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에 대한 그의 집착에 대한 일화가 있다.

스티브 잡스는 컴퓨터 내부의 부품배치를 보면서 이런 저런 평가를 내렸다.

그러자 이에 화가 난 개발자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누가 pc 보드의 모양까지 신경 씁니까? 가장 중요한것은 얼마나 잘 작동하는가 하는 것이지

아무도 pc보드를 꺼내보지 않는다고요."

이에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본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본다고. 비록 그것이 케이스 안에 있다고 할지라도 나는 그것이 가능한 한 아름답기를 바라.

위대한 목수는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해서 장롱 뒷면에 형편없는 나무를 쓰지 않아."

로마 시스티나 성당 천장 벽화의 구석진 부분을 정성스럽게 그릴 때 "누가 안다고 그렇게 고생해가며 그리는가"는 친구말에

"내가 알지." 라고 대답한 미켈란젤로를 연상케 한다.

그가 엔지니어가 아닌 아티스트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감의 한줄> 리더의 길을 묻다

스티브 잡스 中 / 김은섭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의 시간은 두 종류로 분할된다. 

하나는 자본에 고용되어 생산 활동에 종사하는 노동 시간이다.

다른 하나는 직장을 떠나서 보내는, 기 드보르가 '비활동' 이라고 부르는 여가시간이다.

여가 시간은 노동을 하지 않는 시간이어서 자유로운 시간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대중매체는 우리의 자유를 가만두지 않는다.

대중매체를 통해 우리는 자신이 노동해서 만든 상품에 대한 소비 욕망을 증폭시키고 있다.

결국 여가 시간의 활동마저도 자본주의는 자유롭게 내버려두지는 않는 것이다.

"활동의 외부에는 어떤 자유도 있을 수 없으며, 스펙터클의 맥락에서는 모든 활동이 부정된다" 는

말의 의미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여가 시간을 노동으로부터 벗어난 자유로운 시간이라고 착각했다.

그렇지만 여가 시간은 노동으로부터 "해방된"시간이 결코 아니다.

대중매체가 제공하는 볼거리들에 사로잡히거나 아니면 상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여가시간을 낭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여가 시간은 자유로운 창조의 시간이나 여유로운 휴식의 시간이 아니라,

자신이 만든 상품들로부터 유혹당하도록 고안된 시간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 드보르는 여가 시간동안 우리가 노동의 결과에 대해 "굴복"하고 있다고 말했던 것이다.

 '소비의 사회'라는 책에서 보드리야르는 자본주의의 생명 연장의 꿈이 오직 소비의 영역에서,

다시 말해 소비자로 하여금 주머니를 열도록 유혹하는 데 있다는 것을 간파했다.

 

기 드보르는 보드리야르보다 더 심오하다.

그는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메커니즘보다는 자본주의가 우리 내면을 길들이는 방식에 주목했다.

기 드보르의 진단은 차갑기까지 하다. 그에 따르면 스펙터클 사회는 인간으로부터 상품에 대한 시각적 감각을 제외한

일체의 현실 감각을 박탈해버린 거대한 매트릭스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바로 여기에서 역설적으로 스펙터클 사회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을 볼 수 있다.촉각으로 접할 수 있는,

즉 자신이 직접 몸으로 부딪쳐 느낄 수 있는 구체적인 현실 세계에 지속적으로 개입하여 현실 감각을 키워야한다.

단지 이것만이 권력과 자본이 내건 집어등의 유혹으로부터 해방되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철학이 필요한 시간> / 강신주

여가를 빼앗긴 불행한 삶 中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이성복 / 남해금산

 

 

 

'시' 란 무엇인가.

사랑에 대한 고찰

 

+

새벽부터 내린 비로 땅이 젖어 있었다.

실로 '십일월'스러운 추적거리고 싸늘한 아침이다.

저번주 '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을 주제로 한 강신주 철학자의 강연회에 다녀왔다.

'시란 무엇인가' 로 시작된 강연은 이성복 시인의 시 두편과 김수영 시인의 시를 중심으로

사랑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하는 시간이었다.

이성복 시인의 시 '남해금산' 을 읽으며 마음이 아팠다.

정확히 말하자면 "젠장 뭐가 이렇게 슬퍼" 라는 마음으로 속으로 울었다.

이 시가 읽힌다는건 사랑을 해봤다는 것, 우리도 사랑에 버려져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라 한다.

강연은 진지하면서도 유쾌했지만 내 코끝은 가끔 시큰거렸다.

강물처럼 흐르는 사랑도 언뜻 언뜻 지나갔고 '시를 쓴다는 일' 혹은 '솔직해진다는 것' 의 어려움에 대해 생각했다.

솔직해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것을 언어로 담아내는 일은 또 얼마나 힘이드는지...

강신주는 '시'에 대하여 강렬한 어조로 말했다

"시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정직함이다"

"시는 세계를 묘사하는 것이 아니다. 감동을 날조하지마라"

"날조된 것이 아닌 나의 감정으로 살아야한다. 나니까 쓸 수 있는 글을 쓰자"

꼭 시가 아니어도 좋다.

나도 그 조그마한 구멍의 꼬리를잡아 나의 그림자를 나와 나란히 세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