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때마다 방송을 보면, 
파란 눈, 혹은 검은 피부의 외국사람들을 모아놓고
우리나라 노래 경연대회 같은 걸 한다. 
(이젠 다문화 가정이 하도 많아서 외모로 한국사람을 가르기도 뭐하기는 하다만.)

우리 국악은, 우리나라 선조의 핏줄을 타고 난 사람이 해야 제 맛이 난다. 

대부분 국악을 실생활에서 거의 접하지 못하고 사는데도 불구하고,
아마도 핏줄에 흐르는 가락은, 교육으로 하는 것과는 맛이 다르다고나 할까?

아프리카 갔을 때, 그들의 음악성과 온몸에 넘쳐흐르는 리듬감에 혀를 내둘렀는데
(도통 보통의 우리들은 따라가지도 못할) 아프리카에서 자라지 않는 타국의 아프리칸계 사람들도 그런 것을 보면 피는 못속이는 것 같다. 

도덕과 가치판단조차도 얽매지 않고,
유랑을 하며 자유롭게 살았던 선조의 피를 이은 바이올리니스트와 그와 함께 하는 연주자들.

어찌보면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집시의 피에 
정통적인 클래식 교육을 더해서인지,

그의 연주는 전자악기 연주같은 과한 느낌이 들지 않으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흥분시키고 꿈틀거리게 하는 뭔가가 있다.

이 음반은 독일 소니뮤직에서 나온 음반을 
한국에서 한국어 설명 간지 하나를 넣어서 들여온 음반이다. 
그래서 안에 북클릿에는 모두 독일어로 설명이 되어있다. 

음반 뒷면에 렌드바이를 가리켜 Der ungarische Teufelsgeiger라고 얘기하네.
집시 바이올리니스트 대신 Teufelsgeiger라...^^

렌드바이, 집시바이올린, 크로스오버

cast
아디나 : 안나 네트렙코
네모리노 : 롤란도 비야손
벨코레 상사 : 레오누치 
약장수 둘카마라 : 일데브란도 다르칸젤로

오케스트라 : 빈 슈타츠오퍼
지휘 : 알프레드 에슈베
연출 : 오토 솅크

누가 봐도 재밌을(오페라에 관심 전혀 없는 사람이 보아도!)  매력적인 오페라입니다.
웬만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보다 더 재밌어요. 
성악곡이나 오페라에 관심이 없는 저희 엄마도 함께 보면서 즐거워하셨답니다.

내용은 아주 전형적입니다.
어수룩하지만 마음씨 고운 시골청년이 동네에서 제일 예쁘고 똘똘한 아가씨를 사랑했는데 그녀는 그에게 관심이 없었던 거죠. 그래서 우여곡절을 통해 그녀의 마음을 얻고 행복하게 되었다입니다. 

순진한 시골청년, 네모리노를 맡은 비야손.
미스터 빈과 외모가 거의 똑같은 롤란도 비야손은 이 희극에 딱입니다. 
(다른 비극에 나올 때는 얼굴이 웃기게 생겨서 약간 몰입에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만.^^:)

연기와 그의 또다른 연기인 노래는
그를 완전히 네모리노로 느끼게 만듭니다. 
어찌나 몰입하게 하는지 ’남몰래 흘리는 눈물’을 부를 때는 마음이 정말 함께 찡~ 해진답니다.  

네트렙코도 예쁘고 재기발랄한 아가씨 아디나에 아주 잘 어울리구요. 

조역이긴 하지만 
약장수 둘카마라 역의 일데브란도 다르칸젤로는 여기서 제일 멋진 것 같아요.
약장수 카리스마(?)가  철철 넘치고 
정말 사기꾼 같지만 밉지 않고 매력적입니다.

다르칸젤로가 노래부르는 것을 다른 데서 몇 개 봤는데
저는 이 약장수 역할이 제일 맘에 드네요.

전통적인 느낌이 드는 동화같은 무대, 
잘 어울리는 캐스팅(외모,연기,노래 모두~), 섬세한 연출과 연기, 멋진 노래.

살짝 기분이 충충할 때 가끔씩 꺼내보는데
다시 봐도, 흐뭇하고 좋네요.^^



롤란도비야손, 안나네트렙코, 사랑의묘약, 일데브란도다르칸젤로, 도니제티

인터파크에서 이 영상물 찾느라 어려웠습니다.
 
라 체네렌톨라로 검색하니 나오질 않고
혹시나 싶어 신데렐라로 검색하니 나오네요.
1995년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 공연실황입니다. 

이 ’라 체네렌톨라’에는 엄청시리 억척스러운 신데렐라가 등장합니다.

체칠리아 바르톨리가 dvd표지에는 너무 아름답게 나오는데, 
일단 영상을 틀기 시작하면
한국의 전형적인 ’아.줌.마.’를 떠올리게 하는 
그것도 이북 쪽 여인네 같은 억척스럽습니다. ^^; 

그게 또 이 신데렐라의 매력이기도 한 것 같아요.

언니들과 계부가 구박을 좀 하더라도 
바르톨리의 이 신데렐라는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고 
일부러 청승맞게 ’Una volta c’era un re...’ 하면서 더 크게 노래부르죠.
곳곳에서 웬만한 남자는 완전 휘어잡힐 듯한 카리스마를 내뿜습니다.  

안그래도 또렷하고 큼직해서 시원스러운 이목구비로 짓는 표정들은
원래 웃기려고 짓는 게 아닐텐데 진짜 익살스럽고 무진장 힘이 세어 보입니다.

중음역대의 가수들이 원래는 소화하기 어렵다는 장식음이 많은 아리아도
메조 소프라노 체칠리아 바르톨리는 정말 잘 부릅니다. 
어쩌면 그렇게 빠른 속도로, 그렇게 또박한 발음으로 물흐르듯이, 찬란하게 콜로라투라 기교를 쓰며 노래할 수 있을까 싶어요. (사람으로 안 보일 만큼요.) 

신데렐라가 너무 세서 그런지 
히메네즈의 왕자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은 좀 묻히는 것 같긴 합니다.




라체네렌톨라, 로시니, 바르톨리, 신데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