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덮고 아버지를 생각해본다.

아버지. 그 존재 자체를 생각해본다. 어색하고, 낯설게 느껴지는 이름이다. 세상에 아버지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는 남성이 많다는 것은 알지만, 내 안에서 아버지는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생소하다.

10대 초반이었던가, 후반이었던가. 김정현 작가의 아버지가 선풍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누군가의 추천으로 아버지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의 나는 세상을 바라볼 줄도 몰랐고, 나라는 존재 자체도 익숙해지지 않아 하루하루가 새롭고 놀라운 일상이었다. 그런 내가 아버지를 가슴 깊게 읽었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어쩌면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어르신들로부터 들었고, 나이가 들면서 스스로 느꼈던 것처럼 아버지라는 직함을 가진 남성들보다 어머니라는 족쇄를 차고 있는 여성들의 삶이 더욱 비루하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때문에 아버지라는 가슴 깊이 느끼지도 못했을 뿐더러, 오히려 아버지를 무책임한 남성의 표본으로 삼기도 했었다.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다. 무책임하다 여겼던 아버지들은 어느새 머리가 희끗하고, 어깨가 좁아졌으며, 말수가 많아졌다. 아버지가 변한 것처럼 나 또한 변했기에 이전에는 바라보지 못했던 것들을 이제는 볼 수 있어졌고, 말수가 적어졌다.

지금의 나. 아버지의 눈물을 읽는다.

이 책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사실 조금 부족하여 실망스럽고, 많은 뜻이 있어서 배움이 있는 책이었다. 사실 이 책 속의 아버지는 뻔한 드라마의 주인공보다, 신경숙님의 ‘엄마를 부탁해’에서 나오는 남편의 형상을 가진 아버지보다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이기적인 아버지의 모습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내와 자식들을 위해서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술을 마시며, 공금을 횡령한다고 설명하지만 그러한 전제는 지극히 주관적인 시각이었다. 어머니의 지극한 은혜에 질린 독자가 찾을 수 있는 다른 종류의 감동을 줄 수 있을 거라 잔뜩 기대한 독자를 비웃기라도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책 속 아버지라는 직업을 가진 흥기는 명성만 있는 연구소에서 미래도, 만족도, 희망도 없이 자식과 아내를 위해 참고 일한다. 그것도 모르고 아내는 집에서 매일 돈타령에 첫사랑이라 부를 만큼 사랑하는 첫째 아들은 이름도 없는 지방대에서 마음을 잡지 못하고, 공부만 잘하는 둘째 아들은 머리 채우기에만 급급해있다. 이러한 모양을 가진 인생 안에서 흥기가 할 수 있는 일은 동창들과 술을 마시며 주식을 하고, 어렵게 빚을 내서 얻은 이목 좋은 집을 굳건하게 지키는 일이다.

말로만 치열한 인생이었을 뿐 한 번도 목숨 건 결연한 의지로 살아본 적 없었다.

                                                              - p.134

어느 누구도 살아가면서 자신 있게 올바른 인생을 살고,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열심히 살지 않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아버지, 어머니 할 것 없이 모두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본인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이 조금 아쉽고 실망스러웠던 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아버지 본연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것보다 우리 모두가 살아가고 있는 인생의 모순이나 어려움을 많이 보여준 점이 처음 책을 받았을 때 기대했던 것에 미치지 못해 아쉬웠지만, 때문에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삶은 끝까지 살아 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추억이라 이름 짓는 모든 것들도 그 끝에 이르러 봐야 소중함을 절감할 수 있는 법이다.        

                                                                  - p.295

아버지와 내가 사는 인생을 바라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사실 이 책은 아버지의 눈물이나 인생을 충분히 보여준 책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인생은 충분히 보여준 책은 분명하다. 꿈, 미래, 희망, 모순, 거짓, 불행과 행복. 그리고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성공이라는 인생까지.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생각했다. 나의 인생은 제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발버둥 치며 살아가고 있는 지금 내 인생은 원래 내가 원했던 삶이 맞는 걸까? 아니다. 꿈꾸면 삶도, 꿈꿔야 할 삶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다른 삶을 살기 위해 나를 다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인생을 잘 살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터무니없던 꿈을 평생 가졌던 아버지 흥기의 마지막 선택? 사는 것이 진정으로 성공한 인생임을 아버지의 인생을 통해 배웠다. 이제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지 않겠다. 오늘을 최선을 다해 살면 내일도 최선으로 살게 될 테니까. 삶은 결국 순간의 연속이니까.

은근남아, 은근남아

너는 커서 무엇이 되고 싶니?

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따뜻한 꽃이 되고 싶어요.

 

하지만 아가, 인간들의 문제는 언제나

그들의 이기심과 어리석음에서 비롯되는 것

특별한 해결책이 있는 것이 아니란다.

 

알아요, 하지만 저는 그런 그들이 좋은걸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자신의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미래를 두려워하면서도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용감한 사람들의 이야기를요.

 

 

 

무릎팍도사의 해결책이 어설프다고 생각된다면 은근남에게 카운셀링을 받아보라!

은근히~ 속 시원하고, 은근히~ 해결되고, 은근히~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받자마자 순식간에 100페이지를 읽어버렸고, 잠시 다른 책에 눈을 팔다가

다시 돌아와 맥이 끊김없이 마지막 페이지를 넘겨버린 책! 독서의 한계에 부딪혔던 내게

한 줄기 빛 같았던 은근남의 카운셀링은 사실 무언가를 깨닫거나, 얻기 위해서 읽기에는

너무 가볍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런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에 술술 읽어내려 갔는지도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속독이 어려운 내게 단 이틀만에 완독하게 만들어버렸으니 어려운 책은 아니었다.

