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라는 단어를 듣게 되면 연상되는 몇가지 단편적인 단어들이 있다. 문화의 중흥기, 혹은 부흥의 시대, 다채로운 예술과 예술가들의 시대,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 보티첼리등의 유명 화가들의 이름등.. 르네상스 시대는 사회적인 여러 측면들이 동시에 부흥을 이루며 근대시대를 이끈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는 시기로 기억되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 시기의 사회와 문화는 어떤 배경을 가지고 이렇게 거대한 부흥의 의미로 현재까지 기억되고 있는 것일까? 그 시대의 예술이란, 우리에게 어떤 가치로 남아있을까?

세계사를 배웠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속에 남아있는 단어 르네상스. "신과 인간 르네상스 미술"이라는 이 이름의 책들은, 르네상스라는 시대를 미술이라는 분야로 보여주는 데 노력하고 있는 책이다. 또, 그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시대를 주도했던 신과 인간에 대한 인간들의 호기심과 시대적 배경이 미술이라는 분야에 어떻게 녹아들어있는지를 실제 그 시대에 만들어졌던 위대한 작품들과 작품을 만들어낸 작가들을 중심으로 풀어내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신과 인간 르네상스 미술"이라는 이 제목의 책을 책의 분야로 구분한다면, 아마도 예술분야의 책으로 분류될 것 이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실제 미술 뿐 아니라 르네상스 시대로 구분되던 당시 시대의 시대상을 충분히 반영한다. 시대의 모습들이 녹아든 미술작품들을 주 테마로 하고 있으며, 미술 작품 속에 녹아든 시대의 모습과 함께 사상적 기류들을 충실히 설명하고 있기에, 이 책의 내용은 미술분야이자, 사회이며, 동시에 역사와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하다. 조금 더 간단하게 설명을 하자면, 미술이라는 테마를 주제로 당시의 시대에 영향을 주었던 다양한 배경들을 총체적으로 설명하는 책인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이 발전을 이루었던 피렌치와 프로방스 곳곳에 녹아있던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보여주는 다양한 작품들부터, 신과 인간의 관계를 고민하고 궁금해했던 당시 사람들의 사고들을 그대로 보여주는 다양하고도 위대한 작품들은, 그래서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들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진이나 글과 같은 기능을 하며 미술, 그 이상의 가치를 이 책 안에서 보여준다.

 

 

한 시대의 예술이, 그 시대를 반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현재의 사람들을 묘사하는 글을 남기고, 그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찍듯, 그 시대의 사람들도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시대의 모습들을 자신들의 글과 그림들에 남기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을테니 말이다. 시간이 흘러, 그 시대는 과거가 되고, 이제는 르네상스 시대라는 또 다른 의미를 담은 역사로 남아 있다.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아보지 못한 우리는, 그 시대의 사람들이 남긴, 당시의 모습들을 통해 시대를 연구하고 그 시대를 추론하는 것으로서 우리 스스로의 모습과 그들의 차이를, 그리고 그 시대의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게 된것이다.

