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작품인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윗>에서도 카라바조는 진실한 죽음의 모습에 접근한다.
골리앗에게는 어린 다윗에게 죽임을 당하는 처참한 모습을,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윗에게는
의기양양한 승리자의 모습이 아닌 주검을 바라보는 슬픈 표정을 부여하고 있다.
그리하여 다윗과 골리앗의 두 얼굴에서 자신이 지닌 삶과 죽음의 이중성, 종교가 지닌 폭력성을 동시에 표현하는
'이중초상'을 그려내고 있다. 이것이 카라바조의 그림이 지닌 힘이다.
그는 종교를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동시대 가톨릭 교회가 요구하는 반종교개혁적인 시대정신을 담아낼 수 있었고,
동시에 지극히 개인적인 시각에서, 인간의 내면세계를 조망하는 위대한 그림을 그렸던 것이다.
카라바조 종교화에서 볼 수 있는 살인미학은 바로 우리 내면에 감춰져 있는 추악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마음속에 존재하는 더러운 욕망,배신,비겁함,분노,증오,슬픔,고통들을 그대로 표출하면서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내면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인간의 나약함을 소외시키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는 카라바조의 추악한 그림에서
우리가 동시에 거룩함을 발견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리고 그 추함에 진정한 아름다움이 있으며, 우리들의 사악한 현실 가운데 하나님의 구원의 은총이 깃든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카라바조의 그림은 성과 속의 구획정리를 새롭게 시도했다는 점에서 하나님과 인간과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미학적 시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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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천착했던 성과 속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깊이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즉 작품의 보편적인 주제로 등장하고 있는 성 속에 숨겨있는 속의 현존을 발견할 수 있어야하고 속에 담겨져 있는 진정한 성聖의 의미를 판독할 수 있어야 한다. 카라바조는 작품을 통해서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선과 악이 공존하고 있음을 드러내고자 했다.
속을 떠나서는 성을 얘기할 수 없다는 것을 표현했다.
카라바조는 르네상스 화가들이 재생시키고자 했던 헬레니즘 미술의 황금률과 미학적 부석을 거부하면서,
"거리의 지나는 모든 사람들이 나의 스승" 이라고 말했다.
플라톤주의에 입각한 르네상스의 미학, 즉 현존하는 사물의 이데아를 찾기위한 미학적 고안 장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림을 그리기 전에 작성하는 기초 도안도 생략한 채 캔버스에 바로 붓짓을 가했다.
그의 즉흥성은 성속에 숨겨진 속의 의미, 혹은 그 반대의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수시로 반복되었다.
카라바조의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앞서도 언급되었지만, 음습한 뒷골목을 해메는 집시,거지,매춘부,협잡꾼,부랑아들이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성자들의 모습도 하나같이 남루했다.
그가 그린 성 마태는 너무 천박하고 지극히 세속적인 인물로 표현되었기에 모든 사람을 경악시켰다.
성자의 위엄은 종적을 감추고 머리가 벗겨진 노동자와 같은 성 마태가 등장한다.
그는 발톱에 때가 낀 천박하기 이를 데 없는 인물로 표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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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팍하고 광기어린 성격 때문에 카라바조는 모두 15번 정도 수사기록 문서에 이름을 올렸고 최소한 일곱 번 감옥에 투옥되었다.
그의 삶은 폭행, 결투, 도피, 살인, 투옥 등으로 점철된 속된 것이었지만,
그의 예술은 언제나 속의 세계에 숨겨져 있는 성의 의미를 찾는 과정이었다.
그가 만약 종교를 미화하는 그림에 몰두했다면 르네상스 말기의 매너리즘 화가들처럼 그 역시 그 시대를 휘두르던
권력자들에게 아부하는 삼류 화가가 되었을 것이다.
반면 로마의 뒷거리를 배회하며 단순히 속에만 집착하였다면, 서양 미술사는 그를 통속화가로 무시했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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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 예술의 위대한 점은 속에서 진정한 성을 발견하고 성을 저 높은 하늘에 있는 하나님의 관점이 아닌
우리가 사는 세속적인 차원으로 끌어내렸다는 데 있다.
카라바조라는 이름은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모색되어야 할 신학적 고찰 대상이며, 우리 인간들의 근본적인 구원의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게 하는 도전이기도 하다.
그것이 바로 카라바조가 인류에 남긴 위대한 공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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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언제나 시대의 전통에 따라 주제를 선택했지만, 작품에 나타난 해석은 항상 전통 파괴적(Iconoclastic)이었다.
그의 그림은 언제나 철저한 현실세계에 뿌리박고 있었지만, 표현된 이미지는 언제나 초월적인 아름다움을 담고 있었다.
그가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고상했으나 그림의 구체적인 표현은 속되고 평범했다.
그의 그림은 언제나 칠흑과 같은 어둠에 사로잡혀 있었으나, 한 줄기 빛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 다니던 범법자를 사람들은 추종했으며, 오히려 그의 작품을 얻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다.
그의 작품에는 언제나 이중성이 드러난다.
아름다움과 추함, 폭력과 고요함, 전통과 파괴, 현실과 초월, 빛과 어둠.
그렇다. '이중성'이야말로 카라바조의 생애와 작품을 한마디로 대변하는 단어이다.
어쩌면 그는 이중적인 인간이었는지 모른다. 현대의 모든 인간들이 그런 것처럼. 우리 모두가 그런 것처럼.
_ <한태동 교수의 '1차원적 구조'와 ''2차원적 구조'로 본 카라바조 >
카라바조, 이중성의 살인 미학
_ 김상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