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제목이 좀 자극적이다. 제목에 홀려 책장을 넘기다 보니 첫 장의 내용부터 파격이다. 박정희의 출생에 관한 내용인데 어머니가 원치 않은 임신을 했고 낙태를 하려고 부던히 노력했다는 내용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글을 읽어내려가다 보니 어디까지를 믿어야 할 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노골적으로 박정희에 대한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키고 있어서 글이 이성적이지 않고 너무 감정적이라는 느낌도 들었다. 바로 앞으로 돌아가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확인했다.

  저자는 대구 사람이고, 사학을 전공했으며 역사교육과 교수까지 지낸 사람이다. 지금은 대구에서 혁명적 글쓰기에 전념하고 있다고 하는데, 혁명적 글쓰기가 정확히 어떤 것을 말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책에 드러난 그의 말하기 방식이 자극적이고 선동적이기는 한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건 박정희의 일대기다. 책장을 넘기면서도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에 놀라움(?)을 금치못했고, 박정희를 신봉하는 사람들이 과연 그의 과거가 어떠했는지 알고나 지지하는 것인지 의아스러웠다. 박정희의 과거를 안다면 그를 지지할 수 있을까?

  박정희는 일본식 교육을 받은 사람이다. 그것도 일제시대 사범학교까지 졸업한 엘리트였다. 일제시대 사범학교는 황국신민사상 전문가들이 빈틈없는 정신조립 공정을 거쳐 아이들을 ‘천황폐하의 교육전사’로 만들어 내는 곳이다. 저자는 이곳을 ‘인간개조 공장’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런 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니, 박정희의 정신구조를 알만하지 않은가. 그는 만주군관학교에 입학한 것으로도 모자라 ‘진충보국 멸사봉공’이라는 충성 혈서까지 썼다. 게다가 다카키 마사오라는 이름으로 창씨 개명도 했다. 물론 그 당시 창시 개명은 어쩔 수 없는 강요에 따른 것일 수도 있지만 저자는 박정희가 이후 다시 오카모토 미노루라는 이름으로 개명한 것을 진짜 일본 이름을 얻기 위해서였다고 보기도 한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감히 민족주의를 운운할 수 있겠는가.

  또 철저한 반공주의자였다고 생각되는 박정희가 예전에 남로당의 당원이었다는 사실은 나를 놀라게 했다. 1948년에 빨갱이로 몰려 죽을 뻔한 위기를 처한 박정희는 남조선노동당의 조직체계와 조직책 이름을 다 털어놓아 풀려났다고 한다. 그런 그가 어떻게 이후 철저한 반공주의자가 되었는지 의아스럽다.

 

  저자는 7ㆍ4 남북공동성명과 10월 유신을 1972년에 대한민국 역사를 뒤흔든 초대형 뉴스 두 가지로 명명한다. 이 두 사건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결국 남북의 두 지도자는 7.4 남북공동성명을 자신들의 독재에 이용했다. 저자는 박정희의 유신체제와 김일성의 유일체제를 일본형 국가주의의 정수인 천황주의를 계승, 발전, 완성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희가 천황을 꿈꾼 것 맞는 것 같다. 그는 천황과 같은 초월적 존재가 되고 싶었으니까. 그것은 박정희의 저서 <국가와 나와 혁명>이라는 책에서 메이지 유신을 강조한 것과도 연관이 있을 것 같다. 공교롭게도 메이지 유신, 10월 유신 같은 유신이구나.

 

  나는 김재규에 대해서 재평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 글의 저자처럼 김재규를 자기의 목숨을 던져 민족적 약속을 지켜낸 영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김재규가 박정희를 쏜 것이 민족적 사명감이었을까, 개인의 욕망이었을까?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을 더 해봐야겠다.

  어느 설문조사에서 다시 뽑고 싶은 대통령 1위에 노무현 대통령이 뽑혔단다. 그의 임기 내내 욕하는 사람도 엄청 많았고, 지지자들도 등을 돌렸었는데 1위로 뽑혔다니 놀랍다. 사실 나도 한미FTA나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을 땐 노무현 대통령을 욕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퇴임 이후에 그가 보여줬던 인간적인 모습에 다시 열렬한 지지자가 되었다.

  비록 지금 그는 가고 없지만, 새로운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이 시점에 그의 자서전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는 자신의 자서전을 실패와 좌절의 회고록이라고 했다. 보통 사람들은 영광이나 성공에 대한 회고록을 쓰는데 그는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와 실패들을 회고록에 담았다. 자서전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출세를 꿈꾸며 변호사가 되기까지

 

 

  1부에서는 유년 시절부터 변호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그려져 있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정수장학회에 대한 내용에 관심이 갔다. 노무현은 부일장학회 장학생이었는데 이 장학회는 부산일보 사장이었던 김지태가 운영한 것이었다. 그런데 5.16 난 후 김지태는 부산일보와 문화방송 등의 재산을 거의 다 빼앗겼고, 부일장학재단 재산도 5.16 장학재단으로 넘어갔다. 그것이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이름을 딴 정수장학재단이 되었다. 거사 자금을 대주지 않았다고 군사쿠데타 세력이 보복을 한 것이다. 해외에서 돌아오는 사람을 반지 밀수 혐의를 씌워 구속한 다음 협박해서 재산을 다 빼앗았다. 그래서 노무현은 정수장학재단을 주인에게 돌려주거나 사회로 환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군사정권은 남의 재산을 강탈할 권한을 마구 휘둘렀는데, 민주 정부는 그 장물을 되돌려 줄 권한이 없었다고 안타까워 한다.

