여 미니멀한 느낌이 드는 무대세트, 
처음에는 거의 튀는 색이 없다가 뒤로 갈수록 알록달록 색색으로 선명함을 더해가는 의상들도 눈을 즐겁게 합니다. (일부는 너무 알록해서 좀 부담스럽기도 합니다만)

로지나의 후견인 바르톨로가 의상연출과 분장 면에서는 젤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길이는 짱뚱하게 짧고, 엉덩이가 씹힌(이건 의도한 바는 아닐테지만) 바지와 남산만한 둥그런 배,  희한하게 꼬부린 머리까지 정말 완연한 희극 캐릭터의 모습입니다.
TV에서 디자이너 앙xx 김 선생님을 패러디한 모습이 머릿 속에서 겹쳐지네요.ㅎ~

로지나 역의 마리아 바요는 천연덕스럽게 로지나를 소화합니다. 
이 분이 아마도 나이가 좀 있으셨던 것 같은데, 여전히 유연하고 청아한 노래소리가 어린 처녀역에 어울려요. (그러나 외모는... 나이드신 티가 꽤 나서 상대역인 플로레스와 겉보기등급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간만에 보고 있노라니
알마비바 백작이 이 세비야의 이발사에서도 
제 보기엔 좀 불편한 귀족으로서의 모습들을 많이 보여주네요.
하긴 그것이 당시엔 더 자연스러운 것이니까요. 
그래도 이때까진 여인에게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순정적인 모습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사랑에 빠진 일시적인 상태+남성의 정복욕으로 볼 수도...  아... 좋게 생각해야겠죠. 좋게~)
로지나도 더 엽기발랄 캐릭터인 것을 확인하고요. (이런 캐릭터, 아주 좋아합니다.^-^  )

오페라 부파에는
젠체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희화화되고, 젠체하지 않는 솔직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세속적이긴 하지만 세기를 넘어선 웃음과 풍자의 공감대를 갖게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 좋아한답니다.

후안디에고플로레스, 마리아바요, 세비야의이발사, 로시니

<출연진>
알마비바 백작 : 로드니 길프리
백작부인 : 에바 메이
수잔나 : 이사벨 레이
피가로 : 까를로스 쇼숑

지휘 : 니콜라스 아르농쿠르
코러스 및 오케스트라 : 쮜리히 오페라
연출 :  펠릭스 브라이자흐
@1996 ZDF 

노래 : 이탈리아어
자막 : 한국어, 이탈리아어

저렴한 가격인데도, 안에 북클릿도 들어있구요. 
백작부부 역의 가수들이 맘에 들어서 샀는데, 가격이 몹시 착해서 더 좋았죠.ㅎ~ 

작곡가 모짜르트와 대본가 다 폰테,

이 두 환상의 짝꿍이 만들어 낸 오페라 부파는 다 재밌습니다. 
음악도 발랄하고 가볍게 웃을 수 있으면서도 
한 번 더 생각하면 오페라 세리아보다 더 현실적이고 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통속적이기도 하죠. 내용만 보면 요새 TV drama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막장드라마는 옛날옛적부터 시작한 게지요.

내용상으로 보면 

’세비야의 이발사’에서는 순정을 다해 로지나와 그렇게 결혼하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던 청년 알마비바 백작이 수 년이 흘러 변한 모습을 보게됩니다. 
’피가로의 결혼’에서는 그 시대 귀족답게(?) 여자를 몹시 밝히며 권력을 휘두르는 인물로 나타납니다. 
어렵게 성공했던 결혼을 도왔던 이발사 피가로는 그 덕에 백작네 하인으로 일하게 되는데 알마비바 백작은 그 은혜는 다 잊고 피가로의 약혼자인 하녀 수잔나를 탐냅니다.  사실, 수잔나 뿐 아니라 괜찮다싶으면 온 여자를 다 건드리는 것 같습니다. 그 순정파는 어디로 가고~.-_-;수잔나도 맘에 드는데 가질 수가 없으니 더 안달인 거죠. 

이젠 백작부인이 된 로지나는 사랑에 적극적이었던 발랄한 처녀의 모습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같은 사람이 아닌 것 같죠. 권력가의 아내로, 사랑을 잃었으나 찾을 수 없어 슬퍼하는 여인으로, 그러나 자신에게 구애하는 어린 소년을 통해 남편으로 채울 수 없는 욕망을 채우고싶어하는 귀족부인의 모습도 언뜻 드러나 씁쓸한 느낌이 듭니다.   
하긴, 자신의 남편이 탐내는 여인, 그것도 자신의 하녀에게 도움을 요청을 해야 하는 백작부인에게 더 남은 자존심도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사랑하는 여인을 빼앗기고 싶지 않으나 상대가 귀족이기에 어찌하지 못하는 피가로,
자신을 호시탐탐 노리는 백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온갖 지혜를 다 짜내는 수잔나.

결국 수잔나의 꾀가 들어서 백작은 망신을 당하고 부인에게 사죄하며 
모든 것은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과연 해피엔딩일까 싶긴하지만^^;)

흠... 써놓고 보니 내용이 참 우울한 듯하나 막상 이 오페라는 보면 심각하지가 않고 재밌습니다. 요새도 코미디 등이 풍자적인 내용을 웃긴 형식에 담는 것처럼요. 

