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는 슬슬 다시 그림을 그려봐야겠다는 계획, 

그 계획을 실천에 옮겨 보려고 저는 요즘 퇴근하면 집으로 가서

새하얀 캔버스를 거실 한 쪽 벽면에 기대어 놓고, 노려봅니다.

가로 세로 60cm 크기의 정방형 평면, 그 순백의 평면을 노려보며,

저 위에 어떤 그림을 그릴 것인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합니다.

동료들과 술을 마시고 취한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온 날에도

어김없이 그 하연 캔버스를 벽면에 기대어 놓고, 노려보고 또 노려봅니다.

저 공간 속에 어떤 그림을 그려 넣으면, 멋진 그림이 될까?

머릿속으로 수백 개의 선을 긋고, 수백 번의 칠을 합니다.

그렇게 매일매일 '노동을 하듯'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러나 붓을 손에 쥐고, 물감을 묻히고, 캔버스에 칠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무언가 대단한 '작품'을 그리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죠.

반드시 멋진 '작품'을 그려내고 싶다는 욕구가 가슴에 가득했습니다.

'대단한 작품'이란 것이, 그렇게 하루아침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저는 내심 그런 '대단한 작품'을 꿈꾸고 있었던 겁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그런 욕심을 버렸습니다.

'그냥 아무 그림이나 그리면 되지, 꼭 대단한 그림을 그려야만 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라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 것이지요.

그리하여 드디어 어느 날 밤 실로 오랜만에 붓에 물감을 묻히고,

그 무겁고 적막하기만 했던 화폭 위에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단한 작품'을 그려야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나니,

그제야 비로소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 것이었습니다.

'버림으로써 얻는다'더니.... 

그 말이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얘기인가 싶어 혼자서 슬며시 웃어봅니다.

아무렇게나, 아무 생각 없이 그리는 그림,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습니다.

 

 

<좋은건 사라지지 않아요 / 김원>

'대단한 것'에 대한 욕심을 버리기 217p

 

용기 있는 사람, 기억력이 좋은 사람, 꿈꾸는 자유인,

간단명료하고 냉정한 사람, 솔직한 사람,

눈물의 맛을 아는 미소를 지닌 사람, 영혼이 맑은 사람,

유능한 사람, 여유로운 사람, 호기심이 많은 사람,

믿음이 강한 사람, 술에 취하지 않는 술고래,

사람들에게 정성과 최선을 다하는 사람,

남들에 대한 배려가 깊은 사람, 마음이 따뜻한 사람,

자기 전공을 잘 살리는 사람, 의욕적인 사람,

잠 안 자고도 살 수 있는 사람, 자신감으로 가득 찬 사람....

 

 

위에 적혀 있는 '사람'들은 제가 지난달에 만났던 친구들에게

'내가 갖고 싶은, 나의 모습'에 대해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었습니다.

 

 

여러분들께서 바라는 대로, 여러분들의 모습이 바뀐다면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하실 건가요?

한번 적어보세요.

그러면 놀랍게도 이미 절반쯤 그 모습에 가까워진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거예요.

정말이라니까요?

 

 

<좋은건 사라지지 않아요 / 김원>

 내가 되고 싶은 사람 69p

 

 

이 세상에서 부유한 사람은 상인이나 지주가 아니라, 밤에 별 밑에서

강렬한 경이감을 맛보거나 다른 사람의 고통을 해석하고 덜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

 

 

진짜 부유한 사람은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밤의 별 밑에서 경이로움에 소름이 돋는 사람이라는 의미잖아요.

이 문장에 담겨 있는 뜻이 이 강의가 존재하게 된 이유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 소개해봤어요.

존 러스킨도 비슷한 얘기를 했는데요.

 

 

삶, 즉 사람의 힘, 기쁨의 힘, 감탄의 힘을 모두 포함하는 삶 외에 다른 부는 없다.

고귀하고 행복한 인간을 가장 많이 길러내는 나라가 가장 부유하다.

자신의 삶의 기능들을 최대한 완벽하게 다듬어 자신의 삶에, 나아가 자신의 소유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의 삶에도

도움이 되는 영향력을 가장 광범위하게 발휘하는 그런 사람이 가장 부유한 사람이다.

 

 

풍요로움이라는 것은 결국은 감수성과 감성에서 나온다는 이야기 입니다.

이렇게 다시 책들을 읽으면서 최근에 제가 행불행에 대해 한문장으로 정리하게 됐는데,

 

 

행불행은 조건이 아니라, 선택이다.

 

 

책을 읽고 난 후 받은 감동과 여러 느낌들을 정리해보니 행불행이 이렇게 정리되더군요.

나는 불행해, 나는 행복해, 우리는 이것을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그건 똑같은 현상을 두고 내가 행복을 선택할 것이냐, 불행을 선택할 것이냐라는 것이죠.

돈이 많아야 하고, 어디에 살아야 하고, 어디에 가야 하는, 그런 건 아니라는 겁니다.

다 가졌다고 행복할까요? 우리는 행불행을 조건이라고 착각하고 살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세의 문제라는 생각입니다.

행복은 조건이 아니라 선택입니다.'난 행복을 선택하겠어' 하면 됩니다.

행복은 운명이 아니니까요. 삶을 대하는 자세가 만들어내는 것이지 어떤 조건이 만들어줄 수는 없는 것이죠.

알랭 드 보통의 말처럼 밤의 별 밑에서 강렬한 경이감을 맛보는 삶,

그것을 행복하게 대하는 삶의 자세야말로 인생의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요? 결국 이렇게 정리할 수도 있겠네요.

 

 

행복은 추구의 대상이 아니라 발견의 대상이다.

 

 

행복을 추구하려고 하니까, 어떤 조건을 만족시키려다보니 결핍이 생기는 겁니다.

하지만 행복은 발견의 대상이에요. 주변에 널려있는 행복을 발견하면 되는 겁니다.

 

 

 

책은 도끼다 / 박웅현

알랭 드 보통의 사랑에 대한 통찰 中 12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