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사랑했던 사람을 아주 잊고 사는 방법은 없나요?"

"글쎄... 난 사랑했던 사람을 평생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은 봤어도 아주 잊고 사는 사람은 못 봤는디...."

정말 인간의 감정이 고무장갑처럼 그렇게 질기고 오래가는 거라면, 지난 사랑의 감정을 죄다 찢어내고 싶은 나에겐 얼마나 절망적인가?

"후회없이 사랑하고 보낸 사람이라면 어쩌면 곧 잊혀질수도 있겠지. 하지만 상대가 이미 떠나고 나서 뒤늦게 찾아온 사랑이라면 좀 힘든 일이야. 사랑보다 오래 가는 게 바로 그리움이란 거거든"

그저 염쟁이의 이야기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고작해야 내가 느낄 수 있는건

'사는 동안 잘하자!' 일거라고.. 그것밖에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난 곧 상처받았다. 왜냐하면 이 책은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생에 관한 이야기기 때문이다.

얼마 전, 톨스토이의 작품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이라는 책을 봤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이 책 또한 죽음과 인생을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많은 깨우침을 가지게 했다.

헛된 인생을 살지 말아야하고, 내가 죽음과 멀리있다고 믿지말고, 죽음에 있어서 초연하다고 자만하지 말라. 꽤나 그럴듯한 가르침들. 하지만 결국 우리는 아직 살아있기 때문에 느낄 수 없는 것 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 책을 읽은 사람 100이면 99명은 '아.. 열심히 살아야겠구나.' 라던지. 아니면,

'살아있을 때. 옆에 있을 때 잘해야지.' 라고 다짐할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하지만, 난 이 책에서 다른 것을 보았다. 떠남과 남음의 문제가 아니라,

남아있을 때에, 떠났을 때에 그 마음을 보았다.

사랑보다 오래 가는 것이 그리움이라고 했던가.. 맞다. 옳다. 그것이 정답이다.

우리가 죽음앞에서 좌절하고 절망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 때문에 우리는 울고, 슬퍼하며, 고뇌한다.

마지막 염과 함께 아들의 죽음을 맞이했을 때. 유씨의 마음을 그 누가 이해할까?

'죽는다는 건, 생명이 끝나는 거지 인연이 끝나는 게 아닌거 같거든.'

누구도 죽음앞에서는 초연해질 수 없다. 평생을 죽음에 맞선 듯 살아 온 염쟁이도 결국

죽음 앞에서는 좌절하며 절망할 수 밖에 없다. 이반 일리치가 그러했던 것처럼,

또 염쟁이 유씨가 그러했던 것처럼 죽음은 결국 가볍지 않은 문제이다.

하지만, 마지막 죽음이 가볍지도,  그렇다고 심히 두렵지도 않다는 하는 어구에서

나 또한 그러한 생각이 들었다. 죽음이란, 경험하지 못한 이들이 함부로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만, 항상 우리 옆에 있기 때문에 무시할 수는 없다.

결국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나도 '열심히 잘 살아야지.'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아마 정답일 것이다. 그리움이 남기때문에, 인연이 계속되기 때문에

결국 현재를 열심히, 최대를 다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