그 다음, 맘에 드는 가수들.

이 영상물에서는 백작과 백작부인 역의 가수들이 맘에 들어요.
백작 역의 로드니 길프리는 악역이 참 어울립니다.
얼핏 3초 브래드 피트인 외모에 귀족적인 느낌으로 노래하는 바리톤이죠.
이 사람이 알마비바 백작을 부르면, 백작이 ’나쁜 놈’이라는 생각보다는 ’그래 그럴 수 있지’라는 마음이 들게 합니다. ^^; 
백작부인 역의 에바 메이도 참 예쁘고 우아합니다. 일반적으로 우아하게만 보일 수도 있는 백작부인이지만 사랑을 고백하며 노래하는 케루비노에게 보이는 어찌보면 끈적한 눈길(ㅜㅜ그래도 여전히 우아하고 아름답긴 하지만) 연기도 인상에 남습니다. 
이사벨 레이도 좋은 가수지만 뭐 맘에 드는 거야 제 맘이니 여기선 패스~



피가로의결혼, 로드니길프리, 오페라부파, 모짜르트

영화가 처음 나왔을때 보고 너무 좋아서 나중에 꼭 비디오를 사야겠다 생각했는데
dvd나오게 되어서야 소장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보고, 다시 봐도 감동인
참 좋은 영화예요.

잔잔하고, 넘치지 않고 오래가는 감동이 있어요.

다른 저렴한 특가 영상물들처럼 북클릿은 없습니다. 
(안에 북클릿이 있을 법한 자리가 영 휑합니다. 이런 건 볼 때마다 아쉽긴하지만 워낙 값이 싸니 이 정도 쯤이야 감수해야죠.^^)

그 대신, 영상의 질은 세일하지 않는 것들과  차이가 없습니다.

간만에 보면서 이전에 잘 생각 못했던 것이 눈에 들어왔는데
무서웠던 영화 ’미저리’에 나왔던 캐시 베이츠가 이 영화에도 나왔더군요.

여성에 대한, 참 좋은 이야기.

언어는 물론 영어, 자막은 우리말과 영어로 제공합니다.

항상 자신을 무시하는 남편(Ed Couch: 길라드 서테인 분)과 양로원에 몸져 누워있는 숙모를 뒷바라지 하며 어느 덧 중년의 나이에 든 애블린(Evelyn Couch: 케시 베이츠 분). 신물나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그녀는 고질적인 식성으로 몸매를 망쳐버린다. 어느날 그녀는 양로원에서 만난 80세의 노파 니니(Ninny Threadgoode: 제시카 탠디 분)가 들려주는 알라바마주의 휫슬 스탑(Whistle Stop)의 얘기에 빠져든다.

 니니의 회상으로 영화는 50년전 미국남부로 돌아간다. 잇지(Idgie Threadgoode: 매리 스튜어트 매터슨 분)는 가장 사랑했던 오빠의 죽음 이후 오빠가 사랑했던 여인 루스(Ruth Jameson: 마리-루이스 파커 분)에게 호감을 느낀다. 어느날 남편에게 얻어맞은 루스를 집으로 데려온 잇지는 임신한 그녀와 함께 기차역 근처에 튀긴 토마토(Fried Green Tomatoes)를 특별 요리로 제공하는 휫슬 스탑이라는 까페를 경영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잇지와 루스의 우정은 유난스러워 그 누구도 둘 사이에 끼어들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흑인에게 차별을 두지 않는 그들은 백인에게 거부감을 느끼게 하고 KKK단의 위협을 받기도 한다. 이때 루스의 망나니 남편이 아들을 강제로 데려가던 날 밤, 그는 실종되고 만다. 검사의 집요한 추적이 시작되고 5년 후 실종된 남편의 트럭이 강에서 발견되자 흑인 빅 죠지(Big George: 스탠 쇼 분)가 살인죄로 기소된다. 잇지는 그만을 법정에 세울 수 없다며 함께 재판에 출소하게 되는데, 스크로긴즈 목사(Reverend Scroggins: 리차드 릴리 분)의 유리한 증언으로 그들은 무죄 석방된다. 세월이 흘러 루스의 아들은 잇지의 오빠가 죽었던 그 기차길에서 한쪽 팔을 잃어버리는 사고를 당하고 암 선고를 받은 루스는 결국 먼저 세상을 떠난다.

 한편, 니니의 이야기로 인해 삶의 의욕을 얻은 에블린은 활력을 되찾고 중년의 위기를 극복한다. 형편없는 몸매를 다시 가꾸고 새로운 직업을 구해 가끔 엉뚱한 태도로 남편에게 존중을 요구하기도 한다. 절망적인 생활상과 지나간 시대의 추억을 엮어가는 니니의 남부 이야기가 주는 위안을 통해 애블린은 자신을 발견하고 또한 니니라는 평생의 지기를 발견한 것이다.

후라이드그린토마토, 좋은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