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전에 보아도.
그곳에서 보아도.
그 후에 보아도 좋을 책. 
루브르와 오르세의 명화 산책


이 책과 또 하나의 책. 프라도 미술관(다니엘라 타라브라 저)  
이 두권의 책은 내 유럽여행에 있어서 특별한 책이다.  
내 유럽여행의 테마는 ’미술 기행’ 이었고, 나의 테마는 뮌헨과 로마,피렌체를 거쳐 파리로 와서 잔뜩 무르익어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두렵고도 설레이는 루브르 박물관을 가는 날이 다가왔다.
여행중 같은 숙소에서 친해진 친구가 루브르 갈때 가지고 가서 보면 좋을거라고 해서
빌려준 책이 (나중에는 나에게 기증한;) 루브르와 오르세의 명화 산책이다. 


사실 책을 들고 미술관에 가는것은 나의 취향이 아니다. 
하지만 방대한 양의 작품수를 자랑하는 루브르에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어봤자 8시간 남짓. 
브로셔를 봐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어떤 순서로 무엇을 볼지를.친절하게 알려준다. 
처음에는 무거워서 원망도 했지만 이 책의 조언 덕분에
보고 싶었던 주요 작품들을 설명과 함께 두루 감상할수 있었다


미로처럼 얽혀있는 루브르에서 미아처럼 헤매다가
왜 모나리자 뒤에, 프랑스 회화가 있는지.감히 의심해 볼 수 있는 안목까지 생겼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이탈리아가 앞서 있었지만 
이제는 프랑스 회화 역시 모나리자와 동등한 위치에 있다는것을 말하고 싶은 프랑스의 자존심이 아닐런지.
재미있는것은 이 책에도 내가 느꼈던것과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 위대한 거장들 즉 다비드,앵그르,들라크루아,제리코의 작품은 드농관 2층에서 
<모나리자>를 감상한 뒤에 살짝 방향만 바꾸면 (혹은 잘못 들어서면) 바로 접근할 수 있는 방에 위치하고 있다.
이것은 우연이라기 보다, 르네상스의 주도권은 비록 이탈리아에 있었지만, 18세기 이후의 미술은 
’위대한’프랑스가 거머쥐고 있다고 은영중에 과시하기 위한 것 같다. 



이 책을 들고 7시간을 루브르에서 해맨 후 며칠동안 팔이 욱신거렸다. 
하지만 그보다 중세와,르네상스를 지나 인상주의전까지 당도하게 만들어줬던 10유로짜리 타임머신 티켓.
그리고 내 옆에 들려진 이 책 한권으로. 나는 루브르를 떠올릴때마다 마음이 찌릿하다.

 

 * 오르세의 경우 가기전과 다녀온 후에 읽었는데 
아쉽게도 내가 갔을때에는 빠진 작품들이 너무 많았고, 배치가 바뀌어 있어 책과 다른 부분이 많았다. 
미술관도 나이를 먹는것처럼 이 책도 개정판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루브르에서 2010.가을>

어떤 생각과 느낌은 무엇인지 확신하면서도
이것을 글로 옮기는것은 여간 힘든일이 아니다. 
누구나 멋진 생각을 떠올릴 수는 있지만 
그것을 느낀 그대로 잘 표현 할 수는  없다 
알랭드보통의 여행의 기술에서 이런 대목이 나온다
’러스킨은 여행을 하면서 스케치를 하라고 권했을 뿐 아니라 
아름다움에 대한 우리의 인상을 굳히려면 글을 써야한다고. 
그의 말로 하자면 말로 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름다움을 소유 하고 싶은, 거창한(?) 이유에서 뿐만이 아니라
나의 생각들을 표현함에 있어 좀 더  매끄럽게 표현할 수 있는 글쓰기의 기술이 필요했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누구라도 글쓰기에 공중부양을 넣어줄 아주 좋은 기본서인것 같다

 글쓰기의 기본을 잘 알려주면서 어렵지 않고 쫀득한 예문으로 다가온다  
예시로 쓰여진 소설의 대목이나 그 외 예문들을 읽는것만으로도 재미가 쏠쏠하다.  

우울/ 흐린 날 서랍 속의 달팽이
고독 / 선잠결 객지에서 듣는 기차소리 
평온 / 정오의 담벼락 밑에서 졸고 있는 고양이 

사람들은 흔히, 저는 시를 잘 모르는데요,라고 말한다.
당연하다.
시는 알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느낄 수 있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예술의 일차적인 목적은 감동이다.
그러나 머리는 감동을 모른다. 따라서 예술을 머리로 이해햐겠다는 소치는
수학을 가슴으로 풀겠다는 소치와 동일하다 

왜 쓰는가. 어떻게 쓰는가. 어떤 마음으로 써야하는가.
챕터들을 하나 하나 읽어나가다 보면 글쓰기는 단순히 기술이 아닌 삶의 방식임을 느끼게 한다.
글 하나에 그 사람의 인격이 담겨 있다.
그래서 선생님의 이 조언이 더 가슴에 남는다.

	그대가 진실로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그대가 먼저 만물에게 눈길을 주어라. 만물에게 눈길을 주는 일이 만물과의 사랑을 시작하는 일이다 그대가 만물에게 눈길을 주는 순간 만물도 그대에게 눈길을 준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부터 그대의 심안도 열릴 것이다

 

*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추천
< 감성사전 / 이외수>

 

 

현재만을 살아가는 나카타,과거만을 살아가는 사에키,그리고 과거에도 현재에도 머물지 못하는 타무라 카프카 군,  소설을 읽으면서 쭉 생각했다.이 세 사람들은 모두 자신들의 잃어버린 시간들을 求める。그 잃어버린 백지의 시간들을 등에 짊어지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시간의 업보는 이제부터는 타무라 카프카가 짊어지고 가야할生의 무게이다.  "타무라 카프카는 결국 현실을 택했어"  아직도 귀에 울리는 그 말,  "타무라 카프카는 결국 현실을 택했어"   어디선가 딸랑거리는 풍경 소리가 들린다.아직은 지면이 싸늘한 봄밤,   나는 이 모든 좋아하는 인물들 중,호시노의 말투를 좋아했다. "おれさー自慢じゃねえけどー"그의 건들 건들 거리는 말투와솔직한 無知, 담백한 성격이 마음에 들었다. "大公トリオです。""大根トリオ？" ^^  책을 읽으며 가장 흥미로왔던건,작가가 캐릭터 하나하나에 쏟아내는 묘사였다.특히, 말투.문체의 생생함이란 캐릭터가 마치 실존의 인물인듯, 살아움직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3주에 걸쳐, 약 28시간을,매일 자기 전 한시간씩,해변의 카프카와 함께 했다. 원서여서 그런지 굉장히 시간을 들여천천히 읽었는데,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며,"아아..더 읽다 자고 싶어..."하며 스르륵 잠이 들어버렸는데.. 그건 어느새 , 하나의 추억이 되어버렸다.    무라카미 하루키. 좋구나 :)

- 몇일전 한가로이 일을 하다, 레시트 뒤에 적어놓은

해변의 카프카에 대한 짧은 감상, -

그러고 보니., 지금도 대공 트리오를 듣고 있었다.

호시노 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