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에 '정통시사활극'이란 말이 너무도 흥미진진했다. 누가 나꼼수 멤버 아니라고 할까봐 우째 이리 제목도 맛깔나게 짓는지..제목만큼이나 책의 내용도 흥미진진했다. 지하철과 버스를 오가면서도 손에서 이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시시때때로 터져나오는 웃음을 막을 수가 없었고 씁쓸함에 한숨 내쉴 때도 많았다.
또 책에 담긴 주기자의 생각과 행동이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었다. 남자친구 앞에서 ‘주진우는 정말 멋진 남자’라고 말했더니 그 사람은 질투가 났는지 끊었던 담배가 당긴다고 했다. 하지만 남자친구도 분명 이 책을 읽으면 주진우의 매력에 반할거다. 약자들의 편에 서서 함부로 힘을 쓰는 사람에게 짱돌을 던져대는 그의 용기에 박수도 칠 것이다.
주진우는 자신이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가 가지고 있는 것도 그렇게 특별하지 않고, 조금만 열심히 하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들이란다. 하지만 부당한 힘을 가진 사람들 앞에서 쫄지않고, 눈치 안 보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우리 사회에 몇이나 될까? 난 드물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주진우는 대단하고 중요한 사람이다.
이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재의 스펙트럼도 넓다. 검경, 삼성, 종교, 언론, 신정아, MB, 노무현, 친일파와 빨갱이, 재개발, 최진실, 청소년 성폭력 범죄 등을 다루었다. 그 중에서 내가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장은 ‘4장. 언론, 우리는 진실의 일부만을 알 수 있을 뿐이다’와 ‘8장. 우리는 모두 약자다’였다.
“조선일보는 단지 사람을 흠집내려고 귀한 지면을 쓴다.”는 문장이 너무 와닿았다. 나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논조가 너무 싫다. 사설을 읽을 때마다 과연 이게 논설위원이 쓴 글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의아스러울 때가 많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글을 읽자마다 이 신문들이 이상하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낀거다. 진실이야 어찌되었든 일단 여론 몰이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세상물정 모르는 중고등학생일 때도 나는 그 신문들이 이상하다는 걸 알았는데 어른들은 왜 그들의 논조와 프레임에 갇혀있는걸까? 나도 40-50대가 되면 조선일보의 프레임을 따라가게 될까?
8장에서 “우리나라 재개발 사업은 있는 자들이 재산을 불리는 권리만을 허락한다.”는 말도 와 닿았다. 나는 재개발을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조세희의 ‘난.쏘.공’을 읽으면서 재개발의 참상을 글로 확인했었다. 뉴스를 통해 용산참사를 접했을 때는 지금 내가 1970년대를 살고 있는건 아닌지 의심하기도 했다. 결국 돈 없는 사람에게 재개발은 아무런 이득도 주지 못한다. 그런데 왜 없는 사람들조차 재개발, 뉴타운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후보를 뽑아주는가? 특히 내가 살고 있는 부산에는 산동네들이 많은데 국회의원 선거만 했다하면 재개발, 뉴타운을 공약으로 내건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런 공약을 내세운 후보를 뽑아준다. 산을 헐고 그 자리에 고층 아파트를 짓는 경우도 늘었다. 아파트는 늘어나는데, 여전히 사람들은 주거 문제로 힘들어한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재개발을 희망이라 생각한다. 안타깝다.
이 책의 또하나의 볼거리는 ‘꼼꼼한 뒷얘기’다. 나중에 이 부분만 따로 떼내서 한 번 더 읽기도 했다. 인간 주진우의 삶이 진하게 묻어나는 내용들이었다. 특히 아들이 장래에 ‘바르고 의로운 멋진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는 부분에서는 울컥 눈물이 날 뻔 했다. 좋은 대학 나오고 돈 잘 버는 사람이 아니라 바르고 의로운 사람이 대접받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