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치(Snatch)... ''록스탁앤투스모킹배럴즈''라는 데뷔작으로 관객들을 내용의 현란함과 재미있음으로 정신없게 한 천재감독 가이리치의 두번째 작품이다.. 이 작품 역시 전작처럼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여 정신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전편에서의 강탈(Snatch) 대상이 두 자루의 총이었다면 이 영화에서는 다이아몬드이다.. 무려 84캐럿의 보기에도 탐이나는 값진 보석이다.. 이 보석을 차지하기 위한 여러 팀의 쟁탈전이 시끌벅적하게 펼쳐진다.. 영화는 크게 두 줄기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보석을 훔친 은행강도에서 출발하는 보석을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과.. 또 하나는 데드매치라는 사기권투를 하는 일당들에 의해 펼쳐지는 에피소드... 각각이 다른 이야기인 양 빠른 카메라기법과 효과로 죄충우돌 돌아가지만.. 예상했듯 이 두 줄기는 종국에는 하나의 이야기로 만나게 된다.. 간간히 감독은 카메라를 멈추고 돼지꼬리 표시로 친절한 설명을 곁들여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집중하여 가닥을 잡지못하면 그 맥을 놓치게 된다.. 중간에 잠깐 졸기라도 한다면 아예 영화를 포기하는 것이 나을 정도로... 영화는 구석구석 조금의 빈 틈도 없이 돌아간다.. 보고나서 숨을 몰아 쉬어야 될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감독의 의도대로 정신만 바짝차리고 본다면 상당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회사에서는 왕따... 친구도..애인도 없고.. 하는 일마저도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전화상담을 해주는 지루하고 평범한 일상을 외롭게 살아내고 있는 앨리엇에게 어느날...

빨간색 이브닝드레스를 멋지게 차려입은 섹시한 악마가 나타난다..

그녀는 어벙벙한 앨리엇에게 계약을 제시한다.. 영혼을 맞바꾸는 대신 일곱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노라고..

일상을 바꿔보고 싶었고.. 멋진 인생을 살아보고 싶었던 앨리엇은 수락하고.. 그의 다양한 대리인생은 펼쳐진다..

마약왕, 시인, 배우, 농구선수, 대통령... 그러나 화려하고 멋질 것만 같았던 인생은 악마의 농간인지 어째 잘 풀리지 않는다..

누구나 한번쯤 꿈꿔봤음직한 일일 것이다.. 왜 흔히들 간절히 바라는 것을 이룰수만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겠다고 하지 않던가..

그런데 그것을 들어주겠다고 악마가 직접 찾아온 것이다.. 일반적인 뿔달리고 꼬리달린 삼지창 들은 그 모습이 아니라 저절로 입이 벌어질만한 미모를 지닌 보기만해도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말이다..

악마라기보다는 오히려 천사같은 모습이기에.. 그 영혼을 달라는 사악한 유혹은 되례 달콤하게 느껴진다..

원래 금단의 열매가 더 맛있다고 했던가..

이렇게 간접적으로나마 자신이 바라던 인생을 살아보는 것은 꽤 흥미진진하다... 배우 브랜든프레이져의 다양한 모습을 감상하는 묘미도 있고.. 엘리자베스헐리의 아름다운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는 것도 나름대로 즐겁다..

하지만 어째 영화는 그다지 재미있지는 않다..

옛 코메디물을 업그레이드시켜 리메이크했기에.. 내용 설정도 흥미롭고.. 선남선녀를 바라보는 즐거움도 있고.. 배경이나 세트도 아주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재미를 줄만한 요소가 여기저기 포진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지루하다..

체리의 이미지... 조그맣고 빨간 것이 탐스러워 보인다.. 맛도 상큼하고 신선하다..

그렇기에 그 아름다운 빛깔이나 산뜻한 향기와 달콤한 맛 덕분에 음식의 데코레이션에서도 메인을 차지하는 과일이다.. 종합과일통조림에도 몇 개 안 들어있고.. 케익에도 중앙에 한 두개 꽂혀 있을 정도이다.. ^^;;

그래서도 체리는 속어로 처녀를 의미한다.. 한창 물오르게 피어나는 젊디젊은 처녀.. 어디에서도 메인이 되는 신선미를 간직한 처녀..

이 영화.. 체리폴스(Cherry Falls)... 체리가 떨어지다...

얼핏 체리폴스라는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듯하지만... 그 속뜻을 따져보면 cherry와 falls의 합성어인 처녀성을 잃다라는 의미도 담고있다..

체리폴스라는 마을에 잔혹하게 살해당한 시체들이 발견된다..

그 사체에는 virgin이라는 단어가 깊숙이 새겨져있고.. 그러한 피해자들이 연이어 생겨나게 된다..

경찰서장 브렌트는 그 시체들이 모두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로 성경험이 없다는 공통점을 발견해낸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살인마를 피하도록 경고를 하는데..

이 마을 학부형들은 이제 애지중지 키워 순결하게 지켜야 할 자녀들에게 오히려 살인마를 피하게 하기 위해 섹스를 권장해야 할 판이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설정인가..

혜성같이 나타난 케빈윌리암슨이 시나리오를 썼던 ''스크림''이 그간의 공포영화들의 규칙을 나열해가며 그것을 풍자했다면... 이 영화는 그 규칙을 깨뜨리다 못해 아예 뒤집어 놓는다..

도덕과 부도덕의 구분을 모호히 하면서 기성세대들을 비웃는다고나 할까..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볼 때 탐탁치않게 여겨지는 문란한 아이들이 제거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곱디곱게 키운 내 자식이 살인마의 표적이라니 얼마나 우스운 설정이란 말인가..

그렇기에 이 영화는 하드고어적인 끔직한 장면이 등장함에도 전혀 무섭지 않은 공포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