화폭 속에 담긴 그림들은, 특히나 명화라는 이름으로 남은 작품들은, 대게는 아름답고 고혹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그리고 그 앞에 섰을 때 감탄과 감동이라는 선물을 주기도 한다. 물론, 이런 감동과 감탄은 그 그림이 만들어진 시대상을 잘 알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것들일 수 있다. 하지만, 시대의 모습과 시대의 가치를 잘 알고 그 화폭 앞에 섰다면, 감동과 감탄 이상의 공감까지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신과 인간 르네상스 미술"은 바로 그 공감을 선물하기 위해 자세히 설명되어진 일종의 설명서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신과 인간 르네상스 미술"를 읽으며, 혹여,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들을 만날 기회가 있다면, 순수히 그 그림들이 주는 아름다움에 빠져보는 것도 좋겠지만, 그 위에 가치와 의미라는 또 하나의 기쁨을 덧입혀보는 것도 꽤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거리를 거닐며, 누군가를 기다리며, 우리는 영화나 책들을 통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또 다른 이야기들을 접하곤 한다. 살면서 이런저런 경험들을 하고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지만, 한명의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인간의 삶이란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일. 그래서 사람들은 영화를 통해, 책을 통해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전해듣고, 공감하며, 그들의 삶에서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무엇이가를 찾아내고자 한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들은, 그것이 순수한 상상을 시작점으로 하는 창작물일때보다, 실제 일어난 일들을 말해주는 것일때 조금 더 진하고 강렬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래서 일까? 최근에는 '실화'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문화 컨텐츠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누군가가 실제로 경험했던 이야기들, 하지만 나는 아직 경험하지 못한 이야기들, 때로는 내가 이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이 아님을 무한히 감사할 수 밖에 없는 사건들, 이렇게 실제로 일어난 이야기들은 새로운 문화의 장르로 사람들 앞에 이야기를 전하고 이 이야기들의 앞는 이런 수식어가 붙곤 한다. '충격실화'.....

 

 

3096일 역시 바로 이런 충격실화를 바탕으로 한 책이다. 그것도 다른 누군가가 제3자의 눈으로 보고 듣고 느껴서 정돈한 그런 글들이 아니라, 사건의 당사자가 직접 이야기를 전하는 책. 그래서 더욱 절제될 수 없는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때로는 격하게 때로는 아프게 전달되는 바로 그런 이야기이기도 하다. 3096일이라는 이 책의 제목처럼 3096일이라는 엄청난 시간동안 세상과 단절된채로 다름아닌 세상과 자신을 단절시킨 납치범과 함께해야했던 끔찍한 시간들의 기억들을 고스란히 담아놓은 이 책은, 그래서 읽는 내내 절대로 마음 편할 수 없고, 절대 즐거울 수 없는 책이기도 하다. 세상에 무수히 벌어지는 납치라는 범죄 중 하나, 그러나 그 많은 범죄 중에서도 결코 흔하지 않은 과정을 경험하고 인생의 많은 시간을 고통 속에서 보내며, 앞으로 남은 시간도 절대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은 상처로 얼룩진 3096일의 이야기는 그래서 8년이 넘는 시간이라는 단순한 표기보다 3096일이라는 표시가 더 잘 맞아 떨어지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시간은 단순히 8년이라는 단어로 표현될 수 없을테니까.. 3096일 동안, 그녀가 맞딱드려야 했던 더 많았던 고비와 고통을 표현하기엔, 1년이라는 뭉그뜨려진 단위보다는, 하루하루가 처절했던 길고 긴 시간의 3096일이 더 맞는 표현이 될 테니 말이다.

 

 

나타샤 캄푸쉬는 이미 이혼이라는 결코 좋지못한 과정을 경험한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에서 그다지 행복하다고 기억되지 못할 유년을 보낸다. 아빠와 엄마가 함께 다정한 가정을 이루지 못하는 집에서 나타샤는 대인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끝없이 방황하며 엄마와도, 세상과도 섞이지 못한채 서성이는 아이였다. 사랑하는 엄마와 아빠에게서 남부럽지 않은 사랑을 받으며 유복하게 자란 아이가, 어느날 갑자기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전형적인 드라마의 스토리가 아니라, 이미 어린 시절부터 누군가는 당하고 있을지 모르는 유년의 상처를 안은채, 더 깊은 어둠속으로 끌어내려져버리는 아이가 되어버린 나타샤. 세상에 섞이는 것을 두려워하고 어려워했던 아이는, 세상에 섞여본 적도 없는 상태에서, 납치라는 범죄로 인해 완전히 세상과는 단절된 상태에 놓이게 되어버린다. 감금된 채로, 만날 수 있는 사람이라곤, 자신을 납치한 납치범이 전부인 어둠으로 가득한 곳. 그곳에서 그녀는 3096일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감시당하고 통제당한채로 길고 긴 시간들을 보내며 홀로 살아남는다.

