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의 습관'
책 제목이 참 마음에 든다.
제목만 봐도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상상이 가면서 일년전 여행할 당시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떠났을 때 나는 여행하는 동안 매일 매일 감동하고 감탄했다.
회사 생활에 찌들어 '욕을 입에 달고 살았던 시절'이 있었느냐고 의아할 정도로 아이처럼 행복하고 기뻤다.
같은 호스텔에 묵고 있던 사람들에게 "xx 도시가 정말 좋았다"고 눈을 빛내며 말했던 적이 있다.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런 곳에서 정말 좋았다고 말할 정도면 너는 앞으로도 정말 즐거운 여행을 하겠군"
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에게 그 도시는 그냥 스쳐 지나가는 '통로'에 불과했던 모양이다.
그때 그런 이야기를 해준 덕분에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감동 하는 사람이라는걸 알게 되었다.
사소한 것에 감동하는 사람은 분명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행복할 것이다.
하지만 그 감동을 '습관화'하기란 또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 마음속에 조금이라도 근심이나 걱정이 들어앉으려 하면 감동 받을 마음의 여유 따위는 사라지고 만다.
그러나 또 반대로 '욕을 입에 달고 살았던 시절'을 무사히 지나올 수 있었던 것은 조금이라도 사소한 것에 감동하는 마음이
살아가는데 위안을 주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나는 과장 될지라도 "너무 좋아. 행복하다. 완전 감동받았어." 라는 말을 자주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이 책 역시 그런 사소한 감동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좀 더 작가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주로 공감가는 글귀나 그림, 예술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 조금 아쉽다.
처음에는 친절한 문체가 부담스러웠지만 찬찬히 읽어나가다보면 어느새 마음은 따뜻해져온다.
마치 색색깔의 털실 뭉치가 들어있는 바구니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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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의 신간 소설을 사들고 책상에 앉았을때
기차 시간표를 보며 여행의 계획을 세우던 스무 살의 여름.
무심히 올려다 본 하늘에서 비행기가 낮게 지나가던 순간.
생각지도 않았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온 봄날 오후.
비 내리던 날 할일없이 따듯한 방에 들어 앉아 마셨던 커피.
증오하던 누군가를 용서했을 때.
눈물로 밤을 지새운 어느 새벽에 느껴지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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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주운 막대기 하나만으로도
우주를 그리며 즐거워하던 시절,
마음만 먹으면 작은 방 안으로
만화 속 최고의 악당들을 불러들일 수 있었던 시절,
다른 사람들의 눈으로부터 자유롭던 시절,
내가 재밌으면 세상이 다 재미있던
그런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
왜 이리 힘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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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을 가득 채웠던 알사탕, 가느다란 실에 매달려 머리위로 둥둥 떠 있던
파란색 풍선, 주머니를 가득 채운 구슬,
몇 번의 도전 끝에 따낸 왕딱지, 앞니 빠진 날 먹었던 아이스크림,
잠든 척하며 딱 달라붙어 있던 어머니의 따뜻한 등...
구엘 공원이 아니어도 어린 나를 일깨워줄 기억들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날의 기쁨, 그날의 냄새, 그날의 촉감을 되살리는 동안,
호기심 많던 한 아이가 돌아옵니다.
가장 빠른 길보다
가장 재미있는 길을 선택할 줄 아는 아이.
쭉 뻗은 길도 둘러둘러 천천히 갈 줄 아는 아이.
세상에 대한 궁금증으로
두 눈이 맹랑하게 빛나던 아이가 돌아옵니다.
어려진다는 것. 다시 재미있어진다는 것.
그리하여 아주 작은 일에도 행복해지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아이처럼 中 -
골목을 걷다 알게 되었습니다.
골목을 걷는 속도가 바로 인생을 걷는
가장 알맞는 보폭이라는 사실을.
우리들의 시간도
딱 두리번거리기 좋을 정도의 골목처럼
그리 흘렀으면 좋겠습니다.
꽃을 피우고, 나무를 키우고, 오래오래 보석을 만드는
자연의 시간처럼 말입니다.
골목 끝에서, 그렇게 잠시 내 마음속에 들어가보았습니다.
-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그 곳 中 -
누군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지금 내가 느끼는 것.
내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이 곧
나 자신이라고.
자장가를 들으면 그 노래가 나에게로 들어와
평화로운 내가 되고,
시를 읽으면 시의 마음이 나에게 스며들어
내가 되는 법이라고.
따뜻한 그림에서 부족한 체온을 얻어내듯
행복도 그렇게 전달되는 것이라고
그래서 우리에겐
스스로 행복해지려 하기보다
이미 행복한 것들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더 필요한지도 모릅니다.
- 행복은 어느새 스며드는 것 -
나는 사랑한다.
상처를 입어도 그 영혼의
깊이를 잃지 않으며
작은 체험만으로도 멸망할 수 있는 자를.
그런 자는 이렇게 하여
즐거이 다리를 건너간다.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