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읽었던 책을 다시 펴들었다. 지킬박사와 하이드... 내 속에 또 다른 나... 요즘 드라마로도 다중인격이 방영되고 있다.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온 주인공이 하나의 온전한 모습으로 살지못하고 다른감정이 표출될때마다 다른 자아가 불쑥불쑥 튀어나온다는 설정이다.

창조의 능력을 가진 신에게 도전장을 내민 지킬박사. 온전한 악을 추출하여 하이드를 만들었다. 처음엔 자신이 원할때만 바꿨었다가 차츰 제어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다. 악에게 점령당하게 된 지킬이 마지막으로 선택할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은?

이 책을 보면서 악플러들 생각이 났다. 가끔 신문지상이나 인터넷으로 접하게 되는 악플러에 대한 기사. 알고 보니 교수였다거나, 알고보니 의사, 변호사.. 말하자면, 좀 배웠고, 좀 있다는 사람들..

비극적인 결말은 악플러에게 공격당한 사람들이 아니라 악플러가 당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왜 일까? 자신들의 겉포장을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는 게 너무 힘들어 가끔 내 속에 또다른 나를 끄집어 내고싶은 욕망에 굴복당하는 것일까?

선하게 보이고자 노력할수록 속으로는 더 악하게 되어가는 아이러니?

어쨌든 나름 재미 있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하이드의 모습이 너무 마음에 안 든다.

악한 사람들은 모두 키가 작고 못생겼다는 편견을 가지게 하는 것 같아서.. 그래서 잘 생기고, 키 큰 사기꾼을 알아보지 못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싶다.

몇 년 전 초정리 편지를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같은 저자의 책이라 펴들었다.

스프링 벅 에 대한 얘기도 언젠가 어디선가 들었던 적이 있는 것도 같고, 책 소개 글도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기도 했지만, 책 내용은 전혀 알지 못한 채... 2~3시간을 내리 다 읽었다.

책을 읽고나니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한 책이 아니라 어른을 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땅에 부모란 이름으로, 선생님이란 이름으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 ‘어른도 다 아는 것은 아니고, 다 잘하는 것도 아니니 너희가 용서해 주면 안 되겠니?’ 라는 작가의 설득이 고맙게 느껴진다..

 

특히나 ‘스프링 벅은 나를 위한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저냥 살아가고 있는 나의 삶에 대한 후회랄까? 부끄러움이랄까? 아니면 착한 나의 딸을 모자란 딸로 만들어버리는 이 이기적인 엄마의 미안함 때문이랄까? 어쨌든 이러저러한 생각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의 눈에서 눈물을 쏙쏙 빼내고 있었다. 자신을 위해서 저지른 잘못을 아이를 위한 일이라 애써 치부하며 당당하게 살았을 동준, 상준 이의 엄마가 착한 아들의 자살로 무엇을 생각했을까?? 늘 부모의 자랑이었던 큰아들은 부끄러운 인생을 살기싫어 자살을 택했다. 과연 최고의 선택이었을까?

전혀 생각지 못했던 곳에서 전혀 생각지 않았던 사람들이 자살을 하는 현실.. 작품 속에서도 늘 아무렇지도 않게 잘 살던 아이들의 자살을 그리고 있는 것도 우리 생활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우리 아이의 고민도 내가 미처 모르고 있는건 아닐까? '잔병없는 사람이 큰 병이 온다'는 말이 있다. 자잘한 말썽꾸러기들이 차라리 큰일을 저지러진 않는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는것이겠지?

맛있는 풀에 대한 생각도 잊고, 오로지 앞서기 위해 뛰다가 낭떠러지 앞에서도 멈추지 못하고 다 함께 죽는다는 스프링 벅이 개체수는 줄었지만, 여전히 살아남아 있는 것은 그래도 낙오된 몇 스프링벅이 풀을 먹으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그 낙오가 결코 잘못된 길은 아니었음을 우리는 안다.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자신을 찾고 가는 아이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엄마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사이프러스 나무, 옆에서 같이 자라는 나무에게 그늘을 주지 않기 위해 어릴때부터 떨어져 심어진다는 나무. 나는 이 나무이름을 들으면 물결치듯 여러그림에 끼워넣어 그렸던 고흐가 생각난다. 하늘에 닿을듯~~고흐는 왜 이 나무를 그다지도 좋아했을까?

그늘이 되지 않기위해 조금 더 떨어져 아이들을 바라봐야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아이도 창제처럼 자신의 꿈을 갖고 열심히 공부하고 싶어할 날이 오겠지? 그러는 동안 좀 더 격려하고, 좀 더 사랑하고, 좀 더 웃으며 함께 잘 살아가야지.

가끔 오래된 시가 떠 오를때가 있다. 그리고 추억에 잠긴다. 김용택 '그대, 거침없는 사랑' 이 나에겐 그러하다.

시의 내용이 모두 내 마음같아서 읽고 또 읽고 했던 적이 있다. 그 시를 읽으면 그때의 추억이 되살아나는듯하다.

지금은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까? 또다시 책을 펴들고 한번 읽어본다. 나랑 같이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 책.. 70편도 넘는 시들이 이 얇은 책 한권에 들어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아쉽게도 이 책은 절판되었고, 개정되어 새로 나온 모양이지만, 앞표지가 바뀌었네. 정말 세월이 많이 흐른 모양이다. 왠지 영원할 것 같았지만, 다양한 이유로 책들이 절판되고 개정되고.. 우리네 삶같다는 생각에 서글퍼진다. 오늘은 왠지 하루종일 시들을 읽고 있을것 같은 생각이 든다. 우리가 많은 책들을 읽고 있지만, 좋아하는 책을 막상 말해보려 하면 망설여진다. 분야별로 한권씩 쯤 평소에 생각을 해 둘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시집도 한두권쯤, 에세이도 한 두권쯤 소설도 한두어권쯤... 내 인생에 있어 꼭 기억하고 싶은 책을 술술 말할수 있으면 행복할 것 같다. 나에겐 이 책과 더불어 법정스님의 '무소유'가 그러하다. 가끔 아주 가끔이지만, 예전에 읽었던 책을 떠 올려본다는 건 행복한 일인것 같다. 이 시집에서 내가 다시금 읽은 시는 그이가 당신이에요, 6월, 꽃처럼 웃을날 있겠지요,푸른하늘,짧은해, 참 좋은 당신, 하루, 들국, 당신을 기다리는 이 하루, 어쩐다지요, 지금 내 마음은, 빗장,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