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좋은 나라 사정, 회사 사정, 그리고 나의 개인 사정으로
마음은 하염없이 거칠어지고, 모든 것이 다 귀찮아지는,
그러면서 열정을 갖고 있던 것들을 포기하게 되는,
이런 시기에 우연히 만나게 된 책.
바로 ’냉정과 열정 사이’로 유명한 에쿠니 가오리의
"반짝 반짝 빛나는"이다.
(사실 난 ’냉정과 열정 사이’의 앞부분을 살짝 보고,
일본 소설은 정말 재미가 없고, 지리하다고 느꼈던 사람 중에 하나이다.
아무래도 다시 한 번 읽어봐야 할 듯 하다.)
참 기묘한 사랑 이야기이다.
남편은 남자를 좋아하는 동성애자이며,
부인은 정서불안증과 알콜중독을 병으로 가지고 있다.
그러나 소위 통념 속에서 비정상적이라고 생각되는,
심지어 환자가 아니냐라고 말할 수 있는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고정관념 속의 어떤 정상적인 사람보다도 예쁘고 사랑스럽다.
아이처럼 떼를 많이 부리기도 하지만
남편의 애인을 인정해주고, 기꺼이 그를 친구로 받아들이는
그러면서도 남편에게 바라는 것없이 그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아내 ’쇼코’
결벽증과 같이 심한 깔끔병을 가지고,
귀여운 아내가 울고 떼 부리고 심지어 물건을 집어 던져도
옆에서 지켜봐주고 보듬어주는
그러면서도 표현에 인색한 남편 ’무츠키’
통념 속에 빠져 있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사랑 이야기임에도
사회의 통념과 싸우는 심각한 사랑 이야기는 아니다.
책 제목 그대로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반짝 반짝 빛난다.
정상적인(?) 생활에 젖어 있는 부모님들 사이에ILY: 954102_10" align="left">그들의 사랑은 약간의 위기를 맞이하지만
그 위기는 그다지 심각한 일로 치닫지는 않는다.
주변 사람들은 그들에게 그저 주변 사람에 불과할 뿐.
그들의 사랑에서는 장벽은 없다.
그들이 각자 갖고 있는 병도 장벽이 아니라
서로 보듬어 줄 수 있는 하나의 매개체일 뿐이다.
상대방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의 옆에만 있어도 행복할 수 있는, 예쁜 그들의 사랑 이야기.
내가 원하는 결말(무츠키의 애인이 떠나고, 이들의 사랑이 안정을 찾는..)로
끝나진 않았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이들의 아기자기한 사랑 이야기는
토닥토닥 지쳐있는 나의 등을 두드려 주고,
상처투성이인 내 마음을 포근히 보듬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