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식탁 위의 세계사’라는 책을 본 적이 있다.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감자, 소금, 돼지고기,빵, 닭고기, 옥수수, 바나나 등에 관한 이야기.. 그 평범 속에 세계적 역사적 사실을 함께 맛깔나게 표현한 책이었다. ‘옷장 속의 세계사’도 같은 저자가 출판하였다기에 사서 읽어보았다.
엄마가 옷장을 열어젖히고 그 속에 든 옷을 하나씩 들어 보이며 아이에게 이야기해주는 듯 편안하게 써 놓아 쉽게 알 수 있었다. 청바지, 비단, 벨벳, 검은옷, 트렌치코트, 마녀의 옷, 바틱, 스타킹, 비키니 그리고 넥타이와 양복까지.. 우리가 익히 보아왔던 입어왔던 옷들에 이런 이야기가 숨어있었다니?
그중에서도 특히 전쟁의 참호에서 피어난 멋 트렌치코트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트랜치는 ‘참호’란 뜻으로 구덩이 속에서 적과 대치할 때 입었던 군인을 위한 전투용 복장이었단다. 1차 세계대전 때 토마스 버버리가 개버딘이라 이름 붙인 옷감으로 만든 방수가공해서 공기는 통하고 습기는 배어들지 않게 만들어 크게 인기를 끌었다나? 참호 속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전쟁의 공포에 시달렸을 군인을 생각하면 마음아프지만, 그래도 그 환경에 버틸 수 있었던 트렌치코트가 있어 다행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가을날 멋스럽게만 보였던 트렌치코트에 그런 이야기가 숨어있었다니~그리고 여름이면 바닷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키니.. 그 이름도 핵실험이 이루어진 태평양의 섬 이름이었다니 이제 비키니를 보면 핵폭탄 실험이 생각날 것 같다. 여러 가지 옷에 대한 이야기를 역사적 사실과 함께 알 수 있어 재미있었고, 앞으로 다른 물건을 볼 때도 그에 얽힌 이야기가 궁금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