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의외의 내용에 약간 실망을 했던 것 같다.
제목만 알고선 에세이일 것이다라고 생각했던 내가 조금 어이없었다.

초반부의 내용이 내가 이해하기 힘들어서였는지, 책을 읽지 않은 기간이 오래되서인지 조금 멀게만 느껴졌다.

읽다보니, 소설은 허구의 이야기로 빠져드는 과정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인상깊었던 이야기는 치과의사 후버, 그리고 폴 블릭이 나무에 대해 묘사하는 부분이었다. 

치과의사 후버는 폴 블릭이 자신의 연인인 마리를 탐하지 못하도록 불필요한 치료와 수술을 감행했다. 그 부분에 대해 폴 블릭이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악의적으로 혼합약제를 쓰고 진통제 기능을 저하시키는 처방을 쓰면서 후버는 완전히 정신 나간 사람처럼 나를 치료했다. 사실상 그는 나를 자기 지배하에 두고 통제했다. 내 이에 상식적으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상처를 내면서 고통을 주고, 하지 않아도 될 수술까지 하게 하면서 오로지 자신만이 주사와 약과 마취제로 그 상처와 고통을 가라앉힐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양 엄청난 고역을 치르게 했다. 두 주 만에 후버는 내 성기를 망가뜨리고, 나를 말 잘 듣고 마취에 중독된 환자로 만들었다. 르누빈, 크리빈, 루아예, 라기예도 구별하지 못하고, 특히 셰리와 관계를 갖기는커녕 접근할 수 없게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P.124

굉장히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당해보지 않아도 충분히 고통스럽도 ’후버’란 작자가 얼마나 악질인가에 대해 대번에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조금 어려웠던 이유도 약간은 이해가 간다. 별 감정없이 이야기하는 것들인데다가 알 수 없는 인물이 등장해서 였을까.

그 다음으로 인상적이었던 나무이야기는 정말 <프랑스의 나무>란 책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폴 브릭은 결혼 후 집안일을 하면서 취미로 사진을 찍다가 <프랑스의 나무>라는 책을 출판하게 된다. 사진을 찍을 나무도 스스로 정하고 스스로 사진을 찍는다. 나무를 찍으면서 폴 블릭이 느꼈던 그 구절을 보면 다양하고 아름다운 나무들이 절로 상상된다.

’첫 바람에 넘어질 준비가 되어 있는 낙관적이 나무들이 있었다. 척박한 땅에서 힘겹게 자라는 데 익숙한 근엄한 나무들도 있었다. 죽은 자의 왕국인 땅 속 깊이까지 뿌리를 내린 견고한 성처럼 흔들리지 않는 나무도 있었다. 기름진 땅의 산물인 풍성한 나무는 초록빛으로 넘쳐났고 그 풍요한 모피를 펼쳤다. 이 세상에서 아주 드물지만, 날씬한 몸매에 항상 꼭대기가 하늘을 향해 있는 몽상가 같은 나무도 있었다. 오래된 으혹으로 둥글게 감고 있는 옹이가 많은 나무, 뒤틀린 나무, 위태로운 나무가 있었다. 소문자 i처럼 곧고 조금은 건방지고 묘하게 거만한 귀족적인 나무도 있었다. 나뭇가지로 아낌없이 그늘을 만들어 주는 너그러운 나무도 있었다. 쉬지 않고 땅을 붙들어놓고 일하느라 바쁜, 줄지어선 옹색한 나무도 있었다.’ -P.225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신미식 사진전이 떠올랐다. 자연의 힘을 사진에 담아 관객을 압도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사진작가. 폴 블릭의 <프랑스의 나무>는 성공을 거두고 <세상의 나무>를 출판하기 위해서 여행을 하다 스리랑카에서 알 수 없는 병을 앓다가 귀국한다.

이 후의 폴 블릭의 삶은 굉장히 파란만장하다. 어머니의 병, 그리고 아내의 갑작스럽고 미스테리한 죽음, 딸의 정신병까지...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꽤 오랬동안 나무 생각이 났다.

나무가 신기한 심장이면서 동시에 강철같은 허파인 지구의 허약한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활동에 문주한 생명이 끊임없이 소곤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아름다운 빛을 기다리며 보낸 어느 오후에 대해서 마침내 우리의 여정을 사로잡고 발길을 이끄는 오랜 여행의 신비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P.255

움직이지 않는 식물 세계의 영원한 흔적을 찾는 존경하는 탐험가 -P.255

그리고 책에 261페이지에 등장하는 살만 루시디(인도 출신 영국 작가)의 [악마의 시]가 굉장히 읽어보고 싶다. 악마의 시는 이슬람 교리에 어긋나 사형선고를 받았다 한다.

하늘과 달과 떠도는 모든 운석이 내 머리 위로 방금 떨어졌다. 나는 사치스럽게 우울증이라는 너그로운 진흙속에서 절벅거리고 있었는데, 다음 순간에 잘 아는 의사가 무자비하게 끝날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싸움에 제 일선으로 나를 보내겠다는 것이다. -P.263

이렇게 여러 문장을 메모해놓았는데, 왜 그랬는지 어떤 내용이 전개되고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리뷰는 빨리 빨리 써야하는데! 반성하고 오늘은 이만.



사진작가, 세상의나무, 프랑스의나무, 프랑스

<프랑스적인 삶>을 읽고 있어요.
속도도 더디고 읽을 만한 짬이 나질 않네요. 
주중에는 학교로 바쁘고, 
주말에는 게으름 때문에 미루고, 나태함 때문에 계속 잠자리에 누워있다보니...

산지도 꽤 오래되었는데, 일요일이었나. 
이렇게 살아선 안되겠다 싶어 집어든 책이 <프랑스적인 삶>이에요. 

프랑스를 좋아해서인지
책에 대한 정보도 없이 책을 구매했는데, 제 생각과 다르게 에세이였네요.
흠흠.

아무 책도 읽지 않다가 소설을 읽으려니 속도도 느린 것 같아요. 

그렇다고 쉽고, 재미위주의 에세이만 계속 읽을 수 없으니 이 책을
마무리하고 리뷰도 쓰고 또 새로운 책을 찾아야겠어요:)

여행에세이 한 권을 주문해놨는데, 이 책 다 읽고 리뷰쓸 때 쯤 올 것 같아요.
2011년에는 꼭 독서의 달인... 목표를 채우고 싶어요. 
무작정 책을 100권 읽어야지... 이런 목표는 아니구요~ 

제가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던, 느꼈던 것들을 리뷰로 기록하고 싶어요.
다독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니라 생각해요. 많이 읽어도 기억하지 못하면 읽지 않은 것이나
다름 없지 않을까 해서... ^^;

어찌됐건 밤이 깊었네요! 저는 책을 한두장 읽으면 바로 골아떨어질 것 같아요. 

이렇게 가끔 책 진도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북피니언은 들어오시는 분이 있는지 잘 모르겠는데, 저 혼자만의 주절거림...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