  정수장학회 뿐만 아니라 지난날 잘못된 역사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억울한 일을 당했다. 그런데 박근혜는 정수장학회가 자신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하고 있고 정부는 근현대사 교육도 제대로 안하면서 일본 정부에게 말로만 위안부 문제를 사과하라고 한다.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깨끗이 사과하고 필요하다면 보상도 해주어야 하는 것 아닐까?

 

 

인권 변호사의 길로 들어서다

 

 

  그가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된 것은 1981년 부림사건이었다. 불법구금과 고문으로 부림사건의 당사자들과 가족들이 고통을 겪었다. 이즈음 노무현은 이웃의 고통과 권력의 부정부패, 사회적 불의를 내 문제가 아니라고 모른체하면 내 삶이 부끄러워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인가 더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대학생과 노동자들이 관련된 사건의 변론을 더 많이 하게 되었고 이것이 인권변호사의 길로 들어서는 계기가 되었다.

  부림사건으로 감옥에 갔던 청년들이 출소해 돌아오면서 주변에 자꾸 사람이 모였고 노동상담소를 차렸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 나중에 그가 국회의원, 대통령이 되는데 인적 자산이 되었다.

 

 

그는 정말 실패한 대통령인가?

 

 

  노무현 대통령 임기 당시 잘하네 못하네 말들이 참 많았다. 특히 한나라당과 보수 신문들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 집권 기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과연 그는 정말 실패한 대통령일까? 참여 정부 시절동안 우리 국민들이 과연 무엇을 잃었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3부에서는는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자신의 국정 운영과 정책 결정 과정을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내가 그의 임기동안 궁금했던 부분은 다음의 5가지다.

 

질문 1) 왜 대통령은 탄핵되었나? 탄핵으로 가기 전에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나?

질문 2) 서민들을 위한다던 그가 왜 민생의 어려움을 풀어주지 못하고 오히려 양극화가 심화되는 경제정책을 펼쳤나?

질문 3) 한미FTA를 체결한 이유는?

질문 4) 이라크 파병을 한 이유는?

질문 5) 대연정 제안을 한 이유는?

 

  3부의 글들을 통해 왜 노무현 대통령이 그런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 알 수 있었고 이 다섯가지 질문들에 대한 답을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어서 좋았다.

 

 

작별을 고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후 고향인 봉하마을로 갔다. 고향에 돌아가 사는 것이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국민통합을 이루는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의 관심과 노력으로 봉하마을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친환경 농사를 하기 위해 오리농법을 들여와 봉하오리쌀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고, 화포천도 생태하천으로 탈바꿈했다. 전직 대통령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면서 작은 시골 마을에 활기가 넘쳤났다.

  노무현은 정치인으로서는 실패했지만 시민으로 성공해서 그 실패를 만회하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노무현은 이제 자신이 민주주의, 정의라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고, 많은 사람들에게 더 이상 짐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결국 그는 2009년 5월 23일 토요일 새벽, 고향마을 뒷산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려 생을 마감했다.

 

 

새로운 출발

 

 

  2012년 5월 23일은 그가 세상을 떠난지 꼭 3년이 되는 때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빈 자리를 가슴 아파했고, 지켜주지 못한 것을 미안해했다. 비록 지금 그는 떠나고 없지만 그가 이루고 싶어하던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 그가 바라던 세상을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갈 것이다. 그의 자서전은 우리에게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새로운 출발을 꿈꾸게 한다.

  이 책은 강만길 교수님의 역사 인식과 철학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20세기, 그러니까 일제 강점기부터 김대중 정부까지를 다루었다. 원래 증보판이 나오기 전에는 김영삼 정부까지를 다루었는데, 이명박 정권이 성립되고 1년이 지난 2009년에 증보판이 나오면서 김대중 정부에 대한 내용이 추가되었다.

 

   책의 구성은 강의식으로 되어 있고, 총 28강으로 이루어져 있다. 강의의 제목은 질문식인데 예를 들면 1강의 제목은 ‘한반도는 왜 일본에 강점되었을까요?’ 이다. 역사적 사건이 일어나게 된 원인과 결과를 생각하게 하는 질문들이 많다. 또 강의 시작 전에 강만길 교수님의 귀여운 캐리커쳐와 함께 이렇게 강의 내용을 소개하는 부분이 있어서 좋다. 이를테면 예고편인데 이 28강의 이 부분만 다 읽어보아도 20세기 한국 역사의 큰 흐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강의 내용을 읽다보면 이렇게 가장자리에 역사 용어도 정리되어 있어서 유용하다.

 

   이 책의 개정판이 나온 시점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직후이다. 이 정권 들어서 역사교육, 특히 제대로된 근현대사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것 같다. 그것을 강만길 교수님은 인류의 역사가 직선적으로 발전만 한 것은 아니라며 역사가 가는 길은 때로는 정체하는 것 같기도 하고 심할 때는 후퇴하는 것 같기도 하다고 언급하셨다. 특히 앞의 흐름에서 생산된 민주주의적 잇점을 없애버릴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크게 수용해야만 역사발전이 더 진전되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명박 정권이 앞 정권에서 이루어놓은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의 진전을 수용하지 않은 것은 너무 아쉽다고 지적한다. 나는 그 말에 너무 공감했고, 앞으로 21세기의 우리 역사는 지난 날의 과오를 거울삼아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