그렇게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겨놓고, 한동안 다른 책을 읽을 엄두를 내지 못했을 때

책좋사에 독서의 한계에 부딪혔다는 글을 올렸고, 많은 분들이 그럴 때는 쉽고 술술 읽을 수 있는 책을

읽어보라고 답변을 달아주셨다. 그래서 올해 목표했던 머리 깨지는 책을 잠시 뒤로 하고

다시 은근남을 만나게 되었다. 충고 덕분이었을까? 은근남의 고민 상담이 마음에 확! 와닿았다.

 

 

강박적이라고 할 만큼 남의 기분을 맞추는 사람은 사실 그 이면에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설사 지금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내가 나인 것이 참 좋다.'라고 되뇌어 보십시오.

더는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노'라고 말할 때 은근히 자신이 근사하게 느껴지는 순간을 경험해 보십시오.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은 상담남이 생각하는 것처럼 상담남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 않습니다.

 

                                                                              - p.185

 

 

활발한 성격을 가졌지만 유난히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나의 속내를 정확히 집어주는 해결 답안!

이것 뿐만 아니라 너무 사소하여 친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걱정거리들을 은근남은 해결해주었다.

그리고 위로해주었다. 비록 우리의 걱정들이 아주 작고, 이기심과 배타심에서 시작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어쩌겠는가? 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견딜 수 없기 힘든걸.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겠는가? 맞다! 위로와 따뜻한 포옹!

순간순간이 힘들고, 걱정스러워도 그런 삶을 향해 살아가고 있으니 우리들은 그것만으로도

이유없는 위로와 찬사가 필요하다.

 

이 책을 읽은 후 내가 가장 얻은 것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인생을 힘들다고 인정받았던 것. 무엇이 그렇게 힘드냐고 핀잔이 아닌

"그래, 너의 인생이 그래서 힘들구나."라고 머리 쓰다듬을 받았던 것. 바로 이것이다.

 

2010년. 새로운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하고 싶다면 은근남에게 카운셀링을 받아보라!

은근히~ 속 시원하고, 은근히~ 해결되고, 은근히~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이 두려워 머뭇거리고 있는가?

생명 이전이고, 죽음 이전이며, 천지창조의 시작이고,

지구의 해석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마라.

시대를 변화시키고 싶거든 실력과 신념으로 뚫고 나아가고,

두려움 없는 사랑을 하고 싶거든 두려움을 뛰어넘을 만큼 열렬히 사랑하라.

꿈을 꾸지 않는 건 젊음에 대한 모독이요, 사랑하지 않는 건 젊음에 대한 방관이다.

                                                                          

                                                              - p.69

 

 

"작업은 나에게 휴식이다."라고 말했던 피카소는 탁월한 수완으로 30대에 이미 부자가 되었고,

40대에는 재산을 셈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으며, 지독한 가난과 처절한 청춘을 보냈던

승리자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반 고흐는 평생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외면 당하며

외로운 인생을 살았다. 빛을 목숨보다 사랑했던 모네는 시력을 잃을 위기에 놓이면서도

그림을 그렸고, 타고난 천재 다빈치는 시체 30구를 해부할 만큼 열정적이었다.

 

특별히 예술적인 감각을 지녔거나, 냉철한 관점이 있어서 문화, 예술 작품을 꿰뚫어보는 눈을

가지지도 못한 예술 분야에서는 철저한 문외한인 사람이 바로 나지만, 그래도 유난히 '빈센트 반 고흐'를 좋아했다. 

마치 운명처럼 빈센트 반 고흐는 도서관에서 한 그림책으로, Don Mclean의 'Vincent'라는 노래로

내 인생에 끼어들었다. 그때부터 반 고흐의 유명한 다른 그림과 달리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그림을 좋아했고,

그토록 눈에 밟혔다. 그림의 위아래도 구분하지 못하는 내게 반 고흐의 그림이, 특히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그림이 눈에 들어왔던 이유는 빈센트 반 고흐가 보여줬던 그의 삶 때문이었다.

 

반 고흐처럼 천재적이라 불리는 예술가들의 삶이란 대개 외롭고, 고독하고, 비루하기까지하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삶은 슬픔이 없고, 풍족하고, 행복함이 넘치는 인생이다.

이 때문이었을까? 책을 읽으면서도 마지막으로 책을 덮으면서도 들었던 생각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는 거였다. 지독한 인생을 살았던 예술가들을 멘토로 삼는다.

이것부터가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들의 삶, 어느 부분을 우리는 멘토로 삼아야 할까?

 

위의 말처럼 사랑을 하고 싶은데 마음이 머뭇거릴 때, 무작정 꿈을 쫓고 싶은데 현실과 부딪칠 때,

인생이 비루한데 하고 싶은 일이 눈 앞에 있을 때. 바로 이럴 때 우리에겐 멘토가 필요하다.

미친듯이 사랑에 목숨 걸고, 열흘을 굶어도 빵을 사기보다는 캔버스를 먼저 사고,

눈이 멀어도 햇빛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는 열정이 가득한 멘토말이다.

 

이따금 인생에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 유난히 비가 몰아칠 때에 반 고흐의 그림을 바라보며

위로를 받았던 것처럼 우리가 그들에게 받을 수 있는 건 꿈에 대한 용기와 열정뿐만 아니라 위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너무 많은 인생을 다루려고 했었던 탓에 한 인생을 깊이 바라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피카소, 모네, 세잔, 클림트, 반 고흐의 인생을 조금만 더 깊이 보여줬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