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내가 살던 집 근처엔, 가게 분위기는 평범하나 무슨 이유에선지 회원제로 운영되는 인도카레집이 있었다.
주인장과 친분이 있는 친구가 어느 날 데리고 가줘서 들어갈 수 있었다.
난도, 카레도 너무 맛있어서 기절할 것 같았다.
모든 카레에는 정성이 담겨 있었으며, 타협의 여지라곤 찾아볼 수 없는 맛이었다.
맛있다고 마냥 감탄하는 나를, 체격 좋은 주인장은 아주 마음에 들어 했다.
"왜 회원제에요?" 라고 물었더니, 그는
"모르는 사람이 오면 긴장되니까. 그러면 맛있게 못 만들게 되거든. 한 번이라도 온 사람은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 라고
쑥스러워하며 말했다. 단순히 수줍음이 많았던 것뿐이었다.
주인장이 몸이 좀 안 좋았을 때 꽃을 보냈더니, 후에 다양한 사이즈의 통에 서투른 솜씨로 담은 카레가 몇 종류나 배달되었다.
데우는 법도, 냉동했을 때의 해동 방법도 각각 다르다며 메모를 잔뜩 보내왔다.
가게에서 갓 구워낸 난과 함께 먹는 게 역시 맛있었지만, 메모에는 카레를 맛있게 먹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
주인장의 투박한 글씨를 바라보고 있자니, 나는 그가 바로 곁에 있는 것처럼 느껴졋다.
그때가 주인장의 카레를 마지막으로 먹은 날이었다.
그는 가게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뺑소니 차에 치였고, 거기다 이송된 병원에서 의료사고로 죽어버린 것이다.
"다음에 말이야. 정원에 탄두리 가마를 만들어 줄게. 간단하니까 하루 만에 만들 수 있어! 그럼 거기다 뭔가 구워 줄게."
하고 웃으며 말했는데. 그 카레의 맛을 떠올리려고 해도 점점 아득해져 간다.
그게 안타깝다. 언제까지나 생생하게 기억하고 싶었는데.
그리고 나서 이사한 집의 근처에 내공이 느껴지는 인도카레집이 생겨서 완전히 단골이 되었다.
그곳의 주인장은 결코 붙임성이 좋지는 않았지만, 점차 내게 마음을 열고 말을 걸어 주었다.
그는 자주 인도에 향신료를 사러 가고, 또 그곳에서 맛있는 가게를 찾아다니며 연구를 거듭하고 있었다.
그가 인도에서 돌아올 때마다 카레의 맛이 좋아진다는 얘기는 동네에서 화젯거리였다.
어느 날, 그곳에서 카레를 먹고 있는데 멋진 음악이 흘러나왔다.
"다같이 여름 휴가를 떠나자, 모든 건 생각대로, 아무 걱정도 없어, 나에게는 당신에게도. 태양은 밝고. 바다는 푸르지.
영화에서 본 것처럼. 그걸 이제 실제로 보는 거야. 꿈을 이루러 가자. 나도 당신도."
그런 가사였다.
"이거 무슨 노래였죠? 나는 물었다.
"클리프 리처드의 <섬머 홀리데이> 지, 아마. 유명한 곡이야. 여러 사람이 리메이크 했잖아." 주인장은 말했다.
"잘 먹었습니다. 이제 인도에 가시는 건가요?" 나는 말했다.
"응. 여러모로 기대가 많이 돼." 주인장은 말했다.
"돌아오시면 카레가 더 맛있어지겠네요. 기대하고 있을게요!" 나는 말했다.
그게 마지막 대화였다.
그는 여름 휴가로 갔던 인도에서 돌아온 직후에, 교통사고로 죽은 것이다.
나는 다시 이사를 가서 전에 살던 동네에는 별로 가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전에 살던 동네에서 자주 다니던 카레집이 우연히 우리 동네로 이사를 왔다.
그곳의 카레는 여주인이 직접 만들었는데, 인도 카레라는 이름에 맛도 자극적이긴 했지만,
일본의 '카레라이스'에 가까워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았다. 이사를 와줘서 너무 고마웠다.
나도 남편도 아이도 친구들도, 다들 몇 번이고 그 가게에 가서 맛있는 카레를 먹으며 행복을 음미했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카레이지만, 그녀밖에 만들 수 없다. 보조하는 분이 만들면 맛이 약간 달라져버린다.
어느 날 그 여주인의 집 옆을 걸어가는데, 뭔가가 떨어져 있었다.
죽은 새끼새였다. 그것도 세 마리나, 커다란 새가 둥지를 습격하기라도 한 것일까?
구석으로 옮겨서 합장을 하고 지나갔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여주인의 집에 불이 나 연기에 내몰려 떨어진 것이었다.
바로 소방차가 왔고, 그 후에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괴로운 일도, 빛이 날 만큼 사랑스러운 일도 말이다. 여주인은 무사했다. 모든 걸 잃고 절망했지만, 가게 영업을 계속 하기로 했다.
다행이다. 세 명째는 죽지 않았다. 분명 순수한 인도카레가 아니라 흰 쌀밥과 먹는 일본의 ' 카레 라이스' 이기 때문이다.
틀림없이 그런 거라고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카레의 신이여, 감사합니다. 당신이 그렇게나 엄격한 분이라 다행이에요.
이런 불길한 얘기를 입 밖에 낼 수는 없기 때문에, 나는 시치미 뚝 떼고 오늘도 그곳의 카레를 먹는다.
계절별로 다른 맛의 채소가 들어 있어도 위화감이 없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그녀만의 카레.
여주인이 생긋 웃으며 들고 온다.
'만약 그 때 그녀가 죽었더라면...' 하고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하지만, '괜찮아, 다음 주에도 먹을 건데 뭐.' 하며 우울한 기분을 떨쳐낸다.
이제 무서워서 평생 고집 있는 주인장이 운영하는 단골 인도카레집은 만들고 싶지 않다.
인도인이었다면 이것을 나의 카르마라고 말하겠지.
몇번이나 생각한다. '내 탓이 아니야. 절대 아니겠지?' 하지만 아무래도 생각하게 된다.
주인이 남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인도카레를 고집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말 다행이라고. 카레라이스 만세.
이제 인도카레 따윈 잊을 거야.
아니면, '그게 아니야. 여주인이 살아남았기 때문에 너의 카르마가 끝난 거야' 라고 인도인은 말할까?
수수께끼는 평생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내 기억 속에 새겨져 있는 각양각색의 맛은 목숨을 걸고 얻은 것이다.
'사람은 살아있는 것을 죽여서 먹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 는 의미 이상으로, 나는 정말 생명을 먹고 있는 것이다.
'살아남아서, 내가 먹은 것을 다른 형태로 바꿔서 전해줘야 하는 거야' 라고 마음 속 어딘가에서 항상 생각한다.
- LIFE 92p
카레라이스와 카르마 / 요시모토 바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