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단편을 읽기전까지 (순서대로 읽지는 않았다)
서평을 쓸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책을 덮고 나니 따뜻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그 속에는 괴상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도 있고, 반짝이는 이야기도 있었다.
무엇보다 하루키의 문장력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된다.
언젠가 느꼈을 그리움의 순간을 포착한 문장에는 온기가 녹아있다.
아무 걱정 없이 온화한 물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평화로운 화폭을 들여다보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문학을 읽는 즐거움이란 이런것이다.
그러나 서로 한번씩 놀라고나자 첫대면의 긴장은 풀어졌다.
우리는 같은 열차를 놓쳐버린 승객 사이라는 분위기에서 햄버그 스테이크를 먹고 커피를 마셨다.
3층의 창문에는 전차가 보였다. 그날은 날씨가 아주 좋아서 주변에 있는
아파트 베란다에는 이불과 시트들이 여기저기 널려있었다.
가끔씩 탁탁 이불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말라버린 우물 바깥에서 들려오는 것처럼 기묘하게 거리감이 없는 소리였다.
<버트 바카락을 좋아하세요?>
위대한 왕국이 퇴색해가는 것은 후진 공화국이 붕괴되는 것보다 훨씬 더 서글프다.
<몰락한 왕국>
'거리'에 도착하는 것은 항상 오전이었다. 해는 아직 하늘 높이 떠오르지 않았고,
'거리'의 구석구석에는 아직 아침의 부산함이 꺼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나는 여행 가방을 안은 채 커피숍으로 들어가 모닝 커피를 마시고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시각의 '거리'모습을 못 견디게 좋아했다.
아침 햇살, 커피 향기, 사람들의 잠기 어린 눈, 아직 손상받지 않은 하루.......
<5월의 해안선>
나와 그녀는 고양이를 안고 선로로 내려가 햇볕을 쬐었다.
마치 호수 바닥에 앉아 있는 것처럼 고요했다.
우리는 젊고, 갓 결혼했고, 햇볕은 공짜였다.
<치즈 케이크 같은 모양을 한 나의 가난>
그리고 무엇보다도 1981년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에,
우리가 하라주쿠의 뒷길에서 스쳐 지나가게 된 운명의 경위 같은 것을 해명해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거기에는 틀림없이 평화로운 시대의 낡은 기계처럼 따스한 비밀이 가득할 것이다.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