 

 

세상에 섞이지 못했던 소녀가, 홀로 세상과 단절된채로 결벽증처럼 그녀를 통제하고 감시하며 함께ㅔ 한 비정상적인 납치범과 함께한 상상할 수 없는 삶 속에서 살아남은 이야기. 이 이야기는, 실화이지만, 말 그대로 세상에서 과연 일어날 수 있는 일일까 싶을만큼 비현실적이기도 한, 그래서 더욱 충격적인 충격실화라는 표현이 아마도 정확하지 않을까?

3096일이라는 길고 긴 시간동안, 세상을 그리고, 세상속에 들어가길 꿈꾸며 언제나 벽 뒤의 세상을 상상했던 이야기는, 나타샤가 탈출에 성공하는 것으로 일단락된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말 그대로 일단락일뿐, 그녀는 세상에 갓 처음 나온 아이와도 같은 두려움으로 세상을 마주해야만 한다. 그녀는 분명 납치라는 범죄로 희생된 길고 긴 시간의 상처를 안은 피해자이지만, 그 상처로 인해 세상에서 살아가기에 더욱 힘든 존재가 되었고, 세상은 그런 그녀를 불쌍하게는 보지만, 사랑스럽고 온화한 눈동자만으로는 감싸주지 않는다.  그녀는 여전히 고통스러울것이고, 남은 시간을 고통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평생 그 고통을 떠안은채로 그녀 삶의 전체가 상처로 남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어느 정도는 세상에 발을 내딛은 것 같다. 상처를 전하고, 상처를 타인에게 보여줄만큼, 담대해졌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담대함 속에 이 책 3096일이 탄생한 것이리라. 그렇다면 최소한 그녀는 이제 자신의 상처와 고통을 통해, 누군가가 자신처럼 상처받고 고통으로 가득한 삶에 처하게 놓이도록 가만히 두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세상이 그런 그녀의 목소리를 3096일을 통해 듣고 기억할지도 모른다. 나타샤 캄푸쉬가 자신의 고통을 이토록 고통스럽게 떠오릴며 이 이야기를 책으로 남긴것은, 바로 그 점 때문이 아닐까.. 누군가가 그 고통을 알아주기를, 그리고 그 고통으로 가득한 삶이 또 생기는 것을 막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일본을 가르켜 흔히들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지리적으로는 가장 근접해 있는 인근국가임과 동시에,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에 커다란 고통과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나라, 그리고 현재도 서로 언제나 날선 대립각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날을 감추거나 혹은 드러내기를 반복해야만 하는 나라, 그렇지만 언제나 궁금하고 조금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나라, 일본에 대한 간략한 느낌을 정리하자면 이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까? 이렇게 복잡 다단한 생각들을 하게 하는 일본이기에 사람들은 언제나 일본에 대해 곁눈질하듯 관찰하고 호기심을 느끼게 되는 거서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고등학교 학창시절,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배우지 못했다. 대신 독일어를 배웠는데, 내가 학교 다니던 당시에는 제2외국어를 선택할만한 여지가 없었고, 학교 전체가 단일 언어를 배웠기에, 일본어를 배울 기회는 학창시절에는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할 듯 하다. 그런데 막상 내가 배웠던 독일어는 일본어에 비해 쓸만한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러던 사이 독일어는 이제 간단한 인삿말 이외에는 기억 속에 남지 않았고, 차츰, 가까운 나라 일본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던 것 같다. 만약, 우리 나라 근처에 일본이 아닌 독일이 있었다면, 아마도 독일어에 대한 관심을 유지할 수도 있었을텐데.. 생각해보면, 조금은 아쉬운 일이기도 하다.

