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었던 책, 제목만 들어본 책, 생소한 책들도 이루어진 48개의 작품을 접하면서 역시 읽었던 책들에 대한 내용이 더 쉽게 눈에 들어왔다. 제목만 들었던 책들은 아하~ 이런 내용이었구나 싶었고, 생소한 책들은 한번 읽어볼까? 호기심이 생기기도 하였다. ‘사람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 라는 모모의 물음에 대답이라도 하듯 거의 모든 감정이 사랑과 결부되어 있어 지겨운 사랑 타령? 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 것 같다.

이 책은 민음사 편집부장 양희정이 기획해서 나온 책이다. 강신주의 에필로그에 따르면 생면부지의 편집자가 어느날 찾아와 제안했고, 잡지에 ‘강신주의 감정수업’이 연재되도록 주선해서 격주로 연재된 그 글들이 묶어져 책으로 나온 것이라고 한다.

‘작가가 정말 많은 책을 읽었던 중에 스피노자의 48개의 감정에 딱 맞아떨어지는 (딱히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긴 했지만) 책을 찾아내었으리라’는 생각에 그저 신기할 따름으로 읽고 있던 나에게 그 작가와 작품도 그녀가 추천했으며(물론 추천해준 작품을 퇴짜놓기도 하고, 다른 감정으로 연결하기도 했다지만, 그런 작품이 과연 몇 개나 될지 궁금했고, 아무리 민음사에서 펴냈다 하더라도 민음사 책이 이렇게 많이 들어가 있을 수가 있나? 하는 의문도 저절로 풀리는 순간이었다.) 48개의 감정에 맞는 그림(정확히 말하자면 45개)을 고른 것도 표지를 확정한 것도 다 그녀의 몫이었다고 하니 말이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작가가 한 일은 편집자가 감정에 따라 추천하는 책을 읽고 해설을 쓰고 철학자의 어드바이스를 한페이지 작성한 정도?

하긴 강신주 라는 이름이 없었다면 이 책이 이처럼 성공할 수 있었을까? 유명세에 관심을 갖는 경향이 없지않는 나 자신이 반성되는 순간이었다.

‘독자와의 접촉면이 큰 저자가 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이 요즘 출판 시장 분위기다. 그래서 출판사들이 강연이 가능한 쪽의 책 위주로 기획을 많이 하는 것 같다’는 양희정편집부장의 말처럼 자신도 그런 책을 기획했고, 그녀의 예상은 적중했다. 말하자면 믿음사 세계문학전집 마케팅에 강신주라는 브랜드를 이용한 것 같다는 의심을 지울수가 없다.

이런 좋지 않은 나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나름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일단 그다지 책을 많이 읽지 않는 나도 어렵지 않게 읽을수 있었고, 나의 독서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책들도 몇권 있었으며, 작가와 책에 관한 정보도 유용했다.

이 책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비루함과 연결된 책 ‘무무’를 읽었는데, (집에 책이 있었음에도 읽지 않았던) 나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주었고, ‘황제 알렉산드로 2세가 농노제 폐지를 결심하는데 큰 영향을 준 소설’ 이라니 글의 힘이 이런데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게도 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직접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게 한다는 데 매력이 있다.

감정을 죽이는 것, 혹은 감정을 누르는 것은 불행일 수밖에 없다. 살아있으면서 죽은척하는 것이 어떻게 행복이겠는가.

그러니 다시 감정을 살려내야 한다. 이것은 삶의 본능이자 삶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의 삶은 과거보다 더 팍팍해졌다. 그만큼 우리에게 행복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삶의 조건이 악화된 만큼.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기 쉬우니깐. 그렇지만 행복하게 산다는 것, 그것은 감정의 자연스럽고 자유스러운 분출이 가능하냐의 여부에 달린 것 아닌가 –프롤로그 중 p.1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