 

 

일본문화 수입이 자유로워지고, 국내에서도 일본 영화나 드라마들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나도 어느새 조금씩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노랑머리, 푸른눈의 서양인이 아닌, 검은 머리 검은 눈의 특성들이 유사한 같은 동양인인 일본은, 호기심이 관심으로, 관심이 친숙함으로 변하기에 조금은 유리한 점이 있었던 것도 같다. 그리고 조금씩 그들의 언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한번도 배운적 없는 언어인 일본어를 독학으로 할 수 있을까? 자유자재로 언어를 구사하며 뛰어난 표현을 할 수 있는 실력까지는 아니더라도, 부모님을 모시고, 자유여행 한번쯤은 다녀올 수 있는 간단한 구사력 정도는 갖출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은 일본어에 대한 나의 관심을 더욱 증폭시켰고, 그렇게 나는 간단한 일본어 책들을 한 두권씩 사며 나홀로 일본어 공부에 도전하기로 했다.

 

 

가장 기본이 되는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익히고, 발음구조와 단어들을 조금씩 익히면서 내가 마주친 첫번째 난관은 선생님 없이 독학으로 일본어를 익히고 회화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요령이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때 바로 이 책 히든 카드 초급 일본어 패턴55를 만났다. 이름처럼 55가지의 패턴으로 초급 일본어를 배울 수 있도록 만들어진 책이라는 점이 가장 눈길을 끌었던 이 책은, 딱딱한 문법으로 책을 채우는 대신, 가장 잘 혹은 가장 많이 활용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이고 간단한 표현법들을 패턴으로 분석하여, 단어를 채워 넣는 방법을 습득한다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활용법까지 안내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책은 크게 3가지 섹션으로 나뉘는데, 첫번째 파트는 일본어 회화에서 가장 자주 사용되는 55가지 패턴의 구조를 안내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일본어로 표기한 파트로, 반복적으로 이용되는 간단한 패턴을 파악함과 동시에, 적용가능한 단어들의 형태도 한꺼번에 파악할 수 있는 형태로 되어 있다.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 패턴에 익숙해지고 활용하는 방법을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파트이다. 두번째 파트는 한글로 표기된 문장들을 일본어 발음을 듣고 직접 표기해보는 확인파트. 앞서 첫번째 파트에서 연습하고 익힌 것들을 손으로 직접 써서 확인할 수 있는 파트로 확인학습의 역할을 맡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마지막 세번째 파트는 휴대성을 강조한 카드로 되어 있다. 직접 잘라 휴대하게 만들어져 있는 부분으로 55가지의 패턴을 앞뒤로 일본어와 한글로 표기해 잘라서 휴대하며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 휴대용 학습카드의 역할을 맡고 있는 파트이다.

 

 

히든카드 초급 일본어 패턴55는 비교적 간단합니다. 하루에 한가지 패턴씩 55일이면 어느 정도 간단한 대화나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유용한 패턴들을 담고 있고, 동시에 같은 패턴을 여러번 반복하면서 패턴구조의 파악과 활용을 동시에 할 수 있다. 또, 과도하게 많은 양을 담아 내용은 많게 학습효과가 떨어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간단하고 중요한 55개의 패턴을 반복적으로 학습. 확인하게 만들어 적은 수의 패턴이라도 확실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자 장점으로 볼 수 있을 듯 하다.

물론, 단 55가지 패턴만으로 자유스럽게 일본어를 구사하거나 대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초급 패턴55가지가 있다면 앞으로는 중급이나 고급 패턴들도 순차적으로 만날 수 있을 터, 모두 마스터한다면, 최소한 내가 묻고 싶은 것, 원하는 것들을 간단한 표현으로 의사표시할 수 있는 정도의 회화는 습득하지 않을까? 방대하고 체계적인 내용이 아니라, 말하고 듣고, 표현하는 회화를 먼저 습득하고 싶다면, 좋은 내용을 담은 책이 되어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